중국 부상의 한계
중국 부상의 한계
  • 미래한국
  • 승인 2011.08.30 0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훈 부회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은 최근 G2 국가의 반열에 오르고, 첫 항공모함 격인 ‘바랴크’를 시험 항해시키며 국제사회로부터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의 초점은 중국이 과연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찬, 반 의견에 맞춰져 있다.

국제사회에서 초강대국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본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이념과 가치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중국 급부상론의 핵심은 역시 중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에 있다.

중국의 지난해 GDP가 5조8786억 달러로 일본(5조 4742억 달러)을 추월하며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한 점, 또한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은 세계 경제분야에서 중국의 새로운 위상과 영향력을 입증해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8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의 대미 채권 보유, 2600억 달러가 넘는 대미 무역흑자, 그리고 기축통화 구축 시도 및 IMF 발언권 비중 확대 노력 등은 중국의 경제 파워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중국의 부상론이 부분적으로 과장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중국의 GDP가 일본을 제치고 2위로 격상되기는 했으나 세계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의 GDP(14조7000억 달러) 규모에는 1/3 정도밖에 못 미친다.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미국과 중국이 각각 2.5%, 8.5%씩 성장했을 경우 지금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1980년대 일본이 독일을 제치고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결국 미국을 따라잡지는 못했듯이 중국도 미국을 추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인당 GDP를 보면 중국의 현실은 더욱 초라하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기는 했지만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DP는 4만 달러로 4412달러에 머문 중국의 규모에 비해 거의 10배나 되는 수준이었다. 같은 해 미국의 1인당 GDP는 4만7000달러였다.

총인구 13억5000만명 중 10억4000만명이 절대 빈곤층(하루 10달러 미만)에 속한다는 점도 중국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시사잡지 뉴스위크가 삶의 질과 사회 전반의 환경을 토대로 조사한 ‘최고의 나라’ 순위에서 중국이 불과 59위에 머무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군사강국의 상징인 항공모함의 항해를 놓고 중국의 초강대국 초읽기로 보는 시각 역시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력 격차는 사실 경제력 격차보다도 심하다. 우선 미국의 2010년 국방예산은 6640억 달러로 세계 국방비의 43%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반면 동년의 중국 국방예산은 780억 달러로 미국의 1/6 수준이다. 군사대국의 상징인 핵탄두 경쟁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미국이 8500개나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불과 240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다.

항공모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1척을 보유하고 있고 2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바랴크’는 20년도 지난 설계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항모전단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 미 해군의 전력과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해도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중국이 하드파워 축적에만 신경 썼지 소프트파워에 해당되는 요소들에는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국제정세를 주도해 왔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미국의 원동력은 눈에 보이는 국력을 넘어 강하지만 섬기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추구, 그리고 높은 삶의 질, 공정한 기회, 철저한 공공질서 등이 지켜지는 사회 구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 및 주변국들과의 잦은 영토분쟁으로 경계심만 키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이면서도 천안함, 연평도 때 무분별하게 북한을 감싸 국제사회로부터 뜨거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처신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중국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국의 명실상부한 G2 입지는 채워져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중국이 진정 G2에 버금가는 역할과 대우를 원한다면 우선 대국다운 비전과 행동을 주변국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돈 좀 벌고, 힘 좀 세졌다고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리더는 모범이 돼야 하는데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나 감싸고, 역사를 왜곡하며 작은 주변국들과 싸우기나 하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은 중국 부상론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