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교수의 원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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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08.3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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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알레르기

여름 과일하면 수박, 포도 등도 있지만 복숭아, 자두, 살구 등도 빠질 수 없다. 이 셋은 장미(Rosa)과 벚나무속(Prunus)에 속하는 온대과일들이다. 이 세 가지 과일은 모두 과육 속에 단단한 핵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종자를 보호하고 있는 내과피로서 이러한 부류의 과실류를 핵과류라고 부른다.

 

복사라고도 하는 복숭아는 반드시 밤에 어두운 데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재배하는 동안 속에 벌레가 하도 많아서 밝은 대낮에는 징그러워 먹기 힘드니까 어두울 때 그냥 모르고 먹으면 단백질 섭취가 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다.
복숭아는 백도와 황도로 분류되는데 백도는 7∼8월 한여름에 나오는 데 반해 황도는 9월 중순에서 10월까지가 제철인 만생종이다. 백도의 껍질은 연한 황백색으로서 붉은 색의 끝 부분엔 피부 노화를 억제하고 염증을 없애 주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도는 치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과 높은 당도로 유명하다. 황도에 풍부한 펙틴 등 식이섬유는 대장의 운동성을 높이고, 배변 작용을 활발하게 해준다. 복숭아는 뾰루지·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 개선에 효과적이며 복숭아에 든 탄닌과 마그네슘은 피부의 탄력을 높이고 모공을 축소해 여름철에 생기기 쉬운 습진 예방에도 유익하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여성이 복숭아를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고와져 미인이 된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혈액순환을 좋게 해서 건강유지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 하면 누구나 복숭아를 쉽게 떠 올린다. 복숭아 과피의 털이나 과일자체로 인해 환자에 따라 알레르기가 심한 편인데 두드러기, 재채기, 숨이 차오르는 현상 등이 있다. 필자가 대학교 3학년 때 학군단 여름훈련을 지방 향토사단으로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야외 훈련 도중 갈증이 심해 인근 아줌마들이 파는 복숭아를 먹은 동료 후보생이 그 자리에서 바로 실신해 헬기로 병원으로 수송된 것은 끔찍하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쉽지만 생식은 피하고 주스나 잼 등의 가공식품으로 입맛을 달래야 할 것이다. 장미에도 향기롭고 예쁜 꽃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주는 가시가 있듯이, 복숭아도 맛이나 영양 다 좋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세상살이도 항상 양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하고 울었다가 또 웃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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