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중동혁명, 이슬람급진세력 승리 길 여나
[분석 ] 중동혁명, 이슬람급진세력 승리 길 여나
  • 미래한국
  • 승인 2011.08.3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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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이슬람국가’ 수만명 시위, 11월 이집트 총선서 이슬람조직 승리 전망

지난 7월 29일 이집트 카이로 타히르 광장은 수만명의 시위자로 가득 찼다. 5개월 전 이집트를 30년 간 독재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자들로 광장이 가득 찬 이후 처음이다.
당시 시위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자리에 물러났고 이른바 ‘중동민주화 혁명’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아랍권에 일파만파 퍼져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후 새 헌법과 총선을 준비하며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수만명의 이집트인들이 다시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지난 2월 시위 때와 달랐다.

‘이슬람, 이슬람’. 사람들은 이슬람을 외쳤다. 2월 시위 당시 “고개를 높이 들어라. 당신은 이집트인이다”라는 구호 대신 “고개를 높이 들어라. 당신은 무슬림이다”라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2월 시위 당시 “우리는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기를 원한다”였는데 이번에는 “우리는 알라의 법이 적용되기를 원한다”로 바뀌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 현장을 이처럼 소개하며 시위자들은 이슬람법이 헌법보다 상위라고 쓰인 깃발에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이집트 내 이슬람세력이 주도한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 알려진 ‘살라피’라는 조직과 온건한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이집트 내 이슬람세력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무바라크 정권 퇴진 후 이집트는 2월 민주화 혁명을 주도한 세속적, 친민주주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 헌법이 준비돼 왔다. 이들은 새 헌법에 여성과 소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 등 민주적인 내용을 강화하려 했고 이슬람세력들은 이에 대해 이집트를 세속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며 반발, 이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상징하는 긴 수염을 기른 남성들과 검은색 옷으로 몸 전체를 가린 여성들로 가득했던 시위 군중들은 이슬람 성전인 코란을 들고 이집트는 이슬람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라고 외쳤다.
26세의 한 시위자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우리 이슬람주의자들이 다수다. 그런데 왜 소수인 세속적, 진보적 사람들의 의견을 우리에게 강요하는가?”라고 뉴욕타임스에서 주장했다.

이집트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은 그동안 이슬람법이 아닌 일반 법에 따라 국가를 다스린 이른바 세속 정권이었고 동시에 이슬람법을 강조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억압해왔다.
무슬림형제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해와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은 몸을 낮춰왔다. 하지만 지난 2월 민주화 혁명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이번 시위는 그 힘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이집트 내 이슬람세력은 세속적 민주세력들보다 조직을 훨씬 잘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도 이들이 이집트 각지에 버스를 보내 사람들을 동원한 것이었다.
지난 2월 민주화 혁명을 이끌었던 세속적 민주세력들은 이번 시위의 규모에 충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며 당초 인권장전 식의 내용을 헌법에 넣으려는 계획을 재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사람들을 이처럼 많이 동원할 정도로 이집트 이슬람세력의 조직이 잘 갖추어진 것을 확인하며 11월 총선에서 이들에게 패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속적 민주세력들은 일반 이집트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8일부터 타히르 광장에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신속한 처벌과 개혁 이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오다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지난 8월 1일에는 경찰에 해산당했다. 계속되는 시위로 관광 수입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혼란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었다. 샤디 하미드 브루킹연구소 도하센터 소장은 “이집트 혁명 당시 최전선에 있었던 진보 좌파 세력들은 대다수 이집트인들과 단절됐다.

이들은 한동안 침묵하는 다수 이집트인들이 자기편이라고 믿었지만 증거는 그렇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지적했다.
지난 2월 이집트 혁명 후 시위를 주도했던 세속적 민주세력은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현재 과도정부를 운영하는 군부와 강력하게 부상하는 이슬람세력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이집트 군부를 무바라크 정권의 잔재라며 비판하고 있는 반면, 무바라크 정권 당시 군부 탄압을 받던 무슬림 형제단이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살라피’ 등은 오히려 파트너라고 강조해 군부와 이슬람세력이 연합해 세속적 민주세력에 맞설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집트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중동혁명은 이슬람세력이 이집트에 부상하도록 길을 터준 역할을 한 셈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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