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을 따르는 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9.1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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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반값 등록금 논쟁 점화시킨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월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 ‘반값 등록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좌파진영에서 오랫동안 불을 지펴온 복지 포퓰리즘 논쟁을 사실상 점화시켰다. 또한 등록금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8월에는 1세부터 4세까지 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을 내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국민다수가 원하는 게 선(善)”

이에 보수진영에서는 “황우려 의원이 심히 ‘우려’스럽다” “복지포퓰리즘 문제의 내부의 적”이라는 말조차 나오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말뿐인 공약”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미래한국>이 9월 7일 황우여 원내대표를 그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 사무실에서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의 생각은 최근 각종 현안을  둘러싼 정통 보수 진영의 시각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 의원님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직후 ‘반값 등록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본격 점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었습니까. 

“당시 ‘등록금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값 정도’라고 얘기한 것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가게 된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반값’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꼈는데 ‘1년에 300만원까지는 낼 수 있어도 700만원에서 1000만원은 감당이 안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보수진영에서 반발한다고 하지만 일부 보수가 그렇지 대부분의 보수는 열렬히 지원하고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괴로워하는데 보수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보수를 버릴 겁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에는 국민을 무시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요.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일단 선(善)이라고 봐 줘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국민들의 선거 결과는 굉장히 정확했어요.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을 포퓰리즘이라 해야지 현명한 시민들 다수가 따라가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위험합니다.” 

-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장파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결국에는 야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는데, 당이나 정부와 의견 조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친서민정책과 중산층 보호정책이 원내대표 때 공약이었어요. 이것을 좌클릭 혹은 소장파의 주장이라고 해도 좋지만 정부 여당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 옳은 것이라면 해야 합니다. 단지 민주당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거죠. 저는 민주당을 비롯해 모든 힘을 끌어들이고 싶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복지정책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사실 한나라당은 일찍이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 문제를 MB 대선과 그 전의 지방선거 때부터 제기해 왔습니다. ‘G20, 무역대국, 국방정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는 거에요.”

“교육은 복지가 아니다”

- 내년의 중대한 양대 선거를 앞두고 당장 표가 다급하고 이에 국민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필요를 이해합니다만, 복지정책은 불가역성의 성격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고 국가의 재정문제, 즉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데 특수성이 있습니다. 

“교육은 복지가 아니죠. 국민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키우는 것이에요. 요새는 유아교육도 공교육화하는 등 교육의 순수한 영역에서는 국가의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확장돼 있어요. 고등교육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국가경쟁력의 기본이고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고등교육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대세라고 보는 거죠. 플라톤의 국가론에 보면 교육은 국가의 최고의 임무라고 돼 있어요. 아버지가 죽을 때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세대 간의 신성한 의무라는 거죠.”

한편 황 원내대표는 ‘좌파진영에서 이슈화하기 전에 선수를 친 주도권 싸움이었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절대로 아니다. 모든 정책은 진실과 진리에서 나와야 힘이 있지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그때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 “광복 후 농지개혁을 했기 때문에 좌파가 농지개혁 문제를 들고 나오지 못했다. 지금도 좌파가 이슈화할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버리면 그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민생문제와 관련해 대학등록금을 인하해야 하는 이유를 열변했다. 실제 황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오랫동안 지낸 교육정책 전문가이기도 하다. 

 “등록금에 대한 입장은 국가적으로 차이가 많습니다. 등록금이 없는 나라도 꽤 많고 구라파는 원칙적으로 등록금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대학조차도 등록금을 받는데 사립대학이 발전하면서 매우 높아져서 현재 세계 2위입니다. 교육의 질을 생각하면 유례없이 비싼 등록금을 내는 거죠. 아직 어린 나이에 성인이 됐다는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야 하고 결국 많은 빚을 지게 됩니다. 사회 초년생이 수억의 빚을 지고 시작하는 사회는 부채 사회가 됩니다. 지식과 경험을 얻는 대가를 가볍게 해주면 사회에 진출해 수익을 내고 저축을 해서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게 해주는 거죠.

어떤 것이 선순환이냐 하는 점에서 국민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대학 시절에 등록금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지식을 갖추고 준비해 나가는 구라파 젊은이들과 우리나라 젊은이를 비교할 때 국가경쟁력에서도 치명적입니다. 한나라당에서 내건 ‘친서민, 중산층 보호정책’에 결정적으로 타격을 미치는 거죠.

제가 공약을 다섯 가지 냈어요. 생애 주기별로 20대 초에는 등록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30대에는 보육비, 40대에는 내집 마련, 이후에는 노후 문제 등 다섯 가지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느라 고생하다보면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훌륭하다는데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왜 이렇게 고달프냐’ 하는 불만이 생깁니다. 해답을 줘야 하죠. 정치가 민생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가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재원을 마련하느라 R&D 예산이 줄었다며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육은 국방과 같은 국가적 영역”

“R&D 예산은 15조가 넘습니다. 지방교육재정과 국가가 중복 지원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절약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교육 재정이 46조 원쯤 되는데 대학에 1조5,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1조5,000억 원을 만든다고 하니 처음에는 국민들이 세금 걱정을 했지만 증세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 것을 뺏는 것도 아니구요. 고등교육 재정으로 배분을 보강해야 합니다.

OECD 국가에서는 GDP의 1.2%를 고등교육에 지원합니다. 우리는 0.6% 밖에 안 돼요. 배로 더 지원해야 합니다. 교육재정 중 80% 이상을 초·중·고등학교를 위해 쓰고 대학에는 4조 원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과 고등교육에는 국가가 지원을 안한 것이죠. 덕분에 초등학교의 교육수준은 아주 높지만 대학에 가면 형편없이 낮아집니다. 재정지원이 없거든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초등학교 의무교육에 매어 있는 거에요. 하지만 애들은 자꾸 줄잖아요. 초등학교를 지원하듯이 국가가 대학에 더 투자하면 아마 세계적인 대학이 될 겁니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으로 ‘인재양성, 성장기반 확충, 국가경쟁력 확보’를 이룰 수 있다는 거죠.”

- 반값 등록금의 논란이 채 식기도 1세부터 4세까지 유아의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해 또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문제가 예전에는 개인의 영역이었지만 요새는 국방과 경찰처럼 국가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애를 안 낳으면 결국 국가 자체가 없어지게 되니까요.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에요. 나중에 젊은이 두 명이 노인 한 명을 먹어 살리는 상황이 되면 다 이민 갈 겁니다. 따라서 국방과 경찰처럼 이 문제도 정치의 핵심이 돼 버린 거죠. 현재 7분위까지 무상이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부모들의 월수가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습니까? 육아도우미는 180만 원 정도이고 유치원을 보내도 기본이 4,50만 원이니 한국에서 애를 둘 이상 낳겠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셋 이상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게다가 여성도 이제는 사회에서 경쟁을 해야 하잖아요. 3개월간 유급휴가를 주고 있지만 직장에 나가서도 안심할 수 있게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현재 정책으로는 내년부터 5세는 무상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 4세를 하겠다는 거에요. 제가 그 돈 가지고 0세부터 하자고 했죠. 애 낳고 4년 기다리라는 건 부당하잖아요. 정부에서 이미 하기로 결정한 문제를 제가 나이만 달리 말한 건데 보수 언론에서 좌클릭이니 뭐니 하면서 앞뒤 사정도 모르고 비판하더라구요.”

오세훈 시장 결정에 당황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문제에 이어 복지 논란의 절정으로 떠오른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급식은 교육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 서울시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대표님의 개인적 입장과 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학교급식을 공재정으로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사실 오랫동안 논의돼 왔습니다. 교육자치단체와 교육지방자치단체장이 일반지방자치단체장한테 도움을 요청한 지역 교육의 문제인데 이것의 화두가 지나치게 확대된 감이 있습니다. 16개 시도가 각자의 입장을 정하면 되는 것을 원칙의 문제, 심지어는 이념의 문제로 확대하면서 시장이 중앙당에 도움을 요청하니 솔직히 당황했지요. 원칙적으로는 서울시당이 추진하고 중앙당은 법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겠다는 게 저의 초기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심각하게 ‘시장직을 걸겠다’고 하니 중앙당으로서는 미온적으로 대하면 오히려 결과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단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우선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에서도 복지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정해야 하지만 변색이 돼서 투표거부운동으로 진전된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의 참여를 정책으로 정하기 어려우니 1/3 정도는 참여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물론 기권도 의사표시라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만 주민투표라는 취지에는 맞지 않습니다. 공개투표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25.7%가 참여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게 봐야 합니다.”

북한인권법 논란 유감

- 복지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에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열심이셨습니다. 북한인권법이 몇 년 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야당과 타협하면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북한인권법’이 아니라 ‘북한지원법’처럼 변질돼 버렸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만든 법인데 외통위에서 반으로 자르면서 엉망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내용도 별로 없지만 그나마라도 통과시키려면 야당이 주장하는 생존권적인 문제는 받아줄 수 있다고 했죠. 7조에 보면 인도적 지원 조항이 있는데 지금은 규제로 바뀌었어요. 한나라당이 내세운 세 가지 규제가 ‘투명성, 인도적 목적, 상호주의’ 원칙입니다.

세 가지 규제 조항만 있기 때문에 생존권적 기본권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넣자고 했지만 북한지원법과 남북교류법은 장르가 다르거든요. 다른 법이 또 많은데 그 법이 부족하면 그걸 고쳐야지 인권법을 교류법이나 지원법으로 바꾸는 것은 개념 자체가 다르잖아요. 비난하는 사람들은 내용을 잘 모르고 오해해서 떠들어대는 거죠. 야당에서는 심지어 이름을 가지고 얘기해요. ‘민생’이 돋보이게 하자며 ‘북한민생인권법’으로 하자는 거에요. 그렇게 하려면 ‘북한 자유 민생 정치 기타 등등’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길잖아요. 그래서 인권은 UN 인권선언을 기초로 한 포괄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군더더기처럼 첨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통과될 겁니다. 민주당이 민주당답게 되려면 인권을 얘기해야 하는데 거꾸로 돼버렸어요. 오히려 한나라당이 자꾸 인권을 얘기하는데 민주당이 인권을 얘기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인권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좋다, 이대로 선거 치르자’는 거죠.”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의 위기의식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최근 ‘안철수 신드롬’으로 표출됐고 보수진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일각에서는 새로운 우파정당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국방과 경제 문제 뿐 아니라 한나라당이 소홀히 여긴다고 지적받는 민생 문제에도 힘써야죠. 여기에 대해 보수진영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보수진영의 위기를 느끼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얘기를 하면 보수진영에서 어떻게 대응해 왔습니까. 그러니까 민심이 다 떠나는 거죠. 정치나 이념을 위한 국민은 존재하지 않아요. 국민을 위한 정치나 이념이 존재하는 거죠. 우파정당이 나온다는데 극보수로 나간다면 중도나 서민들은 다 배제하고 보수끼리 즐기는 보수당은 소수당이 될 겁니다.

정권을 장악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뜻을 피려면 스펙트럼이 넓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죠. 진정한 보수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내각제가 아니기 때문에 양대 정당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수가 집권하면 좌파정책을 실시하고 진보가 집권하면 우파정책을 해야 국가가 균형을 잡고 나갈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여당의 원내대표이자 4선 의원으로서 어떤 우선순위와 향후 계획이 있으신지요.
“제가 원내대표가 된 것은 계파를 극복하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고 통합 정치를 원해요. 밤낮 싸우고 갈라지는 뺄셈정치를 하니까 품위 있게 일하는 정치가 그리운 거에요. 아마 물리적으로 싸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미 FTA 문제도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은 없을 거구요. CNN에 물리적 충돌해서 한미 FTA 체결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순간 한미 FTA를 통해 얻는 이득 이상을 잃게 될 테니까요.”

인터뷰/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사진/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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