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짜' 복지 포퓰리즘 망령에 무너지는 나라들
'꽁짜' 복지 포퓰리즘 망령에 무너지는 나라들
  • 미래한국
  • 승인 2011.09.14 0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사례] 그리스·아르헨티나·영국·일본, 재정적자로 침몰하다

지난 8월 24일 열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복지 포퓰리즘’과의 한판 승부였다.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투표거부 운동으로 사실상 공개투표의 형태가 되기는 했지만, 25.7%(약 215만명)의 서울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아 자신들의 소신을 밝혔다. 투표율 33%를 넘기지 못해 개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포퓰리즘을 우려한 서울시민들의 결집을 보여준 사례였다고도 할 수 있다. 

평일에 215만명의 서울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는 상류층과 중산층에게까지 ‘공짜밥’을 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근본적 문제의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책 없는 포퓰리즘과 퍼주기식 복지가 국가 재정을 파탄시키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한국 경제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실제로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남발했던 상당수의 국가들이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해당 국가들의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차원을 넘어 전세계 경제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미래한국>은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세계적인 경제 대국의 자리를 내주게 된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포퓰리즘과의 전쟁’이 될 것으로 예산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독일판 경제전문지 포커스. '유러 패밀리안의 사기꾼들(cheaters)'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유럽 재정위기 주범, 과잉 복지로 몰락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선진국들의 공조 및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던 지난 2010년 중반부터 세계 경제는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이 재정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국가는 바로 그리스였다. 그리스는 2010년 하반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가 파탄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경제의 쇠락이 선거 승리에만 몰입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와 부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복지정책은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이어졌고, 그리스 경제를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끌어내린 상태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그리스는 10년 전만 해도 경제성장의 단초를 찾는 듯했다. 2001년에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낙후된 지역들이 개발되는 등 경제에 활기가 있었다. 특히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에 육박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권이었다. 그리스의 양대 정치세력인 파속당과 신민주당은 선거철마다 승리를 위해 온갖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단적인 사례가 의료복지 및 연금정책이다. 그리스 정부는 매년 100억 유로 이상을 의료복지 부문에 지출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 GDP의 5.8%에 달한다. 파속당과 신민주당의 ‘포퓰리즘 경쟁’이 촉발한 결과다.

또한 그리스의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은 평균 95%에 달해 영국(30%)과 프랑스(36.9%)보다 세 배가량 높다. 일을 하지 않는 은퇴자들이 현직 시절과 유사한 급여를 받고 있는 셈으로, 재정 부담이 얼마나 심각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연금 수령 시스템 또한 허점투성이로 알려져 있다. 한 마을에서는 주민의 20%가 장애인 연금을 수령할 정도로 연금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 악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그리스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스의 2009년 성장률은 -2%였고 IMF 구제금융을 받은 2010년에는 -4.5%로 더 악화됐다. 올해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테네대학교의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는 지난 8월 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그리스 국가부도, 그 원인과 교훈’ 강연회에서 “그리스 사태는 정책 실패 때문이었다”며 “그리스의 지금과 같은 참담한 상황은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국가들이 그리스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때 세계 5대 강대국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아르헨티나 역시 포퓰리즘 정책의 여파로 졸지에 약소국이 된 국가다.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식량을 공급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산업 발전 과정에서 정치권이 좌익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결국 좌초, 약소국으로 전락한 후 현재까지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페로니즘’에 쓰러진 남미의 부국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정책은 1946년에 당선된 페론 대통령 시절 절정에 달했다. 노조-좌파세력의 지원을 받아 집권한 그는 페로니즘이라고 불리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통해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했을 뿐 아니라 주요 기업 및 산업을 국유화시키기도 했다. 사실상의 사회주의식 정책이었다. 페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친정부 성향의 ‘관제시위대’를 앞세워 외국자본을 규탄하는 여론을 조성했다.

이는 노조를 절대 권력에 버금가는 존재로 만들었다. 노조의 힘은 비대해져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근로자들에게 사실상 평생고용을 보장해 줬기에 도덕적 해이는 높아졌고, 생산력과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퓰리즘을 선동하는 정부와 철밥통 노조에 질린 외국 자본도 대대적으로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여기에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저소득층의 급여를 인상시키고 복지예산을 늘리는 등 각종 물량 공세를 폈다. 결과는 막대한 복지재정 지출로 인한 재정적자와 통화량 증대 및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었다.

쇠약해진 아르헨티나 경제는 결국 2002년에 국가부도라는 비극을 맞이했다. 몇 십 년에 걸쳐 계속된 경제난에 궐기한 시위대는 정권 퇴진을 요구했고, 새로 집권한 정부는 대외채무 1,320억 달러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최저임금을 두 배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IMF 위기 당시 금을 내다팔고 정리해고 및 임금삭감을 용인하며 단시일 내 위기를 극복했던 대한민국과는 180도 다른 처방이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사회는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했고, 이는 국가부도로 이어졌다. 포퓰리즘의 유산이 결국 남미 제일의 부국을 파산으로 이끈 것이다.

현재 집권 중인 페르난데스 대통령 또한 포퓰리즘적 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로 하락하자 연금을 한꺼번에 50% 인상하고 자녀양육수당, 집세보조금 등을 대폭 올리는 등 재정 안정성과는 거리가 먼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한번 맛들인 포퓰리즘의 마약은 다시 정상화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세계 2위 경제대국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추락

90년대 중반 미국 경제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Rising Sun’으로까지 불리던 아시아의 경제대국 일본도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인한 재정적자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내렸다. 무디스는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일본의 대규모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를 등급 하락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부채는 943조8000억 엔에 달한다. 세계 20년 전인 1991년에 비해 3배가 많은 액수다. 올해 재정지출도 세수보다 50조 엔이나 많아져 재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44조3000억 엔의 국채를 찍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GDP 대비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치를 이웃 나라 중국에 이미 내준 상태다.

결국 일본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포퓰리즘 공약의 폐기를 선언했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총선거 당시 내세웠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을 철저하게 검토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이었다며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인 ‘자녀수당’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중학생(15세) 이하 자녀를 둔 보호자에게 자녀 1인당 월 1만3000엔(17만원)씩 지급해온 ‘자녀수당’ 대신 과거 자민당 정부에서 실시했던 아동수당이 부활한다.

민주당의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사과하고 백지화를 선언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의원

복지예산 감소로 경제위기 탈출
 
민주당이 2009년 선거 당시 표를 얻기 위해 내놓았던 무리한 정책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09년 8월 말 중의원 총선거 당시 자녀 1인당 월 2만6000엔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재정 부담으로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대지진 이후 재정난이 한층 심화하자 결국 정책을 폐지한 바 있다.

한때 전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영국 또한 좌파정당 집권에 이은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1970년대 영국은 막대한 복지예산 및 공공부문 노조의 과도한 전횡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어야 했다. 당시 영국 경제가 경험했던 고복지·고비용·저효율은 ‘영국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950년대 이후 유럽 전역을 강타한 ‘만인을 위한 복지’ 정책의 결과였다.
결국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은 1976년 IMF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실업자 수는 300만 명에 육박했다.

이 같은 영국병을 치유한 사람은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가렛 대처 전 총리였다. 그는 79년 집권과 동시에 세금을 줄여주는 대신 무분별한 복지예산 및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했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등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한 경제개혁으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3선에 성공한 80년대에는 공무원 수를 75만 명에서 64만 명으로 11만 명이나 줄임으로써 영국의 재정상태를 호전시켰다. 국영기업 50여개를 민영화했고 86년에는 ‘빅뱅’으로 불리는 금융개혁에 성공했다.
그 이후 97년 총선에서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집권했으나 블레어는 대처 전 총리와 유사한 우파식 경제정책으로 ‘영국병’의 치유를 마무리했다. 이로 인해 영국은 현재도 유럽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화되고 복지예산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