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세대교체, 한국 교회의 과제
[이슈] 세대교체, 한국 교회의 과제
  • 미래한국
  • 승인 2011.09.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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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교회들을 개척한 목사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많은 교회들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근래 대형 교회들은 비교적 조용하게 후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대형교회들의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목회자 세습 등의 문제가 한동안 미디어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면서 스스로 자정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도 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들로는, 사랑의교회 故 옥한흠 목사가 은퇴 5년을 앞두고 오정현 목사(55)를 일찌감치 후임으로 지명한 뒤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66)도 조기 은퇴를 선언한 뒤 원로목사로 물러났고 경기도 성남의 할렐루야교회는 김상복 담임목사(72)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고 미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 목사(47)를 담임목사로 영입했다. 경기도 남양주 두레교회도 김진홍 담임목사(70)는 후임으로 미국 보스턴 고든 콘웰신학교 교수인 이문장 목사(53)를 초빙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75)는 2008년 이영훈 목사(57)를 담임목사로 임명하고 원로목사로 물러났다. 서울교회 이종윤 원로목사(71)는 작년 교단이나 교회에 전혀 연고가 없는 박노철 목사를 후임으로 초빙하고 본인은 교회에 일체 출입하지 않는 등 세대교체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조용기 목사
후임 청빙 과정과 원로목사의 영향력  

하지만 후임 목사 선정 과정에서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 문제는 자치를 강조하는 한국 교회의 문화대로 대부분의 교회가 스스로 청빙위를 구성해 결정한다. 총회나 노회에서 정한 청빙 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크게 관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빙위 결정 과정에서 곧 원로목사가 될 담임목사의 ‘입김’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일부 교회에서는 원로목사가 후임 목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도 있어 청빙위 구성과 이후 후임자 선출 과정에서도 담임목사를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조기은퇴를 선언해 관심을 모은 밝은세상교회 김성학 목사(40)의 말을 들어보자.
“교회에서는 원로목사가 퇴임할 때 후임으로부터 퇴직금을 받는 관행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3, 4년 전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원로목사를 대우할 여력이 없는 일부 교회들이 최종 담임목사 후보에 오른 3~5명의 목사들로부터 헌금을 받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인천 남구의 한 교회가 목사의 퇴직금 마련을 위해 다른 교회와 통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교회에서는 이 같은 일이 보편화한 일입니다.”

결성된 청빙위는 자격 조건을 정해 공고를 하기도 하고 적합한 인물이 있다면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보통 지원과 추천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 분위기에 따라 지원만 받거나 추천만 받기도 한다. 할렐루야교회(김상복 원로목사)의 경우 따로 지원자를 받지 않고 청빙위 소속 위원들이 추천한 자들 중에서만 후임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후보자 자격 조건은 대개 50세 미만이다. 학력은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교회가 소속된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을 나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한다. 박사학위 소지 여부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기도 하지만 현대 교회에서 박사학위는 거의 필수사항이다. 최근 대형교회에 세워진 담임목사가 대부분 해외 유학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학력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故 옥환음목사

김성학 목사는 “학연 중심의 선후배 질서가 강한 교회 내 분위기”가 문제라며 “기독교대한성결교는 서울신학대 출신이, 감리교는 감리교신학대 졸업자가, 순복음교단은 한세대 동문이 대부분 목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중에 자신이 담임목사가 될 때 돌아올 불이익을 우려해 잘못됐다 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목회자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다. 교인들의 신앙 성장과 교회 부흥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회(이종윤 원로목사)의 경우, 집회 때 초청했던 한 목사의 설교가 무척 좋아 전 교인에게 투표에 부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빙위 위원들은 후보자들의 설교를 직접 듣고 분석하며 심사하는데 교회의 특성에 적합한지가 주요 기준이다.

창립자와 후임자의 갈등, 불가피할까 
 
이에 대해 한춘기 총신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후임자는 말씀을 통해 은혜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보통 1000명 이상 되는 교회에서는 청빙 때 학벌을 많이 봅니다. 우리나라 신학교만 나와서는 성이 안 차니 유학파를 선호하지요. 하지만 목사님의 학벌은 유효기간이 1년입니다. 처음 1년간은 우리 목사님의 학벌 자랑을 할 수 있겠지만 영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이 생깁니다.”

전임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 간의 관계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에 대해 이영훈 담임목사는 “귀머거리, 벙어리 삼년 했으면 됐다”며 당회 쪽에 섰다. 후임목사로 임명된 초반기만 해도 목소리를 낮춰 지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조용기 원로목사와 가족 측에 전면 대응하는 자세로 바뀐 것이다.

이종윤목사
이는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도 후임자 선출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세간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원로목사 입장에서는 일생을 바쳐 일궈낸 교회가 자신의 분신처럼 여겨지고 ‘어떻게 이뤄낸 교회인데’하는 회한이 남는 반면 후임 목사는 담임목사의 그늘에서 독립하고 싶어 한다. 갈등의 소지가 많은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의 분쟁은 한국 교회의 병폐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회의 갈등 소지에 대해 기독교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높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교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파괴하려는 일부 세력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김인환)은 얼마 전 정기총회에서 목회자들의 ‘자정(自淨)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설교와 가르침을 통해 원론적 비판에는 익숙하지만, 그것으로 자신을 아프게 비판하고 갱신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 결과 문제에 대한 인식만 무성할 뿐 실제적 해결을 하려는 노력은 결여돼 있다. 행동이 없는 지적은 오히려 교회의 자괴감을 더하고 사회의 교회 비판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결의문은 언론의 무차별적 비판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러냈다. 

이동원목사

“오늘날 세상이 교회를 비판하는 많은 내용들은 교회 자정 능력 과시의 경쟁에서 나온 정서가 매스컴에 전달되고 사회에 그 정보를 제공하는 듯한 감도 든다. 불교나 가톨릭과 같은 종교들에 있어 안의 문제를 이같이 대책도 없이 드러내기 경쟁을 하고, 그것이 스스로의 순수함과 정당성을 증명하는 듯한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오늘 한국 교회는 가장 투명하고 가장 비판받기 쉬운 놀이터의 유리잔 같은 신세가 돼 버렸다.”

 한편 악습의 관행을 깨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목회자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991년 100여 명의 교인들과 함께 서울교회를 개척한 후 20여년간 2만 명 규모의 교회로 성장시킨 이종윤 목사는 은퇴 이후에도 실천적 모범을 보이고 있다.

실천하는 목회자들

이 목사는 “은퇴 후 서울교회에서 절대 설교하지 않겠다. 교회에 출석도 하지 않겠다. 후임 목사가 자유롭게 일하도록 자리를 비워주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2010년 박노철 목사에게 후임을 물려주고 은퇴한 후 그 말을 실천하고 있다.

과거 이종윤 목사는 담임했던 교회에서 세습문제로 밀려났던 아픔이 있었고 당시 “나중에 교회를 세워도 나는 절대 세습하지 않겠다. 은퇴 후에는 원로목사로 군림하며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미 은퇴 전부터 재신임 투표를 두 번이나 받으며 교인들의 의견을 존중해왔다. 서울교회의 목회자와 장로는 7년마다 재신임 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당회 투표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담임목사도, 장로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종윤 목사는 본인의 퇴임에 대해 이렇게 직접 설명했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지 목사나 어느 가족의 교회가 아닙니다. 맡겨주신 기간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800미터 릴레이 경주에서 200미터까지 달리기로 한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바턴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후임을 추천해 줄 수는 있지만 선택권은 교인들에게 있는 것이지요.”

서울교회의 경우 예전 초청 설교 때 ‘교회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설교를 잘했던 박노철 목사가 교인들의 추천을 받아 후임목사 후보로 당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했더니 100% 찬성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제39대 예장 대신 총회장을 지낸 유덕식 목사(65)도 최근 35년간 섬기던 영진교회에서 물러났다. 유 목사는 후임인 조용식 목사(48)를 향해 “소신껏,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게 울타리가 돼 줄 생각입니다. 올해까지는 일단 교회 주일예배에 출석할 예정인데, 계속 나오는 게 좋을지는 찬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상봉목사
유 목사는 조 목사가 오랜 기간 모아놓은 헌금을 청년들의 유럽 비전트립에 사용하려 할 때도, 청년부에서 ‘찾아가는 예배’를 시작하겠다며 근처 영화관을 빌려 6개월간 예배드리려 할 때도 장로들의 염려를 잠재우며 조 목사를 지지했다고 한다. “솔직히 저도 잘 이해가 안 됐지만, 목회자가 하고 싶은 걸 못하면 안 된다고 당 회원들을 설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습’ 또한 교회의 선택권

사실 ‘세습 논란’은 자극적인 기사를 쫓는 미디어의 시각이다. 이종윤 목사는 원칙대로라면 세습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목사는 “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후임 목사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교인들이 원한다면 아들도 후임이 될 수도 있고 교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들도 될 수 없다”며 “단지 교인들의 선택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로교회를 세운 스코틀랜드 교회의 존 녹스 목사가 가장 강조한 것이 ‘개 교회 교인들에게 청구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로마 가톨릭 제도처럼 교황이 파송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의견으로 목사를 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춘기 교수는 “세습은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세습의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점으로는 교회 지도자는 신앙의 연륜이 오래 된 사람이 좋습니다. 교회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연륜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목사의 자녀일 경우 부모처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많고 어려서부터 목회자의 수고를 다 보았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목회자로의 자세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교회에서 세습한 곳을 보면 부모로부터 목회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세습목회’의 단점도 많다.
“교회를 맡을 때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담임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세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목회자가 교회를 자기 소유로 생각하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박사과정을 뽑을 때 자기 학교 석사과정 학생을 안 뽑습니다. 늘 똑 같은 것을 배우면 학문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죠. 세습의 단점이 이것입니다. 똑 같은 스타일이 계속 되면 그 교회가 영적으로 새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약하게 됩니다. 침체기가 올 수 있는 것이죠. 새로운 후임이 왔을 경우, 처음에는 스타일이 달라 적응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회가 갱신될 수 있습니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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