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代 롤모델
70代 롤모델
  • 미래한국
  • 승인 2011.09.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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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25세까지 배우고, 50세까지 일하고, 75세까지 봉사한다. 수명이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바람에 그런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한 친구가 지나온 생애를 털어 놓고나서 조언을 구했다.

앞으로 10년

여자는 용모가 남만 못하면 생전 마음 고생을 하게 되고, 남자는 사교성이 남만 못하면 생전 일 고생을 하게 된다.
IQ는 그만한데 EQ가 모자라 일하는 25년 동안 내내 고생을 했다. 세일즈 일을 할 때는 물론 꼴찌고, 직위가 올라가서도 대외 교섭력이 모자라 금세 벽에 부딪치곤 했다.
한숨 돌린 것은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 봉사 일을 하면서부터다. 도서 기증이 일방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어서 사교성과 무관했다. 이 일을 하는 25년 동안 생전 처음 마음 속 깊이 자기 실현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제 생판 계획에 없었던 덤 인생 10년이 생겼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피서 갔던 산속에서 곰곰이 생각을 다듬어 보았다.

앞으로 10년, 이제부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만 골라 하면서 여생을 즐겁게 보낼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떨까.
그런데 생전 안 해보던 짓거리라 이렇게 산다는 것이 어쩐지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 어디 좋은 롤모델이 없을까.
한 친구가 말을 받았다.

‘중용’ - ‘천성대로 사는게 올바른 길’

“하늘이 명한 것이 만물의 성품이다.(天命之謂性)” 누구나 타고난 성품대로 살 수 밖에 없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사서삼경 중의 중용(中庸)의 첫 구절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겠다’는 얘기는 바로 중용의 원리와도 상통한다. 아주 좋은 선택인 것 같다는 것이 친구의 말이었다.
두 번째 말을 꺼낸 친구는 몽테뉴 신봉자다.

‘몽테뉴’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타고난 성품은 피할 수 없다. 딴 사람의 처지를 부러워하고, 자기 밖으로 나가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죽마를 타도 결국 제 다리로 걸어야 하고, 옥좌에 올라도 결국 제 엉덩이 위에 앉아야 하지 않은가.
한눈 팔지 말고 타고난 제 자질을 즐겨라. 제대로만 즐기면 그건 신의 경지다. 몽테뉴가 수상록에서 간곡히 일러주는 행복철학이다.
제가 좋아하는 일만 골라하며, 가장 즐겁게 지낼 일을 연구하겠다는 생각은 백 프로 몽테뉴의 생각과 일치한다.

몽테뉴는 가장 마음에 드는 생활방식으로서 ‘평범하고 질서 있는 인간적인 생활’을 제시했다. 그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곱씹고 되씹어 몸과 마음이 함께 행복감을 누리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타고난 성품대로 살라’는 것이 중용과 몽테뉴에 공통된 메시지이고, 처음 발제자도 이것을 어겼을 때 고생하고 이걸 따랐을 때 행복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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