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망가뜨리는 ‘학생인권조례’
학생을 망가뜨리는 ‘학생인권조례’
  • 미래한국
  • 승인 2011.10.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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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교수의 세설직론 /김정래 편집위원·부산교대 교수

최근 교육감 후보매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혐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신이 추진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려고 그 시안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죄의 유무가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지만, 혐의사실이 구체화되면서 서울시교육감은 서둘러 학생인권조례를 밀어붙이려 것입니다. 현재 그가 구속돼 부교육감이 교육감 업무를 대행하는 상태에서 조례의 제정 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은 법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사안입니다. 그래서 그가 구속되기 전부터 감독관청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그 제정에 제동을 건 것도 수긍이 갑니다.

 

자연권 사상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기본 전제로 내세워

2009년부터 추진해 2010년에 제정 공포된 경기학생인권조례는 사실 그가 서울시교육감 취임 이전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해 선도적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따라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두 가지 조례 모두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경기학생인권조례의 연장선상에서 그보다 더 강한 톤으로 시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고로 여기서는 경기학생인권조례를 중심으로 해서 ‘학생인권조례’가 지닌 성격과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경기학생인권조례의 개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정 및 시행일자는 2010년 10월 5일입니다. 구성은 총 5장 47조 및 부칙 2조로 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1장 총칙으로 제1조에서 제4조까지, 제2장 ‘학생의 인권’은 제5조에서 제27조까지, 제3장 ‘학생인권의 진흥’은 제28조에서 제38조까지, 제4장 ‘학생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제39조에서 제45조까지, 제5장 보칙은 제45조와 제46조로 구성돼 있으며, 부칙 제1조와 제2조가 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분량의 조례를 조항별로 모두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 조례의 기본 가정인 자연권 사상의 문제와 이른바 ‘의사표현의 자유’를 천명한 점을 먼저 살펴본 다음 몇 가지 주요 조항을 분석·비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는 서울시교육감이 현재 추진 중인 서울학생인권조례에서도 핵심쟁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학생’의 성격과 신분을 보면 학생을 자연인으로서 인간으로 전제합니다. 물론 학생을 자연인으로 보는 것은 전적으로 그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학생’이라는 지위는 학교와 공부를 떼어놓고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학생을 ‘자연인’처럼 상정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 파악하기 위해 자연법 사상에 뿌리를 둔 자연권 사상을 살펴보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겠습니다.

자연주의 오류는 ‘사실’에서 ‘가치’를 추구하는 것

첫째, 자연권 사상은 자연주의 오류(naturalistic fallacy)를 범하고 있습니다. 자연주의 오류는 ‘사실’에서 ‘가치’ 또는 ‘가치판단’을 이끌어내는 데서 비롯된 오류입니다. 자연법은 당시 교회법이나 관습법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자연의 법칙(Laws of Nature)’ 또는 ‘자연과학의 법칙(natural laws)’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를 규율하는 실정법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자연의 법칙을 두고 그대로 따르라는 당위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암(癌)은 자연적으로 성장하지만, 이를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암의 자연적 성장은 준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막아야 합니다.

자연적으로 채취된 것이 좋은 것처럼 말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독초입니다. 둘째, 자연법이 주장하는 내용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고, 또 규범적 근거가 명확한 것도 아닙니다. 예컨대,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에서 억압되어 있다’는 루소가 자신의 <사회계약론>에서 천명한 명제는 그가 실증적으로 증명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오히려 인간은 속박된 상태로 태어나고, 사회라는 문명의 틀 속에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자연법사상은 인간의 보편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성공을 거두었는지 모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라는 근거로 모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정당화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자연적 속성 때문이 아니라 이성을 가지고 사리분별과 판단을 한다는 점 때문에 인간이 존중받아야 하는 논거가 수용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논거는 자연법이 아니라 인간이 창출한 문명과 제도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통해서 자연권이 성립하는 근거는 자연법이 아니라 문명사회를 영위한다는 점과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인권조례의 핵심적 쟁점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살펴보겠습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권리의 핵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틀’을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전제에 입각해야 합니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면 ‘권리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를 지적하겠습니다. 하나는 지난 서울시 주민투표 때 서울시교육감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고 선동해서 투표거부를 ‘권리의 행사’라는 해괴한 궤변으로 둘러댄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직접선거, 비밀투표를 부정한 헌정질서 교란 행위입니다. 국가질서 문란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의사표현’을 빌미로 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를 도모하는 경우입니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나아가서 국가안보망을 뒤흔들어놓는 언행과 작태가 벌어집니다.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지지 등은 모두 의사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렇게 조심스럽게 행사돼야 할 의사표현의 자유가 ‘민주시민교육’의 명분으로 경험과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방치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논거로 경기학생인권조례 제16조 의사표현의 자유는 학생의 법적 지위와 본분을 망각한 표현을 마음대로 하도록 방치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조례가 있기 전에도 ‘빨치산 교육’이 시행되는 전례에 비춰 이 조항은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부정하는 상황을 학교 현장에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해 각종 교육평가(시험) 거부, 교칙의 임의적인 변경을 내세워 교육현장의 ‘교육기능’을 마비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조항 3항은 이를 위한 학교당국의 시설 및 행.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는 바, 이는 국기(國紀) 문란의 경우에도 학교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법리(法理)’이전에 사리(事理)에조차 맞지 않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사표현의 자유, 판단력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무리

이제 몇 가지 조항을 검토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경기학생인권조례(이하, 조례) 제3조는 ‘학생의 인권 보장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미성년 신분의 학생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측면’이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존엄성 유지와 행복 추구를 명분으로 학생 인권 전반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권리의 속성이나 법리상으로도 맞지 않는 대중인기영합적인 조항입니다. 각종 인권을 ‘보장’하도록 강제성을 띠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교육적인 차원에서 개선하도록 해야 옳습니다.

조례 제9조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제10장 휴식을 취할 권리는 고의적이건 묵시적이건 간에 명시적인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를 야기합니다. 제9조는 학교교육 정상화와 학생들의 학습부담 경감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학생 개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사교육이나 비교육적인 활동에 가담할 가능성을 열어 주고, 이를 방조하는 격입니다. 또한 제10조는 학생의 인격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휴식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이를 노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학생에게 공부시켜야 할 교사 본연의 책무와 상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사의 공부시킬 책임과 의무는 ‘학생 인권’에 가려 사각지대에 몰리게 됩니다. 아울러 이 조항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과 자신의 본래 업무를 방기하는 일부 교사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조항이 돼 버립니다.

조례 제23조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학생인권조례에 포함시킴으로써 무상급식이 학생에게 마치 보편적 권리인 듯 인식시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권 사상에 뿌리를 둔 보편적 권리의 청구가 모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생존할(굶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보편적 권리로 인정된다 해도, ‘무상으로 밥을 얻어먹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보편적 권리를 그릇되게 확대해석해 아이들에게 ‘보장’에 관한 천부적 권리가 있는 것처럼 속단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조례 제36조 ‘학생참여위원회’는 참여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조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교육의 본질과 교권을 훼손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위원회를 구성하는 학생들은 조례의 개정은 물론 학생인권실태조사와 학생인권실천계획 및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만을 보면 민주주의의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 원리 또는 주민자치 원리에 충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학생참여위원회의 구성도 ‘공개모집을 통하여 모집한 학생들 중에서 추첨을 통하여 선발’하도록 한 것을 보면 마치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와 그들의 공직 의무수행 방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학생=교사’의 대등한 등식이 마치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는 그릇된 전제를 두고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여기서 그릇된 평등사상이 비롯됩니다. 그러나 학생은 교사와 사회계약을 하러 온 존재도 아니고, 학교를 자치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존재도 아닙니다. 결국 사회를 ‘아이들의 구미를 맞추어가는 집단’으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이 조항에 포함돼 있습니다.

‘학생인권옹호관’ 설치는 무소불위 권력 우려

마지막으로 제39조는 ‘학생인권옹호관’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1조는 학생인권옹호관의 직무를 규정하는 바 학생인권침해에 관한 상담, 인권침해 구제신청에 대한 조사 및 직권조사, 시정 및 조치 권고, 제도개선 권고 등 준사법기관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특히 좌파정권 시절에 ‘완장 찬 무소불위의 국가기관’으로 군림했던 것처럼, 학생인권옹호관이 학교 안팎에서 교사와 학교당국에 대해 ‘무소불위의 완장 찬 공무원’으로 군림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기 특성상 그렇지 않아도 기성세대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항은 이 불만(?)을 해소하는 욕망 충족기제로 작용하는 포퓰리즘 조항이 돼 버립니다.

다른 각도에서 좌파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그토록 집요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조례의 제정과 공포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기성세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로를 마련해 주는 인기영합 전술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을 통해서 교육당국, 학교당국, 그리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교사의 권위를 실추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기존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나아가서 문명사회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문명사회의 부정은 대한민국 체제의 부정에 결정적인 한 몫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좌파교육감의 불순한 의도와는 반대로 강력한 교권을 요구하고 있음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특임장관실에서 2011년 7월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1,000명)를 보면, 교사의 역할 인식에 있어서 강력한 교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89.0%가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과 인생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답했고, 8.7%만이 ‘효과적인 지식전달 및 유능한 입시 전문가로서의 역할 수행에 충실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일반인들이 교사들에게 학생들에게 인격형성에 적극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즉 학교 안에서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좌파교육감들은 말로만 ‘민주’, ‘민의’를 외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공포를 통해서 진정한 민의는 완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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