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영향력 어디까지일까
소셜네트워크 영향력 어디까지일까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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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스마트폰 이용자 1500만 시대에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Social Graph)는 정치인의 유용한 홍보 도구일 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 됐다. 본래 ‘지인의 안부 묻기’ 정도의 용도로 만들어졌던 소셜네트워크가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활발한 정치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진보인사들은 투표장 앞 인증 샷을 올리고 자신의 그림, CD, 술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며 ‘독려 이벤트’를 벌였다. 그 결과 당일 트위터의 주제 중 1/4이 선거 관련 이슈로 채워졌고 투표 종료 1시간을 앞두고 투표율이 5% 상승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SNS가 탄생시킨 정계의 신데렐라들

경기 성남분당을 보선에서 패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투표 종료 한 시간 전까지 앞서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에 역전당했다”며 씁쓸해했다. 투표 종료 몇 시간 전이면 대강의 결과가 예측되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2012년 대선은 ‘SNS 선거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치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로 ‘SNS 활용 능력’을 넣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TV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사용해 민심을 잡았던 것처럼 오늘날 정계의 신데렐라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탄생하고 있다. 신데렐라의 구두에도 유행이 있는 것이다.

첫 주자는 현재 미국의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다. 잘 알려진 대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오바마는 지명도, 조직력, 자금력 등 모든 면에서 힐러리에 비해 열세였다. 당시 막 신생 산업이었던 소셜네트워크는 오바마가 쥔 유일한 카드였다. 힐러리가 소수의 기부자들을 만나며 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등 전통적인 스타일의 선거운동을 펼쳤다면 오바마는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등에서 네티즌과 수다를 떨며 놀았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에 답변을 달아주며 유머 섞인 토론을 펼치는 오바마를 ‘친구’로 등록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오바마 팬클럽 사이트가 하나 둘 생기면서 일명 ‘오바마 네트워크’라 불리는 지지세력이 형성 됐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11년간 장기 집권한 하워드 총리를 누르고 2007년 당선된 케빈 러드는 하워드 총리가 주로 라디오 연설을 한 것과 달리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젊은 유권자층을 잡을 수 있었으며 케빈 러드는 당선 후 바쁜 일정 중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플리커 등의 사이트에 글을 게재하고 핫 토픽을 성실하게 올려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주목 받은 바 있다. 4·27 재보선 당시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그는 MBC 간판앵커로 유명세를 날린 엄기영 후보를 제치고 젊은 취향에 맞는 SNS 활동으로 인기 몰이를 했다. 반면 엄기영 후보는 선거 막바지에 터진 강릉 펜션 불법 콜센터 사건이 SNS를 타고 돌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두 후보 사이의 SNS 활동 격차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SNS 분석 전문기업인 ㈜사이람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월 28일부터 4월 25일까지 트윗조사 결과 최문순 캠프 계정이 266만여 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경기 성남분당을의 손학규 캠프였고 엄기영 캠프는 계정을 만들긴 했지만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SNS 열풍의 원인과 성격

 

정계의 풍토를 바꾼 SNS 열풍의 원인은 ‘스마트폰 이용자 증가’라는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문화적인 요인이 상당하다. 블로그와 싸이월드, 아고라 등 기존 온라인 매체의 한계를 짚어 보면 후속작으로 등장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우선 싸이월드는 지인들끼리서로를 친구로 등록하는 ‘일촌 맺기’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 이후의 관계 발전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일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정보 제한 장치와 방명록과 댓글만으로 이야기하는 방식도 싸이월드를 폐쇄적인 사이트로 만들어 놓았고 결국 원활한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하게 했다.

블로그는 개인의 일상과 생각을 사진과 글로 올릴 수 있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데는 탁월한 도구지만 타인의 목소리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운영하게끔 설정돼 있다. 정보의 결집성은 있어도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은 아니다. 아고라는 한때 토론의 장으로 각광받았으나 찬반 토론의 성격상 악플러들의 인신 공격이 계속되고 실제 몇몇 네티즌들이 구속되면서 너무 심각한 장이 돼 버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싸이월드와 블로그가 가진 개인주의적이고 일상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정치인들은 어느 정당에 속한 일원이라기보다는 마치 유권자들 중 한 명처럼 오늘 먹은 저녁 메뉴 이야기, 날씨 이야기를 가볍게 쓰거나 정치 이슈에 대한 단상을 던지기도 한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는 교회 예배하고 지역민들 만나서 인사드리고 왔는데요 청구역도 조만간 꼭 갈게요^^ 청구역 쪽에 사시나봐요- 반갑습니다.^^”와 같은 일기 겸 편지 형식의 글에서부터 정치적 이슈까지 여성적인 부드러운 어감으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진보진영 인사 중 팔로워 수 1위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seosb37:검찰청 왜 가신 거에요?”라는 트위터러(트위터 사용자)의 질문에 “곽노현 교육감님 응원하러요. 좀 있으면 이정희 대표도 오신답니다^^RT”라고 실시간으로 답해준다.

네티즌들 입장에서는 여의도를 찾아간다 해도 만나기 힘든 사람과 실시간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데다 일상의 공유거리가 많아진 정치인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면 대 면이 아니기 때문에 나이차이나 지역, 학벌차이로 느껴지는 위압감도 적고 신분이 오픈 된 공간에서 막말을 하는 경우도 드물어 전체적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마디로 SNS는 과거의 중앙집권적, 권위주의적, 조직적인 성격에서 탈피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민들이 ‘정치 효용성(자신의 의견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느끼는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SNS의 인기 몰이에 한몫 하고 있다. 네티즌은 언론이 일방적으로 취재, 편집해 배포하는 기사에 반하는 여론몰이를 할 수 있고 ‘투표 인증샷’을 올려 정치 참여로 인한 공감대를 즐길 수도 있다. 때문에 SNS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엘리트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 내에도 소통의 한계는 있다.

 

소셜 네트워크 내 소통의 부재

트위터는 특성상 ‘스타’ 한 명을 중심으로 수많은 네티즌이 말을 거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소통의 장’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인과 1대1의 매칭이 대부분이기에 정작 네티즌끼리의 활발한 소통은 부족한 편이다.

정치인을 팔로윙하는 이들은 같은 성향의 지지층이 다수다. 자연히 냉철한 비판과 대안제시보다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공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슈화되는 인물을 팔로윙하기 쉬운 것도 인기 정치인 한 명을 영웅으로 만들어 팬클럽화하거나 안티로 돌아서서 비판하는 극단적인 양분화를 초래하기 쉽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보수인사 중 1위의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그의 트위터에는 지지와 응원의 글이 대다수고 마찬가지로 ‘유시민, 김진애, 김여진, 안철수’ 등 진보인사들의 트위터에도 반대 멘션보다는 찬성 멘션이 많다.

하지만 이들처럼 기본적인 지지층이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 트위터러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보수적인 발언을 올려 화제가 됐던 레이싱 모델 김나나 씨도 악플러들의 공격에 법적인 대응을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흥미 위주의 문화도 우려스럽다. 트위터에서는 재미 없는 바른 말보다는 틀린 말이라도 재미 있게 쓰는 글이 주목 받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뜰 수’ 있었던 이유도 기존의 상식을 깨는 표현법 때문이었다. 그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은 양 손으로 주먹을 쥐고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에서도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토론 어떻게 보셨나요? 개그콘서트 같진 않으셨나요? 이거 참 창피시러서…’ 와 같은 10대, 20대의 말투를 적절히 따라하고 있으며 ‘ㅋㅋㅋ, ㅎㅎ’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해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증명사진 같은 형식의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점잖은 말투를 고수한 다른 정치인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체면과 권위의식을 버린 최 후보의 등장에 젊은 층의 네티즌이 신선함과 동질감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정치인의 실질적인 정치수행 능력보다는 순발력과 재치를 중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얼마 전 SNS 활성화 모임을 결성한 한나라당 내 의원 15명 중 모임의 핵심 멤버인 조전혁 의원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있었던 의원 연찬회에서 그는 “의원들이 트위터나 폐이스북 등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데 신변잡기만 올리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의성 있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자주 올려,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게 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트위터는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팔로윙하는 이들의 의견을 파악할 수 있다. 정작 트위터러들끼리는 다른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 어렵다. ‘넷심이 곧 민심’은 아니며 트위터가 여론의 공론장이 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부 연령층의 의견을 전 국민의 여론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문제시 된다. 인터넷 통계조사업체인 핑덤닷컴의 통계를 보면 트위터의 주 이용 연령층은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는 사회 이슈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밴드왜건 효과(정치판에서 우세해 보이는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의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다.

여론의 향배를 계속 살피면서 ‘될 만한 후보’를 찍는 한국 부동층의 특성상 여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확률이 높다. 문제는 진보성향의 세대와 SNS 이용 세대의 연령층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차이로 SNS 사용이 젊은 세대보다 뜸한 40~60대의 의견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측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을 안 하면서 불평할 수는 없다’고 대응한다.
이에 한나라당을 비롯, 보수 진영에서도 SNS 활성화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SNS의 여론을 국민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인용하는 것은 자제할 사항이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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