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위기의 한국기독교, 비상은 있는가
[심층분석] 위기의 한국기독교, 비상은 있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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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의 사회적 역할과 영성 회복이 관건

그림/임병두Ⓒ

갑오경장이 있었던 1894년, 내부대신 박영효는 서양 선교사들을 만나 기독교를 조선의 국교(國敎)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양반이 폐지되고 유교질서가 공식적으로 부정된 조선에 새로운 정신적 토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광범과 선교사들은 조용히 반대했다. 그들은 단지 신앙의 자유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선교사 헐버트 역시 고종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헐버트의 대답도 동일했다. 당시 기독교가 어떤 존재였기에 고종과 박영효는 천주교나 불교가 아닌 개신교를 국교로 삼으려 했을까?

최초의 근대식 학교 배재학당과 연희전문학교, 그리고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 세브란스 등은 바로 개신교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설립됐다. 한글 찬송가와 성경은 놀라운 속도로 조선의 문맹을 퇴치하고 있었다. 고종을 비롯 개항(開港)기의 지식인들은 천주교나 불교가 아닌 개신교에서 제국의 미래를 보았던 것이다. 그 결과 기독교가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한국 근대 문명사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한국 기독교의 100년 넘는 역사가 지금 지워지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 역할이 지워진 역사 교과서

지난 8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역사교육과정을 보면 종교사 부분에 있어 불교와 유교 천주교 천도교를 비롯 민간신앙에 이르기까지, 그 도입과 발전 과정을 골고루 서술하도록 명시했지만 기독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교과부의 설명은 애매하다. 기독교의 경우 개항 이후 종교사에서 서술된다는 답변이지만 역사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집필기준을 보면 ‘개항 후 종교에 대해서는 특정 종교에 치우침 없이 서술하라’고 돼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독교의 역사가 어떤 이유에서 인지 차별받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는 한 사건이 그 시대에 있어 갖고 있는 중요성을 고려해 서술돼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라시대,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강조돼야 하고,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강조돼야 하죠. 그렇다면 개항 이후의 종교를 서술함에 있어서는 한국에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도입한 기독교를 중요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시대의 정신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죠.” 기독교 역사를 전공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의 말이다.

박 교수는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이 개항 이후에는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이 없도록 서술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는 천주교, 기독교, 천도교, 대종교, 불교, 유교를 모두 똑같이 한 두 줄로 소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기독교를 통한 우리 근현대사의 세계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성출판사의 국사교과서에는 기독교에 대해 “서양 종교의 이념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여 민중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며 ‘특히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라고 아예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기독교의 항일운동과 독립정신은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박명수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돼 왔던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은 개항 이후의 종교 활동을 설명하는데 있어 약 3분의 2(37줄 중 24줄)를 기독교에 관해서 설명하고, 그 나머지 분량을 다른 종교에 할애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 신론은 개항 이후 기독교가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의료에 있어 한국 종교 중 근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항 후 한국의 기독교는 한국 근현대의 문화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초기 한국교회에서의 주일학교분반 모습>

 개신교 신뢰도 추락, 교인수 감소 추세 … 왜?  

흥미로운 사실은 진보사학자로 불리는 강만길 교수 조차 그의 저서 <한국 근대사>에서 근대한국의 종교를 전통종교와 기독교 운동으로 나누고 기독교의 시작과 발전을 중요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왜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가 과거와 현재 간의 부단한 대화라면 현재 기독교의 모습 때문에 한국 근대사에서 기독교는 홀대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50년간 한국의 교회수는 5,000개에서 6만개로, 교인수는 60만명에서 86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10년만 놓고 보면 교인수는 876만명에서 862만명으로 14만명이나 줄었고, 전체 인구 대비 비율도 20%에서 18%로 낮아졌다.(1995, 2005 통계청 자료)

반면, 가톨릭 교인수는 같은 기간에 220만명이 늘었다. 기독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상당히 후퇴됐다.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불교(30.8%)와 천주교(29.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기독교 방송 CBS의 2008년 같은 조사에서는 '종교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 단 3.2%만이 개신교회를 신뢰한다고 밝혀 非기독교인 가운데 개신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은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우리 근대사에 가장 중요했다는 기독교가 오늘날 이렇듯 정체를 겪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사회학자인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최근 펴낸 책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 ‘힘내라 한국교회’두 권을 통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성과 도덕성,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제 덜어내야 합니다. 개척과 전도보다는, 스스로의 기득권과 폐습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대형교회를 위주로 개신교는 엄청난 인적ㆍ물적 자원을 축적했지만, 그것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개(個)교회주의에 갇혀 있어요.”

교단과 신학의 분열을 지목하는 또 다른 진단도 있다.
“세계 신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만일 신구약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靈鑑)된 말씀이라고 믿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손드는 사람이 10명도 안 될 겁니다. 신학이 세속화된 것이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독교가 되려면 한국교회가 조기를 달고 하나님 앞에서 울며 기도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의 말이다.

 

 좌파매체들의 집중 표적이 된 기독교  

교단과 신학의 분열, 그리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분출되는 교회 내의 갈등은 좌파매체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근대화과정에서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굳건히 해온 기독교는 종북좌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 오마이뉴스, 한겨레,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은 교회와 기독교를 끊임없이 비판하는 기사들을 쏟아냈고 <한겨레>는 그 선봉에 섰다.

하지만 보도의 상당부분이 균형감을 잃었고 과장됐으며 악의에 넘쳤다는 것이 교계의 평가다. 한 예를 보자. <한겨레>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소망교회와 한기총 문제를 잇달아 집중보도하며 심지어 ‘폭력사태 소망교회에 장로 대통령 위로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냈다. 2월 24일자 ‘한기총 돈 선거 일파만파 30억~50억은 다반사’ 기사에서 30억, 50억의 근거는 희박했다. 흥미로운 것은 3월 8일 한 불교계 신문에서 보도한 ‘불교계 금권선거 심각’과 같은 기사는 <한겨레>가 종교면이 있으면서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이 시기에 <한겨레>는 이슬람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여러 면에 나누어 소개했다. MBC 역시 기독교에 대한 균형 잃은 보도가 많았다.

“MBC가 지난 2002년 1월부터 이번 2011년 9월까지, 약 10년간 ‘PD 수첩’을 통해 방영한 각 종교의 문제는 총 26건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9건을 기독교와 관련해 방송했고 나머지는 불교 7건, 천주교 6건, 이단과 기타가 4건이죠. 그 중에서 기독교의 9건은 모두 부정적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교나 천주교에 대한 내용에서는 긍정적 내용이 3건이나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종교와 관련해서, 기독교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죠“ 이억주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의 말이다.

실제로 MBC PD수첩이 지난 9월 20일 방송한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비리 의혹 보도는 문제를 제기하는 한 쪽의 일방적 주장만을 다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본지 <미래한국>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재정문제를 제기하는 쪽의 주요 핵심 인사들은 국민일보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 주고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특정지역의 한 사채업자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용기 목사는 이 방송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서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매체들은 타종교의 문제에는 침묵하며 기독교의 여러 긍정적인 사회봉사와 구제 등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편향된 행태를 보인다. 이와 관련,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희생과 봉사를 가장 헌신적으로 하는 집단”이라며 “장애인복지시설의 52%, 아동복지시설의 78%, 노인 복지시설의 44%를 개신교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대형교회의 문제가 한국 기독교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사회 참여라는 공공성에서 이념적 분열을 걷고 있는 문제는 교계통합을 위한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1924년 장로교와 감리교의 선교연합 구축을 위해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출발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사회선교,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등의 기독교 사회운동을 해 온 까닭에 대표적인 진보 기독교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2004년 국보법폐지 운동을 주도한 것이나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단체로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주도한 점, 같은 해 11월 3일부터 6일까지 껍데기 위장교회인 평양 봉수교회에서 ‘우리 교회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기도회는 교계에서 진보를 넘어 종북(從北)에 가깝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교계 내 이념 대립 문제와 NCCK  

NCCK가 주도하는 YMCA 역시 마찬가지 행태를 노정했다. 남민전(南民戰) 출신의 이학영 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한국YMCA는 지난 2008년 반미단체들과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동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종북단체들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에도 선봉에 섰다. YMCA는 이승만 대통령과 기독교 원로들이 젊은이들을 기독교정신으로 훈육하고 미래의 동량(棟梁)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민단체이지 반미·종북 하라고 만든 단체가 아니다.

물론 100년 전 한국 기독교가 권세를 가진 양반과 문벌이 아닌 민중과 여성들을 상대로 선교하고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교회들이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공산집단의 핵위협과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 앞에서 진보적 한국교회 내에 관성으로 남아 있는 세속화와 민중주의만으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 교계에서 일고 있다.

특히 한국의 교회들 일부가 무신론과 반기독교인 북한 공산정권의 ‘민족공조’, ‘반미’와 같은 이념을 내면화하는 것은 망국적 징조라고 석기현 경향교회 목사는 이렇게 강조한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에게 우상을 섬기는 주변 이방 민족들을 남겨 두신 이유는 그들의 신앙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가나안 전쟁‘을 알지 못하는 이스라엘 세대는 이 테스트에 실격하고 맙니다. 그들은 이방족속을 ‘이스라엘의 적’으로 알지 못하고 평화 공존해야 할 이웃으로 여겼으니 ‘통혼’이 일어났고 또‘그들의 신들을 섬기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 결과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를 스스로 사게 됐던 것입니다.”

사회적 빛과 소금의 역할 회복 여부가 관건

한국의 교회가 지금 혼돈과 정체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올바른 사회참여, 그리고 공공 영성(靈性) 회복을 통한 부흥은 어떻게 가능할까. 건강한 교회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담은 ‘우리가 꿈꾸는 교회’ 저자이자 현재 WEC (Worldwide Evangelization for Christ) 선교회 이사장과 아시아빈곤선교센터(CAMP)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성욱 목사(안양제일교회, 옥스포드 선교대학원 박사)는 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해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교회가 사회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었죠. 교회의 행사도 재미 있었고 즐길 것이 많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지금은 시시해서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교회가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회적 이슈에 끌려다니지 말고 선점해서, 활발하게 해석을 던지고 행동해야 합니다. 미래는 그것 뿐이라고 봅니다.”

홍성욱 목사는 2003년 안양제일교회에 부임 6년 만에 출석교인 5,000명의 부흥을 이뤄냈다. 교회 1년 예산의 절반이 성도들과 청년들의 교육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된다. “가정의 붕괴로 지금의 10대들은 미래의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하는 홍 목사는 “교회의 담임목사는 교육목사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안양제일교회는 지역사회의 학교들과 협력해 결손가정 학생들을 돌보고 교회 청년.대학생들은 아이들과 공부하며 형이나 누나처럼 1:1 멘토링을 한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교회학교는 홍 목사의 부임 동안에 2배 성장했고, 교사 숫자도 2.5배 늘었으며 청년부는 통합측 교회들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그의 ‘선교적 교회론’은 독특하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학생들은 부모와 스승에게 감사표시와 함께 복음을 전한다. 교회를 통해 청년들이 기독교적 세상을 배우고 그러한 자녀와 제자로 인해 부모와 스승이 전도되는 이 모델은 마치 개항 후 이땅에 처음 선교사들이 세운 초기 교회와 같은 모습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이 한국교회의 희망이라는 진리를 안양제일교회는 100년 전 개항기의 선교사들로부터 다시 불러내고 있는 중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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