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토론과 비판 없는 중국… 갈 길이 멀다”
“객관적 토론과 비판 없는 중국… 갈 길이 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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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중국 국제평화발전 국제회의를 다녀와서

송대성 편집위원
세종연구소 소장
지난 9월 20~25일 중국의 심양, 요녕성, 대련에서 중국 공산당이 주최하는 ‘동북아 평화와 발전 포럼’에 한국대표로 참석했다. 중국 공산당이 인민평화쟁취재군협회 등 여러 단체들을 동원한 이름으로 개최하는 회의였다.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한 한국 측 인사들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필자인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문대근 통일부 국장,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총 7명이었다. <미래한국>을 통해 이번 행사의 내용과 소감을 소개한다.

출발 전부터 발생한 해프닝 

애초에 이번 대회는 남북한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 출발 5일 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하나의 해프닝이 발생했다. 다른 일로 막 중국을 출장 마치고 귀국한 이세기 회장이 전화를 했다. 북한은 이번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발표하기 위해 미리 보낸 논문으로 인해 중국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사전에 내가 보낸 논문은 중국의 문제점들을 솔직하게 지적한 초고 논문과, 중국이나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표현을 다듬은 수정 논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받은 한중친선협회가 행정적인 사무착오로 최종 수정 원고를 중국에 보내지 않고 초고를 보냈던 것이다. 중국 주최 측은 그 논문을 중국어로 번역해 대소동이 벌어졌다. 중국을 칭찬하는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고 비판할 것을 비판한 데 대해 중국 공산당 주최 측이 대단히 당황했던 모양이다. 결국 수정된 내용을 다시 보내 문제는 해결됐지만 시작도 전에 “세종연구소 소장 송대성이 도대체 누구냐?”하고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전언이었다.

9월 20일 중국에 도착해 만찬 직전 연진지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이 주최하는 언론 인터뷰가 있었다. 중국 대표는 “우리 모두는 동북아의 좋은 이웃들이 되기 위해 이번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이 포럼에는 90여 개국의 200여개의 조직들이 가입돼 있고, 중국의 각 성 및 도시들을 돌면서 개최하고 있다. 좋은 국제회의가 되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을 했다.  

인터뷰장에서 볼 수 있었던 한 가지 특이 사항은 일본, 몽골, 한국 등 3개국 전 총리들이 참석했는데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를 주최 측 인사와 나란히 제일 상석에 앉히고, 다음으로 몽골 전 총리, 다음으로 이홍구 전 총리 순으로 좌석 배치를 해놓았었다. 한국의 국무총리를 일본이나 몽골보다 후순위에 자리 배치하는 의전 서열에 우리 일행의 기분은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만약 북한 대표들이 왔었더라면 더 기분이 상했을 것 같았다.

중국 의전 서열상 제일 나중인 한국

저녁 때 요녕성 인민정부가 베푸는 만찬시간에는 원탁테이블 A석에 각국을 대표한 최고 VIP들의 좌석들이 배치돼 있었는데 중국, 일본, 몽골 등의 대표들은 나란히 함께 앉히고, 이홍구 총리는 아예 맞은 편에 혼자 앉혀 놓았다. 2008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국제포럼에 참석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이홍구 총리는 사회주의 정당을 대표하는 인사도 아니고, 중국을 칭송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도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식 의전을 받은 듯했다.

다음 날 요녕인민회당에서 개막식이 있었다. 한국, 일본, 몽골, 러시아, 미국 등에서 온 각국대표 및 중국 측 저명인사들과 동원된 중국인들로 개막식은 대성황리에 시작됐다.

왕민 요녕성 성장은 개회사에서 “요녕성은 중국개방 이후 큰 변화를 하고 있는 자원이 풍부한 중국의 중화학기지다. 요녕성의 발전은 동북아 발전에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지역이다. 서로간의 우애와 발전을 위해 중국 요녕성 중심으로 동북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지는 힘찬 개회사였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축사 대독이 있었다. 반 총장의 축사 핵심 내용은 “중국은 지난 날 큰 발전을 했으며 미진한 부분도 크게 발전하기 바란다. 우리 인간 삶에 민주주의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며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대단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축사를 유엔을 대표해 한 서양 여인이 대독하고 그 대독하는 내용을 콧대 높은 많은 중국 대표들이 숨을 죽이고 듣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 일본 총리의 중국 찬사

한국 대표단. 좌로부터 문대근 통일부 국장, 김항섭 한중친선협회 사무총장,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일,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진성훈 통일 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다음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지진 이후 중국인들의 일본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6자회담 주최국 중국의 노력을 높게 칭찬하며 향후 중국의 발전을 더 기대한다. 지난 날 일본 군국주의에 대해 본인이 총리 시절 깊게 반성했던 것과 같이 다시 한번 중국인들 앞에서 반성을 한다. 당시 일본의 지도자들이 좀 더 바르게 지도했더라면 14만 명이란 중국인의 참사라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 비용을 다른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다. 원자 방사능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무서운가를 알면서도 제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당장 가동을 중지하고 대체에너지를 하루 빨리 창출하며 원자력 피해지역 재건사업을 조속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했다. 중국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도록 중국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바얄 몽골 전 총리는 “중국 국제행사 초청에 깊게 감사를 드린다. 중국인민공화국의 평화증진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동북아지역은 세계평화를 추진하는 엔진과 같은 지역이고 몽골은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몽골은 핵보유국이 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며 환경청정지역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축사를 했다. 내내 어두운 얼굴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중국을 격찬하는 몽골 전 총리의 축사하는 모습은 약소국과 강대국 중국 간의 관계가 어떤가를 생각케 했다.

중국은 자화자찬, 참석자들은 용비어천가

이홍구 전 총리는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심양은 평화와 전쟁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우리는 어둡고 처참했던 지난 역사를 반성하면서 평화증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1945년 이후 우리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동북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크게 전진하고 있다. 이것은 개방과 시장경제를 선택한 중국의 공헌이 크다. 동북아가 세계적인 모범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지구촌 모두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핵안보와 핵안전의 중요성은 강조돼야 하며 우리 함께 노력해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우리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아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 이는 중국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예의를 갖춰 정확하게 이야기한 의미 깊은 내용이었다.

중국평화군축회의 주최 측 대표 연진지는 “중국인들은 세계인들과 함께 평화와 발전이라는 목표를 힘차게 추구할 것이다. ‘평화와 발전을 공유하자!’는 동북아인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대회를 개최한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유엔헌장에 명기하고 있는 평화의 내용과 다자주의를 줄기차게 수호하고 있으며, 유엔의 임무와 약속을 가장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유엔인권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개도국들의 발전을 위해 지성의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발전이 세계의 발전을 의미하며, 세계의 발전은 중국의 발전을 의미한다. 중국은 세계평화와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중국은 세계 각국들과 깊은 우정을 쌓고 있는 국가다. 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 경제를 발전케 했고, 활력이 넘치는 나라가 되게 했다. 중국은 세계평화와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라는 답사 성격의 연설을 하면서 중국을 마음껏 선전했다. 마치 중국이 세계평화의 사도인 것처럼 그리고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성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 것처럼 연설했다.

이러한 연설 내용만 듣고 있으면 천안함 폭침을 자행한 북한의 악행을 그토록 비합리적으로 비호한 중국의 행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그토록 많은 군대를 우리 한반도에 보내 우리를 살상하고 우리의 산야를 피로 물들게 한 그 비평화적인 행태는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극적 효과를 표현한 인민당 예술공연

예술단 공연

개막식 행사에서 중국은 자국의 평화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자화자찬의 내용들을, 그리고 이홍구 전 총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한 일본, 몽골 전 총리들은 중국을 극찬하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댔다. 개막식이 끝나는 순간 중국이 왜 이 국제회의를 개최하는지 진정한 목적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9월 21일 저녁시간에 초청된 외국인들 그리고 중국 내에서 온 VIP들을 위한 예술 공연이 있었다. 화려한 무대 처리, 장엄하고 세밀한 배경음악, 디지털 기술을 고도로 활용한 무대효과 등 공산주의 국가들의 장기인 예술 공연을 통해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독창, 합창, 어린이 춤, 민속춤, 러시아 춤, 만주춤, 신기한 얼굴 변화, 마술, 각종 악기들을 동원한 합주, 동북아 단합을 상징하는 춤과 노래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각종 공연들이 2시간 이상 계속됐다.

실제 중국사회의 현실이나 중국이라는 국가의 이성이 어쨌든 관계없이 중국은 대단히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동북아에서 평화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 동북아 사람들 전체가 똘똘 뭉쳐서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제를 강조한 예술 공연이었다.

 9월 22일 심양에서 자동차로 거의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요녕대학에서 첫 번째 학술토론회가 있었다. 사들린 요녕성 부서기는 “요녕성의 경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요녕성은 과학, 혁신, 경제발전의 모델”이라고 하면서 마음껏 요녕성 선전을 했다.

한국대표들에 실수를 한 요녕대학 학술회의

일본의 다마까제 이사장은 “일중우호를 위해 본인은 평생 노력을 해왔으며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일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림무시(林木西) 요녕대학 교수는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고 동북아지역의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한중일의 협력이 필요하다. 동북아는 FTA 협력이 특히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 중국이 한국대표들에게 큰 실수를 했다. 본래 계획에 의하면 한국 측 이세기 회장이 주제발표를 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어디에도 이세기 회장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발견한 나는 중간 휴식시간에 주최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 학술회의 책임자가 누구냐?” “왜 한국의 이세기 회장의 발표를 누락시켰느냐?”하고 따졌다.

그런데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은 “누가 책임자냐?” 하고 내가 따질 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이 사람은 저 사람에게 미루고, 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미루며 무려 다섯 사람을 넘어가면서 서로 “나는 아니다(Not Me)”를 강조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산주의체제가 지니고 있는 약점이었다. 한참 후에 어떤 한 친구가 나타나서 결국 자기들의 행정적인 실수라고 인정했다. 우선 지금 당장 이세기 회장을 발표케 하고 회의가 끝난 후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 사과를 한다는 선에서 종결지었다.

이세기 회장은 ‘동북아 경제 발전과 협력’이라는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발표했다. “동북아지역은 경제 협력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없는 지역이다. 그 큰 원인은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이 지역적 선도자가 돼야 한다. 동북아지역에서 경제 협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비전과 아젠다 개발이 필요하다. 동북아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지역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대 걸림돌이 북한의 핵개발이다. 북한의 핵은 폐기되고 남북한 경제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사는 꿈꾸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발표 내용은 객관적이었고 한중친선협회 회장으로서 대단한 용기를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번 국제회의의 한 가지 큰 특이 사항은 이세기 회장을 제외한 참석자들 중 어느 누구도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참가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6자회담을 주장하되 모두가 ‘동북아 평화기제를 위한 6자회담’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주최 측은 한국 측 일행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불쾌했지만 고의적인 것이 아니고 단순한 행정적인 실수라고 열심히 변명을 하는 내용을 믿기로 했다.

저녁 때는 중국의 전인대재정경제위원회부주임위원(국회 재정분과위원장) 문세진(聞世震)이 이세기 회장과 절친한 연분을 지키고 우정을 표명키 위해 북경으로부터 날아 왔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극진한 만찬을 베풀었다. 그는 서예와 그림 등에 대가이며 시도 쓴다고 했다. 지성과 예술성을 갖춘 고위층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원인으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일사불란하게 추진되는 중국사회 체제의 특성, 중국 자체가 거대한 시장, 외환 보유고 등 위기극복 기반 확보, 지난 날 금융위기 경험 등을 이야기 했다.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서구 민주주의 체제는 중국의 체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의중을 은근히 풍겼다.

대련에서 있었던 학술회의

거창한 영구항(營口港) 시찰

9월 23일 심양에서 대련까지는 자동차로 무려 6시간이 소요됐다. 도중에 영구항(營口港)이라는 항구에 들렀다. 컨테이너 박스들을 옮기는 대형 크레인들이 무려 4km나 해변에 줄지어 비치돼 있는 거대한 신설 항구였다. 주로 한국과 일본 등으로 많은 물류들이 오가는 동양 제일의 항구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산해광장(山海廣場)이란 광장에 들러 바다 위에 띄워놓은 아름다운 대형 공연장을 시찰했다. 1990년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은 곳곳에 많은 먼지들이 쌓인 고물 창고 같다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곳곳에서 건설의 소리들로 가득 차 있는 현재의 중국은 반질반질 빛나는 초현대식 아름답고 거대한 정원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미항 영구항을 시찰할 때 세계 역사의 중심이 정말 동양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구항 개발을 설명하는 사람들도 신이 나 있고 자기 나라 발전에 대해 강한 긍지와 자부심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새마을운동이 한창 진행될 때 국민들이 조국 건설에 신바람이 나 있었던 장면들과 비슷하다. 참 다행이다. 동양의 대국 중국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진다는 것은 동양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중국의 발전 흐름이 저 암울한 북한 땅에도 흘러들어가 그들의 삶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9월 24일 대련시 산속 골든 츄립이란 골프장 콘도호텔에서 아침부터 ‘동북아안보환경과 평화 확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날이다. 노르웨이의 유명한 사회학 전공 학자 요한 갈퉁(John Galtung)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협의기구(Consultation Mechanism)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역시 중국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남북한 양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직 미국이 문제”라고 왜곡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러한 주장을 좋아했다.

미국의 국가군축(National Disarmament) 프로그램 이사인 조셉 게르선(Joseph Gerson) 박사는 “연평도 포격은 한미 양국의 도발적인 군사훈련 실시로 인해 발생했다”는 왜곡된 견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학자 유진영은 “다자주의에는 평화적인 다자주의와 폭력적인 다자주의가 있는데 중국은 평화적인 다자주의를 주도하는 국가이고, 미국은 폭력적인 다자주의를 주도하는 국가”라고 강변했다.

영구항

객관적 진리보다 정서적 분위기를 중시

일본의 반핵회의 사무총장 마사까주 야수이는 “핵 없는 세상이 필요한데 일본은 현재 미국의 종속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일본은 핵 발전을 반대할 것이며,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을 떠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표하는 90% 이상 대부분의 학자들은 중국 칭송 및 미국을 비난하는 논조를 유지했다. 객관적인 진리들은 오간데 없고 왜곡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 학술회의장에 앉아 있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다. 

나는 ‘동북아안보환경과 평화확보 방안’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발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북아 안보환경의 두 가지 큰 특성은 첫째, G2 양대 초강대국들이 그들의 동맹국들과 결속된 협조와 대결의 형국을 이루고 있으며 둘째, 동북아에 세계 최대 군사력이 집중돼 있으면서 치열한 군비경쟁지역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에서 평화를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미국과 중국이 함께 대결의 자세를 지양하고 세계이성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을 경주해야 하며 둘째, 동북아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에 남북한 간 신뢰가 구축되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져 평화정착지역으로 질적인 변화를 하는 방안 셋째, 동북아가 보유하고 있는 군비경쟁적 요소들을 약화시키고, 군비통제적 요소들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동북아 안보환경 두 가지 특성이나 동북아에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들 모두 중국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들을 받는 변수들이다. 결국 중국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진정한 노력을 경주하면 동북아 평화는 반드시 달성될 수 있고 진실 된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동북아 평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표가 있고 난 후 토론이 있었다. 나의 발표에 대한 한 중국학자의 반응은 격렬했다. 북경대학 유수이라는 교수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주장이다. 중국에 대해 중원사상(中原思想) 운운하는 것은 악의적인 공격을 하기 위함이다” 등의 표현을 하면서 적대적인 자세로서 나의 발표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 다양성이나 차별성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 같았다.

세계 이성과 거리가 먼 중국

지구촌에서 2대 초강대국 중 하나인 중국은 지난 30여 년간 경제적으로는 빛나는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세계이성이라는 차원에서 성장은 아직 많은 문제점들을 보유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국은 다양성과 차별성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자기들을 객관적으로 비판하는 견해에 참지를 못하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그들이 개최하는 국제회의에 외국의 학자들 혹은 정치인들을 초청하면서 그 외국을 객관적으로 대표하는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고 중국을 칭송하는 인사들 위주로 선발하고 초청해 중국 칭송을 바라는 모습들을 보였다. 중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중국이 많이 가까워져 있지만 이념이 다른 한국과 중국 간에는 아직도 많은 거리와 간격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동북아에서 주도권 장악은 말할 것 없고 세계적인 핵심국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는 대국이다. 그리고 실제로 핵심국가를 향해 무섭게 달려가고 있는 대국이다. 중국은 세계이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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