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자전거길
4대강과 자전거길
  • 미래한국
  • 승인 2011.10.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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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칼럼니스트

요즘 날씨가 참 청명하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상쾌하다. 울긋불긋 단풍이 짙어지는 산을 보는 것도 즐겁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기 좋다. 지난 1년을 열심히, 또 아주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때쯤 잠깐이나마 휴식을 가져보는 게 좋을 듯싶다.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것에는 여행만한 것도 없다. 바쁘게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보고 올해 마무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데 여행만한 게 또 어디 있을까.

여행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거창한 어떤 것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여행과 이 가을은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고 운치 있는 여행이야말로 청초한 이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이 아닐까.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 자전거 여행은 어떨까?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자전거 여행을 꿈꾸지 않은 적이 없을 것이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흙길이나 강변을 신나게 달리고 있으면 소소한 걱정거리들은 어느 새 사라지고 머릿속은 더없이 맑아진다. 달리다가 잠깐씩 길가에 앉아 숨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이름 모를 풀꽃을 뜯어 향기도 맡아 보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강물의 옅은 비린내를 맡아보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최근 자전거 여행하기 아주 좋은 길이 만들어졌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등 4대강을 따라 새로운 자전거길이 놓인 것이다. 자전거길은 4대강 구간을 합쳐 총 1187km에 달한다.

자전거길 중 특히 내가 관심 갖는 곳은 남한강 자전거길이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지난 8일 개통됐는데 남양주에서 양평까지 폐철로와 폐철교를 이용해 만든 자전거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팔당에서 출발해 양평까지 연결된 자전거길을 타다보면 봉안터널이 나오는데 사람이 지나가면 불이 켜지는 조명시스템이 인상적이다.

능내역은 새롭게 단장해 자전거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고 북한강 철교는 바닥이 나무로 돼 있어 강물과 어우러지는 멋이 한층 운치를 더한다. 북한강 철교는 강 위를 지나는 자전거길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두물머리의 장관을 자전거길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도 북한강 철교의 가장 큰 장점인 듯싶다.

자전거길을 달리다보면 강물의 일렁임에 취하기도 하고 눈부신 황금 들판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야생화에 잠깐 눈길이 머물기도 하고 길가의 우거진 잡풀에도 호기심이 인다. 생활에서 잠깐 비켜난 여유가 주위의 것들에 그렇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올해 11월 말이면 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을 연결하는 총연장 1692㎞의 4대 강 자전거길이 완성된다고 한다. 꼭 종주를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허락하는 시간만큼, 달릴 수 있는 만큼 달린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욕심 없이 달린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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