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 목사의 트위터 잠언록’ <사람이 선물이다>에 수록된 내용이다. 정제된 문장이 가득해서인지 조 목사는 가끔 “어디서 베꼈냐?”는 의심을 받는다.
“하나님 걸 베꼈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디까지나 제가 다 쓴 겁니다. 직관적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두 줄 쓰느라 몇 시간을 끙끙댈 때도 있어요.”
트위터 팔로워 5만명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의 트위터 글을 읽으려고 팔로워(follower)로 등록한 사람이 5만 명을 넘어섰다. 글을 올리면 댓글이 많이 달린다.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다. 궁금해 하던 문제에 답을 얻었다. 힘든 직장생활의 기준을 발견했다. 위안이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조 목사는 3, 40대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잠언을 작성한다. 그래서 예수님이나 하나님을 직접 거론하는 글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목사가 왜 신앙적인 얘기를 안 하냐”는 질책을 하기도 한다. 조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과 소망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5만 명의 팔로워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글이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그의 화려한 이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선물이다>에 이런 내용도 있다.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를 바꾸어 놓겠다며 눈초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들 바꾸고 말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바뀌어야 할 사람이 바로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것을 다 내려놓았습니다.”
MBC 사회부.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보도국 부국장, iMBC 대표를 지낸 조정민 목사는 1997년 46세의 나이에 예수를 영접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정치부 기자로 청와대를 출입했던 그의 애초 꿈은 정치인이었다. 모태 신앙인 아내와 “꼭 교회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결혼한 것이 오늘날 목사가 되는 시발점이었으리라. 불교 신자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절에 데리고 가자 중재에 나선 그는 아내에게는 교회에 가지 말 것을, 어머니에게는 혼자 절에 갈 것을 주문했다. 결혼 3년 만에 워싱턴 특파원으로 나가게 되자 아내는 바로 교회에 출석했다. 철저한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가 느닷없이 온누리교회에 출석하게 되면서 정치인 꿈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MBC 다닐 때 새벽마다 골프를 치러 다녔는데 그날따라 연습장에 문이 닫혀 새벽기도회에 간 아내를 찾으러 온누리교회에 가봤어요. 거기서 방언기도 하는 걸 듣고 ‘사이비 종교구나,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해 계속 탐색하러 갔다가 나흘 째 되던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그걸 보고 아내가 목사님을 모셔와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에 나가게 됐죠. 알고 보니 아내가 1년 6개월 전부터 주변 분들한테 중보기도를 부탁했더라구요. 늘 술만 먹고 다니니 저러다가 죽으면 지옥갈 텐데, 하는 생각에서 걱정이 되더랍니다.”
그때까지 그에게 전도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을 설득해 절로 데리고 갈 정도로 그는 하나님에게 관심이 없었다.
“종교를 갖는 건 편견을 갖는 것이니 공정하려면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죠. 예술가, 법조인, 언론인은 자기가 사유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초신자의 기독교 입문 과정
교회에 다니기로 결정했지만 믿기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려면 창세기 1장 1절을 믿고 창조론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웠고, 둘째 예수님의 구원 사건과 그 구원 사건을 완성하기 위해 성령님이 오셨다는 게 믿기 어려웠습니다. 삼위일체론은 기독교의 취약점이면서 가장 강한 점입니다. 하용조 목사님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의문이 풀어졌어요. 멘토를 잘 만났죠. 하 목사님은 모든 질문을 다 받아주고, 비난하면 ‘나도 그런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시는 분입니다. 자기 성찰이 있는 분이죠.”
그는 교회에 출석하면서부터 연이어 성경을 3번 읽었지만 ‘해가 멈췄다, 바다가 갈라졌다’는 등의 내용에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우선 믿기로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앙의 본질은 보지 않고 믿는 것입니다. 이성을 뛰어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믿음이라는 안테나를 세우면 믿을 수 있는 정보가 걸리고, 불신이라는 안테나를 세우면 믿지 못할 정보가 걸리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게 믿어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의심에 대해 정직해야 믿음이 생기고, 의심이 없으면 믿음도 없다는 게 그의 경험이다.
“감정에서 이성을 거쳐 의지로 가는 결단이 신앙입니다. 의문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정직하게 의심하면 의심이 풀릴 만한 사건이 생깁니다. 믿는지 안 믿는지 모르면 사건이 안 생깁니다. 신앙은 ‘내 인생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 나를 만든 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죠.”
교회에 다닌 지 1년 6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든든한 믿음을 바탕으로 간증을 했다. 거듭나는 과정을 겪지 않아, 미지근한 데다 의심도 안 해 뭘 믿어야 할지 모르는 모태 신앙이야말로 위험하다고 진단했다.52세에 신학교 진학 , 편안함을 포기하다
“모든 인간은 죄인인데 본격적으로 죄 지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죄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그걸 영적 교만이라고 지적합니다. 살인자나 창녀는 죄인이라고 생각하니 돌아올 수 있지만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돌아올 수가 없어요. 명확하지 않은 분은 로마서를 많이 읽어야 합니다.”
2001년 iMBC 사장이 된 그는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면 신학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야간신학교에 갈 생각이었으나 하용조 목사가 “하나님께는 풀타임으로 헌신해야 한다”며 미국 유학을 권했다. 2003년 사표를 내고 미국 보스턴 고든콘웰신학대에 진학할 때 가족들도 말릴 정도였다. 이민교회에서 목회하며 학교를 다니는 동안 너무 무리를 해서 심장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고 심장약 부작용으로 안면마비까지 왔다. 힘겹게 공부를 마치고 2007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조정민 목사는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온누리교회 열린새신자예배 설교를 담당하고 있다. 새신자들에게 그는 “예수는 종교가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불교나 이슬람 같은 종교는 마일리지 시스템입니다. 내 마일리지를 많이 쌓으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예수님은 ‘내가 준 마일리지로 충분하니 그걸로 살라’고 하십니다. 은혜를 경험하지 않으면 종교이고, 은혜를 경험하면 자유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자유하면 돈, 골프, 관계, 죄 등으로부터 자유합니다. 하나님과 진정한 공동체에 묶인 공생애가 시작되는 거죠.”
조정민 목사는 기독교를 종교로 만드는 세력이 있어 기독교가 배척당한다고 분석했다. 기독교를 종교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기득권이나 편안함을 누릴 자격이 충분한 가운데서 먼저 포기하는 게 십자가다. 버리고 포기하지 않으면 예수님을 따라가는 게 아니다. 기독교는 불편을 자처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기독교를 싫어하는 이유는 예수님이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는 가르치는 대로 안 살면서 왜 그 메시지를 전하나, 이게 기독교에 대해 가장 실망하는 이유지요. 예수는 괜찮지만 예수쟁이는 싫다고 말한 대표적인 사람이 간디입니다.”
하용조 목사 소천 이후 온누리교회에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조정민 목사는 예전과 다름없이 CGN TV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CGN은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아랍어로 방송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인도네시아어, 힌두어, 러시아어, 아프리카 스와질리아어, 독일어 방송도 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주요 언어를 망라하게 된다. 1년에 120억~130억 원의 경비가 필요하지만 CGN은 광고방송을 일체 하지 않는다. 온누리교회에서 매년 45억 원 정도 지원받고 나머지는 개인의 헌금으로 충당한다.
“엊그제 뉴저지에 사시는 교포분이 4,000달러를 들고 오셨어요. 얼마 전 케이프타운 집회에 다녀왔는데 목회자 사모님들이 우리 방송을 위해 헌금해주셨습니다. 다음 달에 일본의 교회들이 모여 일본 CGN TV 후원회를 만든답니다. 매년 10억~20억 원 정도 모자라지만 여기저기서 후원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복음전하는 CGN TV
해외방송은 각 나라마다 설교자 50~100명과 기독교 콘텐츠가 있어야 방송이 가능하다. 설교자를 찾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번역해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각 언어권마다 CGN 제작센터가 있어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국내 설교자 중에 조용기 목사와 하용조 목사의 설교 정도만 외국에서 요청한다.
국내 방송의 경우 ‘강해설교, 복음적인 설교, 선교적 영성’이라는 CGN의 기준에 따라 설교자를 엄선하고 3개월 마다 교체한다. CGN은 한인선교사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선교사를 찾아가 7,000개의 위성안테나를 달아주었다.
“효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 선교사님들이 영적으로 다운되었다가 CGN으로 예배드리면서 회복되고, 아이들도 한국 어린이방송 들으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영적으로 살아납니다.”
CGN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고 YTN에서 12시간씩 위성을 나눠쓰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기독교방송이 세상 방송 수준을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죠. 하지만 세상 방송은 아무리 화려해보여도 생명을 살리는 메시지가 아니잖아요. 제작 방식은 서투르지만 성경 말씀이 능력 있고 살아 있으니 우리 방송으로 ‘자살하려다 마음을 바꿨다, 절망했다가 힘을 얻었다’는 전화가 자주 옵니다. 아랍이나 중국같이 선교하기 어려운 데도 전파는 들어갑니다. 위성을 못 보게 하려고 중국 당국에서 안테나를 떼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다시 달아 숨어서 봅니다. 자금이 풍부하다면 휴먼 다큐멘터리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같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지요.”
미디어의 시대에 CGN의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전한다. 이미 위성, 인터넷, IPTV, 모바일 등을 활용해 전천후 방송을 하고 있다.
강단 아래서는 평신도처럼
MBC에서 25년간 근무했던 그는 CGN 사장이 된 것에 대해 “개인적인 성취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닌, 공적인 부분을 위해 쓰이는 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냉철한 언론인이었던 그가 목사가 되자 답답하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이 가는 길이 옳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 그러면서 와요. 제가 30년 동안 다녔던 술집의 마담도 예수 믿고 밥집으로 바꿨어요. 세상은 열려 있는데 교회는 닫혀 있어요.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떠주는 심정으로 한마디만 하면 다들 마음을 엽니다. 요즘 교회가 비난받고 있는데 그럴수록 철저하게 회개하고 성경적 가치관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조정민 목사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트위터 팔로워들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트위터에 글 쓰는 걸 목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목회란 메시지를 흘려보내는 일입니다. 때가 되면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야죠. 예수님 따라가며 생명 살리는 목회를 하지 못하면 삼류정치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조 목사는 기독교인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려면 자아가 다 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으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아요. 빚더미에 앉은 적도 있고, 관계에 대해, 존재에 대해 절망하면서 저의 자아가 다 깨어졌어요.”
자칫하면 이중적이고 위선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정민 목사는 강단에서 내려오면 평신도와 구분 없이 살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미래한국)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 이 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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