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종북성 버리면 산다”
“위기의 민주당, 종북성 버리면 산다”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1.11.08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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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한국 보수세력 연구> <한국 진보세력 연구>의 저자 
남시욱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동아일보 편집국장 상무이사 
문화일보 사장  
고려대 석좌교수 역임 

민주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의 대패 이후 최근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 등 중요 격전지에서 자체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며 ‘시민사회’ 진영의 들러리로 전락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정당지지 여론조사에서 상대 한나라당을 앞서본 적이 없고, 현재는 민노당 등 좌파세력에 떠밀려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들이 추진한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반대하면서 이른바 ‘야권통합’을 마지막 살 길로 내세우고 있다. 유구한 전통의 대한민국 대표야당 민주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국 보수세력 연구> <한국 진보세력 연구> 등 한국 정치정당사(政黨史)와 관련한 역작(力作)을 최근 잇달아 펴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를 <미래한국>이 만나 민주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 민주당이 정체성을 잃고 소수 민노당에 끌려다니며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의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오늘의 민주당을 평하라면 과연 수권 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상당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에요. 야당에게는 ‘로열 오퍼지션(royal opposi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왕 폐하의 야당’이라는 의미인데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바로 국가의 야당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죠. 야당도 대한민국 국가라는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민주당이 국가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정당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죠. 한미 FTA를 보더라도 대단히 무책임하다는 생각입니다. 정치 노선이 다른 여야간의 균형과 견제는 필요하지만 ‘무조건 반대’라는 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FTA에 있는 국가제소제도(ISD)도 당연히 우리에게 필요한 조항이죠. 또 법치와 다수결 원칙이 실종된 폭력국회 운영도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꼭 야당만의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정당 전체의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대의 정치의 위기인데, 민주당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는 것이죠.

리더십 부재의 민주당, 선명성 경쟁 구태에 함몰

- 민주당이 여당일 때 한미 FTA를 추진하다가 지금 와서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미 FTA의 경우 여당에 대한 관성적인 반대, 그리고 반미감정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미 FTA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문제라는 것인데 물론 이것은 극소적이겠죠. 하지만 분명히 그런 면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당지도부의 역할이죠. 한미 FTA의 경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추진된 것 그대로 아닙니까. 그런데 그걸 가지고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의회 비준이 끝났고 대통령이 사인하지 않았습니까. 또 하나의 문제는 당내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도자의 발언을 존중해 줘야 하는데 리더십이 없다보니 지도부도 인기관리에만 신경을 씁니다. 다시 말해 반대투쟁의 선명성 경쟁을 한다는 것이죠. 이런 것은 구시대적 형태입니다. 민주당은 한미 FTA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보완책을 내놓아야 하죠.

- 민주당은 한국 현대사에서 정통야당으로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에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민주당은 분명하게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추동해온 세력입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나 연속 집권도 하지 않았나요. 문제는 변질이죠. 그리고 균열입니다. 민주당이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해 온 바는 분명히 평가돼야 하겠죠.

지금의 민주당의 변질된 모습을 이해하려면 민주당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원뿌리는 1945년 9월에 만들어진 한국민주당(한민당)입니다. 민주당은 그 모체인 한민당을 통해 이승만과 손잡고 건국에 참여한 세력이죠. 당시 한민당은 좌익이나 호남당도 아니었고 애국애족의 정당이었습니다. 한민당은 미국도 마땅치 않게 생각한 상해 임정을 적극 지지했고 아울러 민주주의를 지지했죠. 여운형의 건준과 박헌영의 인공 등 좌익계열은 배척했습니다. 흔히 젊은 학자들은 한민당을 친일 지주세력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들은 모두 국내계급이었고 독립세력이었으며 공산주의에 반대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5공화국 시절에 한민당 발기인이었던 허정 씨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한민당을 친일로 규정하는 것에 어처구니 없어했어요. 한민당 발기인들은 헝가리가 공산화되는 것을 보고 조국의 미래를 공산주의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믿은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김대중 씨의 평민당에서부터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 복지정책면에서는 제3의 길이나 중도였지만 대북정책에서 종북으로 흘렀고 현재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등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죠.

- 그렇다면 민주당이 특정 지역주의에 함몰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한민당은 1946년 다른 야당과 합쳐서 민주국민당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죠. 사사오입개헌 때 민주국민당이 무소속 등을 흡수해서 비로소 민주당이라는 이름이 되고 이후 4.19를 계기로 집권당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신구파간에 격렬한 권력투쟁이 발생하며 분열되죠. 당시 장면 정권은 민주당 신파였고 윤보선 대통령은 민주당 구파였어요.

자유당 시절의 민주당은 호남 기반이 아니었어요. 호남 출신의 의원이 대구에서 당선되기도 했는데 그 배경은 사실 내각제였습니다. 자유당 대 민주당의 정치구도 역시 지역이 아니라 독재 대 민주였죠. 박정희 시대에도 민주당은 지역이 아니라 민주였어요. 설사 지역성이라도 해도 호남에 왜 보수적 인사가 없겠습니까. 문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에서 지역이 앞서는데 이는 대단히 후퇴된 모습입니다. 문제는 박정희 정권 2기에 행한 영남발언과 DJ가 호남 역차별을 주장하면서 지역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요.

   
 

김대중의 평민당, 호남 지역주의 고착

- 민주당의 DJ가 호남을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문제 역시 민주당의 계보를 추적해야 설명이 됩니다. 장면 총리의 민주당은 5·16군사혁명을 맞으면서 해체되고 윤보선 전 대통령이 민정당을 만들고 박순천 여사와 일부 정치인들이 다시 민주당을 세웁니다. 문제는 야권의 분열이었죠. 그래서 이 두 정당이 합쳐져 민중당이 창당됩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 하에서 야당은 활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고 10월 유신으로 당이 해체되자 그 후에 다시 신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재창당되죠. 김영삼 대통령이 이 신민당에서 투쟁하다가 제명됐고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후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서자 소위 민추협이라는 것이 생겼고 다시 민주당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5공 시절에 미국에 있던 김대중 씨가 돌아와 경선 승리가 여의치 않자 호남을 기반으로 한 평화민주당을 만들게 된 것이죠. 결국 대한민국에는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신민당, 김대중의 평민당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고 결국 야권 통합에 실패해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됩니다. 그후 신민당이 민정당과 합당해 민자당이 되고 김대중의 평민당이 홀로 남게 되죠. 아이러니한 것은 김영삼이 갖고 있던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김대중에게 빼앗겼다는 거고 이때부터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에 불이 당겨지죠.

- 민주당이 호남 지역당이 됐다는 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계 복귀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이자 한국 정당사에 분열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즉 92년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과 민주당 김대중이 대결하고 김대중이 패합니다. 김영삼과 두 번의 대결에서 패한 김대중은 그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나죠.

나중에 민자당 김영삼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자 김대중은 다시 돌아와 정계 복귀 선언을 합니다만 그때 김대중은 ‘정치보복이 두려워 그랬다’라고 자신의 정계 은퇴가 거짓말이었음을 고백하죠. 그후 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새정치국민회의의 대표로 이회창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그 후 2000년 총선에서 세가 불리해지자 새정치국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이 바뀝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이 새천년민주당 후보였어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죠. 

이런 과정을 돌이켜 보면 과거 제2공화국의 민주당 내 신구파 분열을 제외하고 민주당의 정통성을 벗어나 김대중 씨가 평화민주당을 만들었던 것은 분명히 정당사 측면에서 볼 때 후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 호남정치 세력이 유달리 좌편향을 보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그 문제를 생각해 보려면 박정희에 대해 언급해야 하겠군요. 아이러니한 것은 민주당 윤보선 대통령이 박정희의 좌익 전력을 폭로하자 호남에서 오히려 초기에 박정희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호남지역에 좌익세력이 많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문제는 항일 독립투쟁과정에서 민족주의 우파가 기대했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아무런 국제적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대신에 소련의 민족해방지원 등의 힘이 커지면서 공산주의가 독립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소련은 2차대전 승리 후 1980년대 흔들리기 전까지 상당한 과학기술력과 군사력으로 미국의 지식인들마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죠. 그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좌익, 특히 항일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은 민족세력 내에 공산주의 좌익사상은 견고했고 그것이 특히 호남에서 발현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종북 논쟁과도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DJ는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진정한 보수를 지향한다고 했어요. 당시 JP가 그런 DJ에 대해 위장보수론을 제기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죠. DJ를 평가한다면 그는 정책과 사안마다 다른 이념성을 보였습니다. 일관적이라고 할 수가 없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었는데 DJ가 절대로 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라고 한 것이나 ‘DJ의 복지론은 자신이 생각해 볼 때 불충분한 것이었다’라고 한 이야기들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3의 길을 쓴 앤서니 기든스는 DJ를 좌파라고 규정했는데 DJ는 초기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노동운동에 관한 글도 많이 쓰곤 했죠. 하지만 나중에 그의 정책을 보면 꼭 좌익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명했던 거죠. 사회민주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정도였다고 할까.

가장 큰 문제는 대북정책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DJ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는 거에요. 당내 좌파는 DJ를 중도우파라고 하고 보수는 그를 ‘빨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책과 행동을 보면 경제와 사회면에서는 중도좌파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대북정책면에서는 종북이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DJ의 6.15선언은 분명히 북한의 상층부 통일전선에 말려든 징후를 내비쳤는데 나는 그것을 금강산 방문에서 조선일보 기자들을 북한이 방문 거절했던 사실로부터 판단했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행위 아닙니까. 그러한 DJ의 종북은 그가 노벨평화상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DJ의 그러한 무리는 나중에 그의 보좌관이 공개한 문서로 밝혀지기도 했지요.

헌법정신 안에서 진보든 보수든 문제 없어

- 민주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민주당이 가야 할 올바른 길과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민주당의 이념을 진보주의라고 하는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진보란 변화에 대한 태도 개념이죠. 기독교에도 진보가 있고 패션에도 진보가 있지 않습니까. 최근 자유주의진보연합이라는 보수단체가 등장하자 어느 분이 ‘진보는 민주당의 이념인데 왜 보수가 쓰느냐’고 따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처 영국 총리는 사실 보수라기보다는 진보적인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해야 옳죠. 이승만도 구한말의 상황에서는 진보파가 아니었습니까. 당시 진보가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지요. 다만 민주당의 뿌리가 보수라 해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헌법정신 안에서 진보적이고 때로는 좌파성향을 띠는 것은 문제가 없죠. 세상에 어디 경쟁만 존재해서 되겠습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종북성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당이 살길이라고 단언합니다. (미래한국)

인터뷰 / 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 / 미래한국 자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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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녕이 2011-11-16 14: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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