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좌·우 방송은 민주주의 생명력
미국의 좌·우 방송은 민주주의 생명력
  • 도널드 커크
  • 승인 2011.12.06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방송 네트워크들이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것은 미국 언론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제기되는 중심 주제거리다. 이 토론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심화되고 있는데 우파와 좌파로부터 이미 커져가는 비난과 이에 따른 대응 분위기에서 모든 방송사는 자신의 입장을 잘 정리하고 있다.

우파와 좌파를 가장 첨예하게 구분할 때 루퍼트 머독의 뉴스 인터내셔널에 소속된 폭스 네트워크는 한쪽 끝에, 내셔널방송 회사의 일부인 MSNBC는 다른 쪽 끝에 있다. 폭스뉴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예산, 세금, 메디케어, 일자리 등 거의 모든 핵심 이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비판을 강하게 하고 있다. 이는 논쟁을 좋아하는 우파 인물들이 사회를 보는 토크쇼에서 잘 집약돼 있는데 이를 근거로 폭스뉴스는 보수적 견해를 대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MSNBC는 폭스뉴스와 정반대 시각으로 뉴스와 논평을 해 좌파와 진보적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판을 받는다. 원조 케이블 뉴스네트워크인 CNN은 종종 헤드라인 뉴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소식이나 범죄, 가십, 스캔들을 보도하지만 전반적으로 온건하고 중도적인 목소리를 낸다.

뉴스네트워크방송은 케이블 텔레비전의 성공과 24시간 뉴스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폭스와 MSNBC는 논란거리다. 폭스는 특유의 정치적인 시각 뿐 아니라 계속되는 뉴스가 줄 수 있는 지루함과 단순 반복을 극복하는 솜씨 좋은 빠른 화면 처리, 새로운 내용과 깊은 안목을 제공해 현재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호텔 방에 하루나 이틀 정도 있어 본 사람들은 같은 뉴스와 화면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얼마나 지루한 것인지 잘 알 것이다.

24시간 뉴스를 보내는 케이블뉴스네트워크는 미국 3대 방송인 ABC, NBC, CBS가 저녁 주요뉴스를 이른 저녁 6시30분 혹은 7시에서 인기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는 황금시간(밤 9~10시)대로 옮기는 것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공간을 분명히 채우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이든 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 국가이든 세계에서 주요 뉴스는 보통 밤 9시 혹은 10시에 방송된다. 하지만 미국 3대 방송사들은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 시간대에 뉴스를 방송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 결과 뉴스 시청자의 상당수는 은퇴한 노인들이다. 방송 전후에 나오는 광고 대부분이 의료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 시간대에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일하거나 집으로 퇴근하는 중이다.

케이블뉴스네트워크는 종종 정치적으로 타협한 진보적 편견이 있다고 비판받지만 잘 제작되고 명확한 뉴스와 화면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 뉴스네트워크 외에도 블룸버그 금융 방송에서부터 날씨 채널, 기독교방송네트워크 등 다른 많은 방송네트워크들이 등장했다. 블룸버그는 비정치적인 방송이라고 주장하지만 존재 자체로 그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독교방송네트워크(CBN)는 전통 방송네트워크의 자유주의에 대한 해독제로 여겨지고 있다.

더 있다. 뉴스와 관련해 가장 존경받는 네트워크는 공영방송인 PBS다. PBS는 10여개의 공영방송국을 통해 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시간이 있다. PBS는 다른 뉴스네트워크에 비해 많은 자원이 있지는 않지만 다른 뉴스네트워크에 만연한 의견의 불협화음이나 선정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성의 목소리로 여겨지고 있다. 극단적인 뉴스 중독자는 다른 방송네트워크에서는 몇 분 동안만 소개되는 행사를 몇 시간 동안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의회청문회, 세미나, 집회, 공공행사 등을 전체로 방송하는 C-Span을 시청하면 된다.

TV 방송사와는 별개로 라디오 네트워크도 수백만 명의 청취자에게 가장 최신의 좋은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취자들은 운전하는 동안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 가운데 반(半) 정부, 반(半) 민간 성격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무던히 애쓰는 비영리 네트워크인 NPR이 있다. 또 목소리 큰 사람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외쳐댈 수 있는 대담 방송에도 갈 수 있다. CBS 뉴스는 1시간 30분마다 뉴스 속보를 담아 모든 대도시에 있는 방송국에 네트워크 뉴스를 내보낸다.

방송에서 어떤 견해에 대한 목소리를 줄이고 말이 안 되면 그 내용을 통제하는 법안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비판들이 있다. 하지만 뉴스를 통제하는 것은 한쪽 혹은 다른 쪽에만 편중되게 하고 많은 뉴스를 보다 흥미롭게 하는 창조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방송되도록 하는 권리는 민주주의 체계에서 보장된다. 결과는 완전하지 않지만 불완전한 세상에서는 모든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안은 뜻이 맞는 소수의 악당이 다수를 억압하는 독재체제다. (미래한국)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