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멘토 법륜은 누구인가
안철수 멘토 법륜은 누구인가
  • 김주년
  • 승인 2011.12.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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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적은 없고, 남민전 관련된 형 때문에 물고문도 받아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적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대선 정국의 상수(上數)로 격상됐다. 대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앞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행보와 말 한마디에 야권의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도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신당’의 등장 여부다. 야당으로서는 안철수 교수가 제3세력을 규합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야권 지지세의 분산을 우려해야 하고, 한나라당으로서는 대선이 아닌 총선에서부터 ‘안철수 대세론’이 굳어질 것을 우려해야 한다.

이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야권 대선주자들 중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인사는 안철수 교수가 유일하다.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1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18대 대선 가상대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교수가 맞대결할 경우 ‘박근혜 39.3% vs 안철수 52.5%’로 안 교수가 13.2%p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근혜 vs 손학규’ 및 ‘박근혜 vs 문재인’의 가상 맞대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각각 1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가상대결에서는 박근혜 50.5%, 손학규 31.0%로 박 전 대표가 19.5%P 앞섰다. 또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맞대결할 경우에는 ‘박근혜 49.7% vs 문재인 37.0%’로 박 전 대표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12.7%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 대상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

현재 안철수 교수는 언론과의 접촉을 끊은 채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본심을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은 안 교수의 멘토로 알려진 일부 인사들을 통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안 교수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승려 법륜이 최근 ‘제3신당’을 주장하는 발언을 공식 인터뷰에서 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륜은 21일 경기도 오산시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에서 “소수의 정치인에게만 (정치를) 맡겨놔선 안 된다. 정치는 정치인만 하느냐. 국민이 각성해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여야가 완전히 패를 나눠 싸우고 지역 이기주의로만 흐르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럴 거면 새로운 정당이라도 나와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4년 전 대통령으로 뽑을 때 부도덕한 것 다 알면서도 경제전문가라니까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해서 뽑았잖느냐. 그래서 돈 벌었느냐. 대통령 탓할 게 아니다. 여러분이 다들 무언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진보가 집권하더라도 51대 49로 겨우 이겨선 안 된다”면서 “중도까지 껴안아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야 국가를 개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세상 만들기’는 법륜 이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40~50대 연령층 대상의 강연회로, 지난 9월 초부터 시작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시기와 일치한다.

이날 강연에서 법륜 이사장은 “여야도 항상 싸우면 젊은이들이 외면하게 돼 있다. 머리를 맞대도 될까 말까 한 상황 아니냐”면서 “(신문만 보면) 제가 제3당의 핵심인물처럼 돼서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스님이 이런 얘기하면 안 되는 건가. 옆에서 비정치인이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륜 이사장은 발언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한 시민이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자 “여자가 대통령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안철수 교수와 지지도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하루 뒤인 22일 종로구민회관에서 개최된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에서는 “내가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고 하는데 환장하겠느냐, 안하겠느냐”며 “한나라당 사람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하겠느냐”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신문지상을 보면 법륜이 정치 중심에 있다고 돼 있더라’고 얘기했는데 기사에서는 ‘나 스스로가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고 써놨다”며 “내가 얼마나 수행이 잘 됐는지 테스트하나 생각이 든다”고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서도 법륜 이사장은 “스님이 신당을 만든다든지,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다든지 하는 오해가 있는데 제가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 거면 뭐 하러 한나라당·민주당 사람들을 만나 강연을 하겠느냐”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어 그는 “정치의 역할은 평화 통일과 양극화 해소 등 두 가지가 중요하다”며 “국민이 볼 때 이게 만족되지 않으니까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국민적 요구가 (현 정치권에) 수용되지 않고 혼란을 거듭하면 어딘가에서 수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 한나라당·민주당 사람들에게도 똑 같은 얘기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륜 이사장은 “국민들이 각성해 첫째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둘째로 지역감정·이념·학연에 치우치지 않은 정확한 투표를 해야 하고, 셋째 묻지마 투표, 기권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 여운을 남겼다.

한총련 합법화 대북 유화정책 등 주장

그러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투표를 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과 달리, 법륜 이사장의 과거 일부 행적들은 이념지향적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법륜 이사장이 2004년 출범시킨 평화재단은 “남북이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지난 시기의 적대관계 속에 생긴 상처를 씻고 교류 협력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60년 간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활동해 왔다.

주목할 부분은 법륜 이사장이 이적단체인 한총련을 두둔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02년 7월 19일 ‘10기 한총련 의장 석방,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합법화를 위한 민주사회단체 지도자 1000인 선언’에 참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명에서 한총련을 “민주주의, 국민 생존, 민족 자주를 위해 분투하는 사회의 소금, 시대의 양심”이라고 극찬한 뒤 “진리와 정의에 기초한 그들의 사회적 발언과 실천을 감옥에 가두는 정부 당국의 탄압이야말로 헌법과 인류 양심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한총련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의 대법원에서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이적단체로 판시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판결에서 한총련에 대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설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했다”며 이적단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륜 이사장은 ‘연방제 통일’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5년 10월 15일 열린 ‘햇볕정책을 넘어 평화로 통일로’라는 토론회에서 “평화통일로 나아가려면 북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든 우리 측에서 주장하는 ‘남북연합’이든 서로 얼마든지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난 2006년 10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북의 핵개발을 이해는 하지만, 동조하지는 않는다”며 “안보의 핵심은 체제 보장이고, 체제 보장의 핵심은 평화협정 체결과 北美(북미)수교 아닌가?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면 핵을 폐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륜 이사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인 2010년 6월 17일 527명의 종교인인 참여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로 보건대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 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륜 이사장의 가족 중에는 과거 공안사건에 연루됐던 인물도 있다. 그의 셋째 형 최석진 씨는 1979년 적발된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 관련자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84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바 있다. 법륜 이사장 본인도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1979년 경찰 대공분실에 불려가 며칠 동안 두들겨 맞고 물고문을 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탈북자 돕기 등에서는 좌파와 차별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륜 이사장은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좌파진영 대부분의 인사들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법륜 이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김정일 정권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국가와 정권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반민중적이었지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속에 들어 있고 전두환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은 부정할 수 없다”며 “김정일 정권의 반민중성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국방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북한 정부와 국가적 권리 등은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법륜 이사장은 “북한의 권력은 민중의 관점에서는 가해자이고 비민주적인 부분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화해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밖에 없어 혼란스럽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이는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좌파 진영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이로 인해 그의 이념적 스탠스를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뿐만 아니라 법륜 이사장은 탈북난민들을 돕는 활동을 오래 전부터 지원해 왔다. 이로 인해 그가 주도한 각종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은 그를 탐탁찮게 여기고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재단은 홈페이지 소개문에서 “민간재단으로서 특정 사상이나 이념,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 이 땅에 전쟁과 구조적 폭력을 종식시켜 평화의 세상을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파적-이념적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법륜 이사장은 1969년 경주 분황사로 출가했지만 아직 승적이 없는데, 이는 출가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회운동을 하며 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승적까지 포기할 정도면 그가 정치 및 사회 문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법륜 이사장은 안철수 교수가 참여했던 ‘청춘콘서트’의 기획자이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법륜 이사장이 주도해온 평화재단 산하 평화교육원 원장이다. 안철수 교수가 약 1500억원대의 재산을 기부하는 등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그의 이념성향과 정책 등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안 교수 주변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비록 ‘신당 창당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법륜 이사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당분간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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