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게으르다?
미국인들은 게으르다?
  • 이상민
  • 승인 2011.12.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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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발언으로 논쟁 중인 미국사회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게을렀다고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1월 12일 APEC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이 미국인들 보고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포성을 열었다. 백악관은 이에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 문장만 악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말은 미국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나왔기 때문에 미국인 전체가 게을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맞다며 미국인들은 그동안 게을렀다고 공감하고 자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CNN 논평가인 로랜드 마틴은 미국인들이 수십년 간 게을렀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며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똑 같은 말을 했어도 ‘아멘’하며 동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예로 미국 학생들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었다. 현재 미국의 8학년 학생(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들의 68%는 읽기능력이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은 30개 선진국들 가운데 과학은 21위, 수학은 25위로 바닥권이다.

해외투자 유치에 소극적이라는 의미 발언

매년 120만명의 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하고 있다. 매일 6,000명, 매 초당 25명이 중퇴하는 실정인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률은 평균 70%이고 흑인과 라티노들은 약 절반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며 시험지에 빨강색으로 점수를 매기지 못하고 등수를 표시하지 않으면서 더욱 약한 아이들만 나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결론은 미국이 계속 위대한 나라의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일하는 것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는 것이었다.

지난 9월에 출간된 책 ‘저것이 바로 우리였는데: 미국은 우리가 발명한 세상에서 어떻게 뒤처졌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That Used to Be Us: How America Fell Behind in the World It Invented and How We Can Come Back)도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이 책은 미국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에서 2년째 공사 중인 워싱턴DC 기차역의 에스컬레이터를 예로 들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기차역이 큰 혼잡에 빠지는데도 에스컬레이터는 고장 난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가장 섬뜩한 사실은 사람들이 이미 먹통 에스컬레이터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미국이 과거 위대한 국가로 돌아가는 데는 미국인들이 더 저축하고 덜 소비하며 더 오래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교육, 기간산업, 연구, 개발에 더 투자하고 우리 사회를 재능 있는 이민자들에게 더 개방할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통제하는 규제들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다시 모든 사람이 와서 일하고 싶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은 곳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것이 원래 미국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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