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 빠진 대만 총통 선거
혼돈에 빠진 대만 총통 선거
  • 김용선
  • 승인 2011.12.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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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14일로 닥친 대만 총통 선거가 갑자기 혼돈 상태에 빠졌다. 마잉주 총통(중국 국민당 주석)의 지지율이 갑자기 떨어져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최대 야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와 같거나 역전되는 사태가 된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대만의 정치 상황은 크게 흔들렸다. 4월 27일 마잉주 총통과 차이잉원 후보는 같은 날에 각각 총통 선거의 여야 후보로 선출됐는데 차이잉원 후보의 고전이 두드러졌다.

마 총통은 7월 우둔이 행정원장(총리)을 부총통 후보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지만 차이잉원 후보는 당내외 유력자로부터 러닝메이트를 거절 당해 9월 초에야 민진당의 쑤자취안 비서장과 콤비를 하게 됐는데 그 직후 쑤자취안의 신변 문제를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들고 나와 그 방어에 급급해 왔다.

그런데 마 총통이 10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중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자 그 직후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를 느꼈는지 마 총통이 3일 뒤 “평화협정 체결의 가부는 국민투표에 묻겠다”고 했다. 야당은 마 총통이 야당 시절 천수이볜 정권의 국민투표 제안에 항상 반대해 왔던 과거의 언동을 상기시켜 그 모순을 심히 규탄했다. 다른 한편 대만의 중요한 문제를 대만 주민의 투표로 결정하는 것을 일관해서 반대해 온 중국도 환영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중국과 대만의 교류 창구인 천원린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은 10월 20일 톈진시에서 열린 대만측의 해협교류기금회와의 책임자급(장빙쿤 이사장) 회담에서 중국과 대만의 “상호신뢰가 무너지면 협의 계속은 불가능하며 지금까지의 성과는 무효로 된다” 면서 마 총통의 발언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지금까지 중국과는 “통일하지 않고”, “전쟁하지 않고”, 그리고 “독립하지 않는”현상 유지 정책을 표방해 온 마 총통의 이번 발언 배경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차이잉원 후보가 명확한 대 중국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지율이 저조한 것을 보고 경제를 중심으로 한 대 중국관계 확대의 성과를 정치 안보 분야로 넓힘으로써 우위를 확고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저조한 경제 상황과 소득격차 확대 등 국내문제로 민진당에게 공격받는 것을 막기 위해 쟁점을 대 중국관계 쪽으로 돌리고 동시에 총통 선거에 있어서 중국의 간접 지원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꺼낸 것은 실패로 보인다. 마 정권과 중국은 지금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경제를 중심으로 한 교류, 협력을 추진해 왔다. 여기서 ‘중국’은 대만에서는 ‘중화민국’, 중국으로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하지만 그 차이를 언급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 왔다.

중국으로서는 평화협정 체결이 ‘20세기 초로부터의 국공내전에 종결을 찍고 쌍방이 중국과 대만의 통일에 합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당 계열인 연합보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중국과의 통일 지지는 11%에 지나지 않으며 독립 지지가 25%, 현상 유지가 53%이다. 2차대전 후 중국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권의 엘리트로 최고위직에 올라선 마 총통은 대만 주민의 뜻을 제대로 못 읽은 것 같다. 

산케이신문 11/19

정리 : 김용선 객원해설위원 서울대 공대 졸업, 전 LG 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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