場마당, 북한주민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 창구
場마당, 북한주민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 창구
  • 강시영
  • 승인 2011.12.07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당국, 중동지역 자유화 소식 철저히 통제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주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시장에서의 정보 교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국회인권포럼과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이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북한 언론 자유를 위한 미디어 국제회의’에서 곽정래 서울대 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한국 물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며 주민간 정보 유통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곽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비공식 네트워크 형성이 북한체제 유지의 근간인 이념과 사상의 이완을 가져오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암시장을 통해 중국에서 VCR, CD, DVD, USB, 레코더, TV수상기, 휴대폰, 위성TV, 라디오 등의 새로운 매체가 유입되면서 북한주민의 외부 정보 접촉은 질적 양적인 면에서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언론은 철저한 어용 언론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다수의 북한주민이 중국 등과 같은 외부세계와 정보에 대한 직간접적 체험으로 북한당국의 선전선동에 기반한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의해 자행되던 북한사회 정보의 거짓과 폐해를 깨닫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언론기관에서 실제 언론 환경을 체험한 탈북민의 경험담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장해성 전 조선중앙방송 정치부 기자는 “북한의 언론은 철저하게 김정일의 어용 언론이다”라고 단언하며 “북한의 언론에 대한 감독 통제는 선검(내부검열), 국검, 후열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모든 언론에서 쓰지 말아야 할 표현들을 수천 개나 지정해 두고 있는데 예를 들면 ‘오동나무’는 ‘향동나무’로, ‘당나귀’는 ‘하늘 소’로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제재받는다고 한다.

1970년대 한 기자는 ‘민주인사 김대중’을 ‘민주인사 박정희’로 써 축출당했고 다른 기자는 1990년대 중반 김일성의 ‘일’자를 빼먹어 6개월 동안 생산 현장에서 무보수로 일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언론 자유를 위한 방법들을 논의하기 위해 남한의 대북민간방송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 이날 행사에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개인주의에 입각해 국가와 사회, 가정과 개인, 경제와 문화의 모든 영역들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대북용 영상물의 모든 장르가 충격적이지만 사회성이 강한 북한 주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자유, 사랑과 애정, 개인주의적 도덕성을 보여주는 영상물이다”라며 대북텔레비전, 대북라디오, 대북전단지, 대북물자투입을 배로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외부 정보 유입이 북한체제 최대 위협

김흥광 대표는 이러한 매체를 접한 북한주민들의 꿈은 3대세습을 하는 사회주의 북한이 아닌 남한이나 미국사회처럼 국민들이 자유롭고 풍요롭고 문명한 북한이라고 말하며 이를 실증하는 자료로 2009년 10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소지품 조사에서 1만8,000명 중 2,000여명에게서 대북영상물이 든 CD와 USB가 발견된 사실을 밝혔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북한에서는 정권 수립 직후부터 개인이 언론 출판의 자유를 박탈당했고 관영 매체들의 통제가 완벽하게 구현됐기 때문에 사실상 통제할 언론조차 없었다”고 규정하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또한 북한 주민이 가장 많이 접하는 방송매체는 ‘조선중앙3방송’으로 모든 가정과 직장, 공장, 협동농장에 유선 스피커를 통해 청취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이 김일성 사망 이후에 공산주의 서적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의 도서관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관련 서적 뿐 아니라 모택동 시절 중국의 정보, 개혁개방 이전 구소련과 관련된 정보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의 사전 승인 없는 외국 정보 접촉을 모두 불법화하고 있고 외국 여행자들에게는 출국 전, 입국 후 외국에서 접한 정보를 누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중동지역의 자스민 혁명이나 카다피 사망 등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낄 만한 정보는 철저히 통제된다는 것이다.

앤드류 새먼 워싱턴타임스 특파원은 군사적 수단을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하는 북한에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정보 공격을 정치적 지렛대에 포함시킨다면 전술 옵션에 잠재적 도구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정보 유입으로 경제적 통제를 상실한 북한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정치 부분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축사를 한 김태훈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원장(변호사)은 “탈북민들이 비밀리에 단파 라디오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으면서 탈북을 면밀히 준비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에서 라디오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격려사에서 “북한은 중동에서 일어난 민주혁명의 종착지이다”라면서 나치스와 볼셰비키가 막강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붕괴한 것은 서방세계의 월등한 억지력만이 아니라 사실과 진실의 힘을 전파한 자유언론의 힘이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유언론의 펜과 영상이 요덕수용소 내부를 전세계 안방에 보여주는 날을 기다린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