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후임 성공의 비결
원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후임 성공의 비결
  • 이근미
  • 승인 2011.12.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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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열전] 지구촌교회 진재혁 목사

 
지구촌교회에 올해 1월 부임한 진재혁 목사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설교 잘하는 이동원 목사 후임으로 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진 목사는 “부담이 된 건 사실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답했다. 대형교회에 2대 담임목사가 부임할 때마다 화제가 됐으나 그 중에서도 지구촌교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1994년에 허허벌판이었던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에 들어선 지구촌교회가 개척 7년 만에 출석인원 1만 명을 돌파했을 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동원 목사의 설교가 성장비결’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에 국민일보에서 전국 13개 신학대학원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교 말씀에 관심이 가는 목회자’를 물었을 때 이동원 목사가 1위에 올랐다.

지구촌교회는 정년 제한이 없는 침례교회이나 이동원 목사는 지난해 말 65세에 조기 은퇴했다. 젊은 원로목사와 출석성도 2만5,000명의 대형교회에 부임하는 일이 이래저래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올해 46세인 진재혁 목사는 17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버지니아주립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트리니티신학대학원 선교학 석사, 풀러신학교 리더십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나성 영락교회에서 선교목사와 교육목사로 사역했고 아프리카 케냐에서 3년간 선교사로 사역했다. 지구촌교회로 부임하기 직전 미국 뉴비전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었다. 성도 1,100명일 때 부임한 뉴비전교회는 6년 만에 2,600명 교회로 성장했다.

진재혁 목사는 지구촌교회 담임목사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됐을 때 자신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청빙위원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으니 한국으로 와 달라”고 할 때 “사역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갈 수 없다”며 오지 않았을 정도이다.

“장로님들이 전화로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정작 통화가 됐을 때 힘들 테니 1시간 만에 끝내겠다며,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질문을 하시길래 ‘구색 맞추기’인가보다 생각했지요.”

그로부터 2주일 후 지구촌교회 2대 담임목사로 최종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구촌교회는 이동원 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2년간 세밀한 준비 끝에 진재혁 목사를 낙점했다. 진재혁 목사는 이동원 목사가 미국 워싱턴 지구촌교회에서 사역할 때 인턴 전도사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2000년에 귀국해 2년 동안 지구촌교회에서 영어 사역을 하기도 했다. 이동원 목사는 교회 청빙위원회가 후임을 결정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진 목사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진 목사는 한국행을 결심한 후 일시 귀국해 여러 목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웬만큼 알려진 분들은 다 만났어요. 외국에 오래 있었으니까 그분들에게 문제나 이슈에 대해 듣고 싶었어요. 그분들의 말씀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은 ‘한국이 힘든 때다. 사회가 한국교회를 염려하고 있으니 와서 잘 하라’는 것이었어요. 딱 집어서 ‘인터넷 댓글 읽지 말고 정치적 발언 하지 말라’고 충고한 분도 있었어요(웃음)”

가정 심방하고 부교역자와 문자 주고받아

올해 1월부터 사역을 시작한 진 목사는 “현재 허니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으니 즐겁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건강한 교회에 건강한 목사님과 건강한 성도님들이 계셔서 사랑을 많이 느낍니다. 제가 줄 수 있는 부분이 조금 밖에 없음에도 그걸 굉장히 크고 감사하게 여기셔서 고맙지요.”

진 목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교회를 빠르게 익히고 있다. 부임해서 얼마 안 돼 이동원 원로목사에게 주일설교를 맡기고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예배 때 설교를 했다. 분당과 수지로 성전이 나누어져 있는 데다 학년마다 각각 예배를 드리니 모든 예배에 다 참석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 그와 동시에 실시한 것이 개별 가정을 심방하는 일이었다.

“성도들과 소통하기 위해 심방하고 있어요. 바빠서 1주일에 서너 가정씩 하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계속 하려구요. 대형교회에 와보니 ‘대행’이 많더군요. 숨어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지만 제가 목양을 해야 할 사람이니 만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심방을 하니 힘이 되고 진짜 목회를 하는 것 같아요. 심방 가면 너무들 행복해하시고 저도 계속 초심을 갖게 될 것 같아 좋습니다.”

또 하나 파격적인 행보는 부교역자들에게 휴대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고 문자와 메일로 교류하는 일이다.

“처음에 부임해서 부교역자들에게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메일을 보냈어요. 풀타임 사역자 120명, 파트타임 사역자 40명까지 도합 160명에게 보냈는데 아주 가까이 있는 몇 분 외에는 답장을 안 주는 겁니다. 나를 싫어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담임목사한테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어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하다가 다같이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이제는 교역자는 물론 사무직원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했다. 설교도 새로운 방식을 많이 도입했다.

“1월 첫 주와 추수감사절 때 이동원 목사님과 제가 15분씩 설교했어요. 같은 본문으로 이 목사님이 서론과 첫 번째 주제를 말씀하시고 제가 이어서 두 번째 주제와 결론을 내는 방식이었죠. 내용을 의논하는 건 아닙니다. 목사님이 어떻게 하시겠다고 하면 제가 거기에 맞추는 거죠. 요즘은 야고보서 강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서를 똑 같은 시간에 분당과 수지에서 각각 설교하는 방식이다. 이동원 목사가 해외집회를 다녀오면 진 목사와 진도를 맞춘다.

“어떻게 하면 성도들에게 좋은 걸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설교를 인터넷에 같이 올려놓으면 똑 같은 본문으로 두 편의 설교를 듣는 거죠. 중요한 절기 때 누가 설교하나, 그런 쓸데없는 긴장으로 에너지 소비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얻으면서 윈-윈하는 거죠. 이렇게 하니까 불평이 없고, 좋은 동역의 모습으로 다 행복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분위기와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어요.”

진재혁 목사는 현재의 운영방식이 모두에게 맞는지는 모르나 지구촌교회에는 맞는 모델이라고 말한다.
“이 목사님이 조기에 은퇴하셨고, 설교로 성장한 교회이고, 출석 인원이 2만5,000명에 이르는 교회인 만큼 급격한 변화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사이즈면 변화가 좋을 수도 있지만 사이즈가 아주 클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 목사님의 카리스마로 교회가 성장했는데 갑작스러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팀 사역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목사님은 아직 젊고 건강하시고 능력이 많으십니다. 그런 힘을 사장할 게 아니라 좋은 쪽으로 활용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지요. 이 목사님이 해외집회를 가실 때를 제외하고는 설교를 부탁드립니다. 같이 사역하면서 교회가 더 충만하고 풍성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랑으로 목양하는 일에 관심

‘민족치유, 세상변화’라는 지구촌교회의 기본적인 비전과 목적을 향해 나가면서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진 목사는 숫자나 새로운 목표 제시보다는 새 교회에 적응해나가면서 사랑으로 목양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며 조금 더 듣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립자가 이룬 것도 많고 첫 번째 후임에 대해 기대도 높으니 2대 목회가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후임목사는 원로목사를 향한 사랑과 존경, 겸손이 있어야 합니다. 후임이 와서 잘 되는 건 그 전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두 분 다 하나님을 향해 죽는 게 가장 좋고, 안 되면 최소한 한 명이라도 죽어야죠.”

진 목사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아버지와 아들처럼 영적인 신뢰와 존경으로 맺어져야 하지만 성도들 앞에서는 아빠와 엄마의 관계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서로의 역할을 잘 감당하면서 사랑하는 것이 자녀에게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것처럼,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함께 하면 성도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쁘죠.”

진 목사 사무실에 이동원 목사 부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왜 걸어두었냐고 하자 “멋있잖아요”라며 웃었다.

“이 목사님은 제가 디자인을 하면 도와주시는 역할을 하십니다. 성도들에게 ‘진 목사가 하겠다고 해서 따라가는 거’라고 하시면서 저를 많이 세워주세요. 제가 영어로 설교하고 이 목사님이 통역하신 적도 있고, 릴레이 설교를 하기도 하고, 같은 본문을 시리즈로 하기도 합니다. 룰이 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마다 아이디어를 내서 자유롭게 하는 거죠. 성도들을 혼동시키고 있습니다(웃음)”

후임목사가 오면 교인이 통상 10~20%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지구촌교회는 진재혁 목사 부임 이래로 출석인원이 1,500명 가량 늘었다.

“지구촌교회가 워낙 건강하고 훌륭한 리더십이 있어 팀 사역 하기에 최적의 상황입니다. 제가 별로 한 건 없지만 교회의 모든 부분이 긍정적이어서 밝고 환합니다.”

진재혁 목사는 한국의 평신도 리더십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민교회에는 미국의 개인주의와 실용주의가 어느 정도 배어 있는 반면 한국교회는 열려 있고 긍정적이며 사랑이 많습니다. 한국교회 장점 중의 하나가 교역자에 대한 신뢰와 서포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그게 잘못되거나 남용될 위험이 있다는 거죠. 미국은 시스템이 타이트해서 그럴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민교회 목회자의 두렵고 떨리는 마음과 한국교회 성도들의 사랑과 기도가 잘 연결되면 좋은 열매를 맺을 걸로 기대합니다.”

세상에 영향력 끼치는 리더가 필요

진 목사는 2000년과 지금의 한국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소망이 잘 안보입니다. 이런 풍토 가운데 자라는 다음 세대에 기독교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과연 복음이 들어갈 수 있을지 염려되고 답답합니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교회는 바뀌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교회 리더십에 대한 자각과 이해가 필요할 때입니다. 성숙해지는 길 밖에 없습니다. 신뢰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으니 차근차근 다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리더십 전문가인 진재혁 목사는 ‘세상에 나가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저의 목회철학과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성도들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유명교회나 유명목사가 아닌 ‘성도가 훌륭한 교회’ 를 원하십니다. 관계 가운데 진솔함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사람들을 진솔하게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하지 않으면 다시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모태신앙에 국제변호사 부친, 명문대 졸업, 미국목회 성공, 2대 목회에 훌륭히 안착, 순조롭게 항해 중인 진재혁 목사에게 살면서 고난이 있었는지 물었다. “왜 없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마치고 이민 가서 미국사회에 적응할 때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학년을 낮추어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3학년에 바로 들어갔어요. 마치 정신연령이 멈춘 것 같은 힘든 과정 속에서 기도와 말씀, 찬양으로 더 하나님께 다가갔죠. 영어 가스펠송을 많이 불렀습니다. 당시 이민 1세대 부모님들과 2세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내가 나중에 중간 역할을 하면 좋겠다, 도와주면 좋겠다’는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제가 똑똑했거나 특별한 교육을 받았거나 불철주야 노력했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사역의 마음을 주셔서 소명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로 바로 대학에 진학했고 다음 과정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내년 목표를 묻자 진재혁 목사는 “모르겠어요.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 갖고 그때그때 갑니다”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박영실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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