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가려면 아시아 출신 숨겨라?
美 명문대 가려면 아시아 출신 숨겨라?
  • 미래한국
  • 승인 2011.12.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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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는 지난 3일 재미 있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부 아시안들의 대입전략 ? 아시안이라고 표시하지 말라.’ 내용은 아시안계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인 아이비리그 입학원서를 작성할 때 인종을 묻는 질문에 ‘아시안’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타오타오 홈즈는 엄마가 중국인이고 아빠는 미국 백인이다. 2년 전 예일대 지원서에서 인종을 묻는 질문에 ‘아시안’ 대신 ‘백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지금 예일대 2학년이다. 라냐 옴스테드는 하버드대 1학년이다. 그녀의 엄마는 대만계이고 아빠는 노르웨이계로 그녀도 입학지원서에서 인종란에 ‘백인’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부모가 모두 아시안계가 아니지만 자신의 반쪽인 ‘아시안’ 대신 ‘백인’이라고 표시한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라고 AP는 밝혔다.

라냐 옴스테드는 “중국계인 엄마가 입학 전형 중에 아시안계에 대한 차별이 있다며 인종란에 ‘백인’이라고 표시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부모 중 한 사람만 아시안계면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할 때 절대 ‘아시안’이라고 표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아시안계 학생들에게는 높은 입학 잣대를 들이대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점수가 다른 인종보다 높아도 입학하지 못하는 ‘차별’을 피하기 위한 ‘대입전략’인 셈이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을 때 아시안들에 대해서는 입학 기준으로 다른 인종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에스펜세이드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7년부터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자들을 조사했는데 당시 1,600만점 기준의 SAT에서 백인은 1,410점, 흑인은 1,100점이면 입학이 가능했지만 아시안계는 백인보다 140점이나 높은 1,550점은 돼야 입학이 가능했다.

이런 차별에 항의하며 2006년 중국계 미국인 학생인 지안 리는 교육부에 프린스턴대의 차별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뉴저지에 사는 지안 리는 SAT 점수에서 만점인 2,400점을 받고도 프린스턴대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했다. 그녀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자기보다 낮은 SAT 점수와 평점을 가진 백인 친구는 프린스턴대에 입학했다며 이는 자신이 아시안이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교육부에 조사를 요청했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1960~1970년대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따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계 등 소수인종에 대해 학교 입학에서 우선권을 줬다. 하지만 아시안계 학생들이 뛰어난 성적으로 입학률이 높아가자 아시안계 학생들의 경우 이 소수계 우대정책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이 정책에 따라 아시안계 학생들의 입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종을 묻지 않고 점수 위주로 입학을 결정하는 서부의 일부 명문대에서 아시안계 학생 비율이 높은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의 경우 전체 학생의 1/3이 아시안계이고 버클리대의 경우 전체 학생의 40%가 아시안계다.

미국의 상위 25개 대학의 아시안계 학생 비율이 1992년 10%에서 최근 15.9%까지 늘었지만 차별행위만 없다면 이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아시안계 부모들의 주장이다. 현재 아이비리그 대학의 아시안계 학생 비율은 15%에서 19% 사이이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아시안이기 때문에 입학과정에서 차별했다는 비판을 부인하고 있다. 대학들은 입학 심사할 때 SAT 점수만 보지 않고 과외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리더십 훈련, 역경을 극복한 내용 등 다양하게 본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동문의 자녀들이나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해 아시안계 학생보다 SAT 점수가 낮지만 다른 인종들을 입학시키고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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