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에서 나꼼수에 한 방 먹이다
TV토론에서 나꼼수에 한 방 먹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12.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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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주진 한국대학생포럼 대표

 
12월 7일 방송된 tvN의 <백지연의 끝장토론 시즌2>에서 패널로 등장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과 토론 대결을 펼친 윤주진 학생이 화제다. ‘나꼼수, 대안언론인가 선동매체인가’라는 주제로 벌인 이날 토론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상대편 토론자는 배은희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배은희 국회의원의 부드러운 논조는 ‘나꼼수 스타일’대로 나가는 정봉주 패널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나꼼수를 선동매체로 생각한다는 쪽에 선 윤주진 학생이 “재미 있는 방송인 건 맞지만 비속어가 심하다 “ “나꼼수가 진보계의 조중동아닌가?” “정봉주 패널이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라면 방송을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봉주 패널과 팽팽한 논박을 펼쳤다.

방송 후 윤주진 학생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보수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의 대표라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것 아니냐’며 윤주진 학생의 ‘신상털기’까지 시도했다. <미래한국>에서 윤주진 학생을 인터뷰했다.

<끝장토론> 뒷이야기

이날 방송에서 나꼼수가 선동매체라는 입장에 선 한 학생이 나꼼수에 대해 반박하는 멘트를 던지자 정봉주 패널은 “교수님 같다”며 비꼬는 투로 말했다. 학생은 바로 “죄송하다”고 말하며 다소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윤주진 학생에게도 역시 “교수님 같다”는 공격이 들어왔다. 윤주진 학생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시종일관 당당한 논조로 반박했다. 흥분한 쪽은 오히려 정봉주 전 의원이었다.

“방송에는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정봉주 전 의원이 많이 당황한 상태였어요. 실수로 저한테 ‘당신이…’하다가 ‘이 부분은 편집해주세요’하고 다시 진행하기도 했죠. 심하게 말하면 저를 정상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어요. ‘20대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식으로 저를 계속 가르치려고 했죠. 나꼼수의 비속어 사용 문제 정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자기 방어가 심해 보였어요. 차라리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으면 더 나았을 겁니다.”

윤주진 학생 논란과 더불어 백지연 사회자의 진행이 편향돼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방송에서 백지연 사회자는 정봉주 전 의원의 의견을 자르고 반대 쪽으로 넘기거나 선동매체에 대한 논의로 집중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편집이 된 상태에서 보니 제가 봐도 백지연 씨가 좀 치우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봉주 의원이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출마하실 겁니까 안 하실겁니까 물어보면 깔끔하게 예스, 노를 밝히고 시작하면 되는데 별의별 사족을 다 붙이는 바람에 일정한 부분에서 자를 수 밖에 없었죠. 백지연 씨도 처음에는 열심히 들어줬지만 사회자로서의 입장이 있으니 그날의 논점에 맞춰 토론이 진행되도록 이끈 것이구요. 녹화가 3시간 정도로 길어지자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 정봉주 씨가 백지연 씨에게 너무 심하게 짓궂게 했어요. 한마디로 나꼼수 식으로 한 거죠. 나꼼수 식으로 이끌고 가려고 하니까 사회자인 백지연 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됐던 것 같아요.”

정봉주 전 의원의 태도도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나꼼수 스타일을 유지한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정권 창출을 이끌고 갈 힘이 농담과 시니컬한 어조뿐이 아닌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고 한다.

“그날 정 전 의원의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불량했습니다. 토론장에 들어오자마자 대학생들에게 반말을 했고, 백지연 앵커에게도 농담 섞인 이야기를 했는데, 꼭 약을 올리는 것 같았어요. 배은희 의원에게는 ‘예쁜 여성 앞에서는 제가 말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말을 잘할지 못할지 두고 보십시오’라면서 여자가 들으면 기분이 나쁠 듯한 말을 유머라고 던지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정말 국회의원이 될 사람이 맞는지 의심됐어요. 진지한 얘기를 해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인데 너무 애써서 쿨한 척 하려고 하는 게 보였어요. 대중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하다 보니까 그랬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장기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깎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윤주진 학생의 발언 부분은 편집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전 주 방송에도 토론단으로 참가했지만 별다르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일이었다.

“그때는 천 페이지 정도의 자료를 읽고 준비해갔는데 아무 쓸모가 없더라구요. 오히려 나꼼수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나갔어요. 평소 방송을 들으며 했던 생각만 전달했죠. 방송 전에 토론단끼리 모여 한 시간 정도 토의를 하긴 하지만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한국대학생포럼 대표로서 쌓아온 말하기 실력이 발휘된 것 아니냐고 물으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보수단체의 대표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토론단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싫고 좋은 식의 자기 기호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수 대학생으로 산다는 것

“시민토론단에는 저 말고도 대부분이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집중 홍보하는 언론사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저처럼 대학생 단체 대표도 있었구요. 제가 말했던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공격하는 것이겠죠. 제가 속한 특정 단체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테구요.”

윤주진 학생이 대표로 있는 한국대학생포럼에서 받은 어버이연합 측의 후원금 논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한 번 정도 받았습니다. 한국대학생포럼이 대학생 단체다 보니 경비도 없고 열악한 상황에서 열심히 시위를 하니까 회원 분들이 회비를 모아서 줬었죠. 하지만 어르신들이 1000원 2000원씩 모은 약소한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그 마음 때문에 제게는 소중한 돈이었지만요.”

어버이연합은 60~70대 노인으로 구성된 우파 성향의 단체다. 과격한 단체로 소문이 나 윤주진 학생도 한동안 멀리하다 회원들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된 후에 만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보수단체가 순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그래도 진정한 의도가 전달되기 때문에 감동이 돼요.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처음에는 도와주는 것처럼 하다가 결국에는 젊은 보수 학생들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어 실망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대학생으로서 보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말이죠.”

어버이연합 후원금 논란을 빌미로 정봉주 전 의원은 윤주진 학생을 가리켜 ‘어린 나이에 돈과 명예에 물든 불쌍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주진 학생은 우리나라 진보의 한계가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독재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이 있습니다. 기존 권력을 옹호하거나 공유하면 무조건 안 좋은 시각으로 보는, 일종의 자신이 만든 프레임에 갇힌 것이죠. 제가 우파 성향을 가지게 된 것도 진보세력이 가진 도덕적 오만함이 싫어서였습니다. 약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 주류로 편입하게 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와 같은 젊은 보수가 대학사회에서는 비주류입니다.”

윤주진 학생은 현재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 정치인의 길을 걸을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학자의 꿈을 갖고 있을 뿐, 시민으로서 가끔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정도만 하고 싶다고 한다.

학부 전공을 살려 대학원에서도 정치외교학을 공부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끝장토론>에 자주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생 대중의 욕만 먹고 사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도 든다고 말하는 그는 당당히 보수의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한국 대학생의 현주소였다. (미래한국)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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