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양에서 본 김일성 장례식
내가 평양에서 본 김일성 장례식
  • 미래한국
  • 승인 2012.01.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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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오진하 전 북한 보위부 요원

 
나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죽었을 때 평양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을 호위하는 호상근무를 섰다. 김정일은 모든 주민들을 조직 단위로 아침 점심 저녁에 동상을 참배하게 했는데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참배하러 와서 묵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머리 조아리고 통곡하다 까무러치기까지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 생활을 시키니까 세뇌가 돼 그런 반응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들은 북한 땅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자식들에게 그런 것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성 김정일 만세를 남보다 크게 불러야 평가가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국가보위부원으로 동상을 지키며 그런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대학생들 참배자 중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눈물이 안나오면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다.

김일성 미이라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것  

김일성이 죽은 후 김일성 주석궁이 금수산 기념 궁전으로 이름이 바뀌고 김일성 시신이 안치됐다. 나는 주석궁일 때는 못들어가 봤지만 금수산 기념궁전이 되고 나서 조직생활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1년에 일곱 번씩 들어갔다. 그전에는 김일성이 키가 크고 잘 생긴 줄로만 알았는데 미이라가 돼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도 했다. 군대에 있을 때 남한 삐라나 라디오에서 보고 들은 대로 뒷머리에 혹이 난 것을 확인했다. 김일성이 살아서 호통치고 스스로를 20세기 태양이고 전세계에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선전했는데, 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이 한민족을 너무도 오래 고통 속에 놓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후 김정일이 북한을 통치하게 됐지만 북한사회는 더욱 악화됐다. 우리 탈북민들은 김정일에게 원한도 많고 그가 하루빨리 죽기를 기대해 왔지만 김정일 하나 죽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인간이 남겨놓은 우상화와 이를 따르는 미친 정신이 잘못된 것이다. 세뇌된 우상화가 없어지지 않으면 북한 사회는 깨지지 않는다.

나는 2005년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구 북한구원운동)에서 일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국경지역에서 북한 내부에 라디오를 많이 들여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탈북하는 사람들로부터 들어보면 요새 북한에서 라디오를 못듣는 사람이 없다. 장마당에서는 장사꾼들이 브라운관 TV는 팔러 오지 말라고 한다고 한다. 다른 물건의 값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새는 LED TV가 거래된다. 아무리 북한 당국이 통제하려 해도 주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증거이다.

최근에는 혜산 주민들이 겨울철 산에 가서도 뜯어먹을 풀이 없자 레일을 훔쳐 판다고 한다. 레일 한 개 무게가 900킬로그램 이상인데 허기진 주민들이 레일을 뜯어 메고 두만강 헤엄쳐 가 판다. 북한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국경의 군인들이 보초 근무 나가 초소에 자동보총을 걸어놓고 중국에 가서 밥 얻어 먹고 온다고 한다.

북한에 식량이 없어서 굶어죽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모든 군에는 2호 창고라는 것이 있다. 이곳에 1개 군이 전쟁 때 3개월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비축해 놓는다. 북한에서는 이를 전쟁 예비물자 창고라고 부른다. 이 2호 창고의 존재를 몇몇 간부를 제외하고는 북한 주민들도 모른다. 1개 군에 한 개씩 있는 이 창고를 다 풀면 북한 주민들도 남한 사람들 만큼 먹을 수 있다. 이를 1980년대 중반부터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남한에서는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며 대북지원을 하자고 한다. 나는 이를 보고 북한을 보는 내 시각이 잘못된 것도 있고 내가 민주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남한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남한이 북한에 끌려 다니며 계속 당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의 정신과 육체는 ‘수령의 것’  

북한을 인종적으로 증오하라는 문제가 아니다. 강도가 평화롭게 잘 살아야 할 내 가족, 내 이웃을 죽이려 하는데 이를 막고 평화롭게 살려면 강도를 없애야 한다. 강도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위해 제거해야 하나님 백성이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고 안전하게 평화롭게 산다고 생각한다. 신앙인들의 기도로 북한주민 구원의 날이 오기를 바란다.

우리는 북한이라는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북한 정권이고 북한 주민이 아니다. 북한은 독일이나 동유럽 러시아와 다르다. 지금까지 북한이 유지돼온 요소는 첫째 수령에 절대 충성, 둘째 외부의 적에 대한 적대감, 셋째 강력한 주민 통제이다. 김정일이 1974년 4월 14일 밤새 당의유일사상체계10대원칙을 썼다. 거기서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위해 살며 숨쉬며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정신과 육체는 그들 것이 아니고 수령의 것이고 자신들은 걸어다니는 송장이라고 얘기한다.

탈북민 중에는 군 출신이 2,000여 명이나 된다. 장교 800여 명 그중 여군장교 70여 명, 소좌급 이상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 200여 명이다. 인적 자원이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잘 활용해 다가오는 통일에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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