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새 지도부에 또 속을 것인가
미국은 북한 새 지도부에 또 속을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2.01.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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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북한의 권력 이양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매우 당황스러운 것이다. 김정일이 죽기 얼마 전 미국에서 나온 이야기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 실험을 ‘일시 중지’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25만 톤의 식량지원을 해주자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거래는 완전히 쓸데없는 짓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입증해온 것처럼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어떤 거래도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을 일시 중지한다는 것은 북한의 기존 미사일과 핵시설들은 전혀 손대지 않고 나중에 다른 충돌이나 불일치가 있을 때 북한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 6자회담 재개도 위기를 미룰 뿐이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정일이 유리 관 안에 안치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는 미뤄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미국의 대북특사인 글린 데이비스가 북경에서 고위 북한관리를 만나기 위해 떠나려고 하던 날 검은색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은 북한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김정일의 죽음을 통곡하며 알렸다. 미국의 북한인권특사인 로버트 킹은 이미 북경에서 북한 고위관리를 만나 대북식량원조에 대해 논의했다. 킹 특사는 몇 달 전 다른 미국 관리들과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은 충분히 식량이 있었지만 노동당 특권층과 정부 관리, 110만명의 군인들을 먼저 먹이느라 굶고 있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은 무시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다. 북한에서 누가 실제 권력을 잡을 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위대한 계승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공식 직함을 얻으면 그는 국가수반으로 여겨질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이미 장군으로 임명된 김정은은 실제로는 군경험이 하루도  없으면서 ‘최고 지휘관’이라는 직함을 받을 것 같다.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있던 국방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이 섭정의 형태로 북한을 통치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아내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김정일을 설득해 한동안 사라졌던 장성택을 정치적인 연옥에서 나오게 했다.

북한에서 권력 이양이 전개됨에 따라 미국은 대규모 식량지원을 미끼로 미사일과 핵실험의 일시 중단을 요구하며 화해 진전을 위해 노력을 재개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안정’을 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북한지도부가 협상 타결을 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녀는 적어도 김정일의 죽음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협상) 가능성들을 검토하는 과정이 계속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접근은 실망하게 될 공식이다. 북한이 핵협상에서 약함으로 보는 양보를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만일 김정은이 권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그는 북한 TV화면에서 비쳐지는 뚱뚱한 애송이가 아니라 ‘강한 사나이’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할 것이다. 장성택은 이미 필요한 휘장을 완벽하게 갖춘 장군 제복을 입고 있다. 그는 외교적 압박에 약함을 보이면서 110만 북한 군인들을 실제 통솔하는 장군들에게 자신의 입지를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 권력 투쟁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됐다. 김정일은 김정은이 통치 현실에 익숙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시간을 원했다. 김정일은 적어도 아버지인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오는 4월의 대축하 행사에서 아들 김정은과 함께 등장해 자신의 권력과 아들의 권력을 보여주고 싶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행사는 축하가 아닌 애도의 행사가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 권력 변화가 최종적으로 어디로 이어질지 살펴볼 만한 가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우려되는 것은 그 사이 미국이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을 잘못 인도한 똑 같은 사람들의 약속에 속거나 협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좋든 나쁘든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현재 미국의 최선의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몇 년은 아니지만 몇 달 동안은 모를 것이다. (미래한국)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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