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충분조건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충분조건
  • 미래한국
  • 승인 2012.01.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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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편집위원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어떠한 경제정책이 성공하고 어떠한 경제정책이 실패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제원리에 충실한 정책은 성공하고 경제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실패한다. 문제는 경제원리에의 충실 여부가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닌 데 있다. 경제원리에 충실한 정책이라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인 경제원리는 무엇이고 성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오늘날 경제학과 경제학자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낮은 신뢰 심지어 불신에까지 이른 이유는 현실의 경제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정책 실패는 경제학과 경제학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반 국민과 지도자들이 올바른 경제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여타의 제약 때문에 올바른 경제원리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자리잡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원리를 따르지 않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어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리 국민은 많은 경우 경제에 관한 한 문맹인(文盲人)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가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대다수도 경제 문맹인이라는 점이다. 기본 개념을 잘 모르고 정확한 지식이 없이 경제문제에 대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경제문맹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美名) 아래,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제약 없이 개진할 때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비극적 종말로 귀착된다.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는 기본 원천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어떻게 제안할 수 있으며, 경제변수들 간의 이론적, 실증적 상관관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을 어떻게 정합성 있게 엮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경제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인 경제원리는 무엇인가? 맨큐(Gregory Mankiew) 하버드대 교수는 유명한 경제원론 교과서 제1장에서 10개의 경제원리를 제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선택에 직면하고 그 선택 과정에서 하나를 택하면 반드시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 지도자와 정책 담당자들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이 경제원리를 이해하고 있는가? 물으면 그 정도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박한다. 막상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다. 무상의 복지가 가능하고 모든 것을 동시에 다 할 수 있다고 어떻게 계속 주장할 수 있는가? 거래가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경제원리인데 자유로운 거래를 얼마나 규제하고 있는가? 현실의 거의 모든 정책이 이들 경제원리를 무시하거나 이들 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그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느냐 말이다.

충분요건은 제대로 된 경제정책 내용 마련과 국민적 에너지 결집

그러면 경제정책 성공의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두 가지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의 경제정책은 경제원리라는 과학적 요소와 지도자의 정치력이라는 예술적 요소의 결합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책당국자나 관련 전문가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는 정책의 과학적 요소인 정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지 정책의 정치적 예술적 요소인 정책의 결정과정 자체의 합리성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된 적이 거의 없다.

국가가 지향해야 할 경제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은 정책 성공의 충분조건이며 이는 정책결정 과정상의 문제이다. 정책결정 과정상의 문제는 첫째 과정의 체제적 구조적 문제, 둘째 정책입안 과정상의 문제, 셋째 정책자문 방법상의 문제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돼 논의될 수 있다.

먼저 정책결정 과정 전반의 체제적 문제점으로 첫째 국민의 다양한 욕구가 정책으로 수용되는 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으며, 둘째 정부의 의사결정 방법이 국민의식의 변화 경제규모의 확대 그리고 사회발전 단계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며, 셋째 경제정책 간 그리고 정부부처 간 일관성과 조화를 도모하게끔 조직 구도가 구축돼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이 지적될 수 있다. 민의의 수렴장인 국회는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이며 길거리에서 정책 주장을 하고 있다. 특정 정책을 놓고 각 부처 간에 전개되는 밥그릇 싸움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경제정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단 말인가?

다음으로 정책입안 과정상의 문제점으로, 첫째 목표 설정에 있어서 가치관이 분명히 인식·설정되고 있지 못하며, 둘째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으며, 셋째 사회 전반에 걸친 이해집단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직이 없으며, 넷째 지시복명적 정책 입안으로 창의성이 결여되고 있으며, 다섯째 중간관리 계층의 검토가 불충분하고 과잉 여과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정책 대결은 기본적으로 이념 대결인데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은 확실한 이념이 없다. 그래서 정책의 본질이 부각되지 않으며 같은 당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정책자문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야 할 것은, 첫째 많은 전문 연구기관이 설립 운용되고 있으나 고유의 정책개발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으며, 둘째 정보를 관료가 독점해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현실적 정책 토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전문적 정책자문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국책 연구기관은 국민을 위해 정책자문을 해야 하는데 당대 정부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학자들도 올곧은 정신으로 정책을 다루기보다는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정부 용역에 참여하기 위해 관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원리 부합과 결정 과정의 합리성이 충족될 때 성공

경제정책의 내용이 결정된 후 정책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기보다는 정책 내용의 결정 단계에서부터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함으로써 정책의 성공이 더 크게 보장된다. 각종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독주하고 전횡을 함이 자주 관찰된다. 각종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정부는 문제 또는 필요성만을 제기해 놓고 여론의 흐름을 느긋이 관찰하는 여유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가능한 한 문제의 제기에 관심을 쏟고 해결책의 마련은 뒷전에서 조용히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되 여론에 끌려서가 아니고 여론을 선도하며 결정을 하는 것이 정책 실패의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정부 정책의 성공을 보장하고 신뢰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정책의 내용을 경제원리에 부합되도록 제대로 만들어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고 정책결정 과정의 합리성 추구로 충분조건이 충족될 때 경제정책은 성공을 거둘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의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병폐에서 탈피할 것이고 정책이 번복되는 병폐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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