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기회가 오고 있다
통일의 기회가 오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1.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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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역사이야기]

어느 문명 어느 민족의 역사에나 황금시대에 대한 기억이 하나쯤은 있다. 에덴이나 요순 이야기도 그런 기억에 대한 신화적 추억이겠다. 하지만 위대한 세계 제국의 기억은 신화의 장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문명의 동서나 민족의 울타리는 물론이요 시대의 고금을 넘어 끊임없이 음미된다. 로마제국의 경우가 그러하다. 서양 중세 신성로마제국은 고대 로마제국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헌사였다. 이름과는 달리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었으며 제국도 아니었지만 서양사에서 고대 로마는 그처럼 지워지지 않는 자취를 갖고 있다. 지금도 원하든 않든 미국은 드물지 않게 그 로마제국과 비교된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역사는 짧지 않다. 고조선을 어떻게 시비하든 적어도 신라 고구려 백제가 차례로 건국한 때부터만 해도 2천여 년이 넘는 역사다. 거대 문명과 세계 제국의 역사를 갖지 않았다 해도 그 기나긴 시간을 격해 온 만큼 우리에게도 황금시대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애써 그런 시대를 찾을 이유가 없다. 우리 역사가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서가 아니다. 바로 지금이 최고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민족 역사상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국력이 가장 충실하고 국제적 위상이 가장 높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의 경우다. 한반도의 북쪽 절반은 수천 년 역사상 최악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망국, 건국, 부국

어느 나라나 다 그렇듯 기나긴 역사 속에는 영광과 좌절의 모든 기록이 함께 존재한다. 세계 도처의 모든 역사에서 수많은 민족들과 수많은 국가들이 흥망하고 성쇠하고 또 명멸해 왔다. 그 속에는 때로 화려한 기록이 있고 때로 고통과 수난이 있으며 혹은 명예롭지 못한 자취도 있다. 인간은 그렇게 살아왔고 역사는 그렇게 씨날줄을 엮어간다. 우리도 그러했다.

우리 역사는 간단치 않은 굴곡으로 점철돼 있다. 특히 가까운 과거에 대단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고 있다. 식민지의 굴욕과 전쟁의 폐허, 우리 현대사는 이 지울 수 없는 불명예와 고통의 기억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난을 뚫고 일어섰다.

우리의 20세기 역사는 요약하면 세 단어다. 망국, 건국, 부국! 우리는 망국의 굴욕으로 시작된 20세기를 건국을 넘어 위대한 건설의 영광으로 마무리 짓고 21세기로 들어섰다. 건국과 부국, 산업화와 민주화, 우리는 이를 넘어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 되고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라왔다. 이제 그 다음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의 성취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가? 아니 그런 목표를 세우면 안 되는가? 먼저 해결해야 할 우리 현대사의 남겨진 과제가 있다. 바로 통일이다.

세계 석학들이 말하는 북한의 미래

김정일 사망 이후 여러 추측과 주장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려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목소리는 약하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등의 예기가 많다. 북한은 쉬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의 안정이 한반도 전체의 안정에 다시 말해 우리의 안전에 더 유리하다는 식의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틀렸다. 첫째 안정된 북한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위협일 수 있다는 점, 둘째 북한은 ‘일부’종북 분자들의 기대와 달리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 두 가지다.

영국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2010년 이미 “북한은 인공적 존재로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다시 2019년에 2010년부터 시작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한반도의 재통일을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고까지 말했다.

퍼거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북한을 억지로 지탱시키고 있는 게 중국이지만 중국도 결국 북한이 계속 존재하도록 지원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퍼거슨은 중국의 부상과 힘을 누구보다도 높게 평가하는 쪽이다. 그런데 그런 그조차도 중국이 북한을 지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100년 후>의 저자로 유명한 조지 프리드먼의 조언은 더 직접적이다. 그는 한국이 북한을 접수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북한 정부는 지탱될 수 없다. 북한의 후원자인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지원하는 데 관심을 보일 수 없는 시대에 가까이 가고 있다. 러시아 역시 북한에 관심이 없고, 일본도 북한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는 의지와 이해가 줄어들면 북한의 생존 가능성도 줄어든다. 어떤 지점에 이르면 한국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북한을 흡수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한반도는 과거 폴란드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라고 지적한다. 그의 말처럼 한반도는 한마디로 국제정치적 우범지대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에게 편안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그 불리한 조건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전략적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우리에게도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일련의 행태에서 예전의 오만한 대국 패권주의의 재현을 보고 있다. 한국의 진짜 위협은 직접 대치하고 있는 북한만이 아니라 그 뒤에서 후견자 노릇을 하는 배후의 중국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때 이르게 국제정치무대에서 야심을 노골화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바로 이 덕분에 지금 한국은 미국에 더 없이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서둘러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에 북한을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판단착오다. 중국은 북한만을 붙들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중국은 국경을 맞댄 주변 14개국 모두와 분쟁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소수민족 문제가 폭발 직전이다. 극심한 빈부차로 인한 내부갈등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결정적으로 경제가 점차 한계 상황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의 힘이 중국의 행동 반경을 제한하는 강력한 견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스스로 버텨나갈 힘이 없다. 그런데 그 배후이자 후견자인 중국도 한계가 있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오히려 여유를 갖고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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