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번지는 Give Back 자원봉사 운동
미국에서 번지는 Give Back 자원봉사 운동
  • 미래한국
  • 승인 2012.01.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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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지난 12일 25일 크리스마스. 이날 오전 조지아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대형컨벤션 센터에서는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옷을 제공하는 행사가 열렸다. 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호세아 피드 헝그리’(Hosea Feed the Hungry)라는 단체가 매년 해오는 활동 중 하나. 비가 내린 탓에 예전보다 적은 노숙자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고 하지만 이날 음식과 옷, 이발, 아이들 장난감을 무료로 받기 위해 자리를 찾은 노숙자들은 3,000명 가량이나 됐다. 애틀란타 지역에는 2만명 가량의 노숙자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등록처에서 자신의 주소란에 ‘피치트리 거리’, ‘로우타운 거리’ 등 자신들이 묵고(?) 있는 길거리 이름을 말했다. 말 그대로 집이 없는 홈리스(Homeless)들이다.

이들을 맞기 위해 식당에서는 2만명 분의  음식이 준비됐다. 전날 자원봉사자들이 밤늦게 까지 준비한 음식들이다. 대형집회장 내 원형테이블에는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고 이윽고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배고파하는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음료수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식사를 마친 노숙자들은 옷을 나눠주는 곳으로 가 줄을 서서 필요한 옷가지를 받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발이나 미용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준비됐다. 다 무료다. 이날은 비가 와서 취소됐지만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샤워 트럭이 와서 이들이 몸을 씻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시작됐다. 음악, 춤, 노래 등 노숙자들을 위한 여흥이었다. 한쪽에는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건강 검진도 진행됐다.

이날 3,000여명의 노숙자들을 다양하게 돕는 데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1707명. 자원봉사 한명 당 두명의 노숙자들을 섬긴 셈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왜 크리스마스 아침에 이곳에 와서 자원봉사를 했는지 동기를 물었다. 한결같이 “Give Back”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받은 것을 지역사회에 돌려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4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해 노숙자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데브라 카운터는 “지역사회에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 왔다. 그리고 재미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함께 노숙자들 등록을 받는 자원봉사를 했다.

이날 부엌에서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한 제임스 씨는 이번 자원봉사가 4년째다. 그는 “요즘 크리스마스 문화가 너무 물질적이라고 생각했다. 4년 전부터 특별히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의미를 찾자는 취지로 이곳에 와서 봉사했다. 처음에는 딸들을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가자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인 큰 딸 제인은 “노숙자들을 보면서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렇게 작지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딸과 함께 자원봉사 등록처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등록을 받던 리샤 맥은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처음 왔다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엄마가 가자고 해서 왔다며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2학년 딸과 아들을 데리고 온 할리 체임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다. 추수감사절 때도 와서 했다.” 체임버스 씨는 TV에서 이 행사를 보고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말에 보자마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엄마를 따라 온 두 자녀 역시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서 왔다”며 “다음에는 다른 친구들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원봉사(community service)는 미국시민으로 중요한 덕목이다. 대학 진학이나 직장 취업, 정치 출마 등에 있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했는가는 당락을 좌우하는 필수 기준이기도 하다. 국제 구호단체인 채리티즈 에이드 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 CAF)이 지난 20일 발표한 전 세계 153개국 국민 중 가장 기부활동이 왕성한 국민들은 미국인이다. CAF의 의뢰로 이번 조사를 한 갤럽 여론조사기관은 전 세계 인구의 95%를 차지하는 153개국을 선정해서 모두 15만여명에게 ▲구호기관에 현금을 기부한 적이 있는지 ▲자원봉사 시간을 낸 적이 있는지 ▲지난 달에 낯선 사람을 도운 적이 있는지 3가지 척도를 중심으로 물었다. 미국인은 전체의 65%가 현금 기부를 했고, 자원봉사 참여율도 43%, 낯선 이를 돕는 비율도 73%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인은 ▲현금 기부 비율이 34% ▲자원봉사 참여 27% ▲낯선 이를 도운 비율 44%로, 전체 조사 국가 중 57위였다.

미국의 힘은 자신들이 받은 것을 어려운 사람이나 사회에 돌려주겠다(GIVE BACK)며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부터 가족을 이끌고 집을 나와 비를 뚫고 도착해 노숙자들을 봉사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본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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