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은 어떻게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왔나
영국 보수당은 어떻게 오랜 기간 전통을 이어왔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1.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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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런던=영국인들에게 ‘보수’라는 단어는 미국 혹은 한국에서 갖는 의미와 매우 흡사하다. 보수는 일반적으로 적은 규제와 규율, 최소한의 사회복지, 강력한 법집행과 질서를 선호한다. 영국 노동당과 밀접한 느슨한 관용과 퍼주기식 복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것은 현재 영국 보수당 지도자이며 진보적인 자유민주당과 연합으로 구성된 영국 정부에서 총리로 활동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의 그동안의 활동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보수당의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보다 진보적이다. 캐머런은 2010년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자유민주당과의 연합이 필요했다.

철학적으로 영국 보수당은 한국의 한나라당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염두에 둬야 할 한가지 차이가 있다. 영국 보수당에서는 그 누구도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새롭게 당 이름을 짓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전략가들은 (한나라당의) 낮은 여론 지지율과 올해 선거에서 좌파세력이 득세할 가능성을 감안해 ‘보수’라는 단어가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지 모른다고 믿는 것 같다. 영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국 보수당은 그 기원이 18세기,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영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끌었던 보수 총리인 윈스턴 처칠을 기리고 있다.

캐머런의 보수당은 노동당의 시각과 두가지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다. 국제적으로 캐머런의 영국은 유럽연합(EU)의 나머지 국가들 특히 프랑스, 독일과 거리를 두고 있다. 영국인들은 수년 동안 그들이 신성시하는 영국 화폐를 유로화로 바꾸는 것을 거부해왔다.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그들의 화폐였던 프랑과 도이치 마르크를 오래 전에 포기하고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파운드와 스털링 등 영국 화폐를 그대로 쓰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유럽을 옥죄고 있는 금융 혼란은 영국 화폐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지혜로운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영국인들은 믿고 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영국 화폐를 포기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영국이 자국 화폐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경제위기 앞에서 유럽의 연합이라는 개념에 영국이 냉담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축약된다. 영국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작은 섬이 유럽 대륙의 영향력으로 들어가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항상 영국해협 이상으로 자신들이 유럽 대륙과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대한 구상을 역겨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금융거래특별세를 거부하겠다는 캐머런의 맹세다. 캐머런과 영국 보수들에게 ‘도시’ 즉, 뉴욕 월스트리트와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인 ‘도시 런던’은 매우 중요하다. 캐머런은 유럽인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유럽 뿐 아닌 전 세계에 일어나는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면 금융거래에 대한 특별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적으로 캐머런은 지역 커뮤니티나 민간조직 및 개인의 소관이어야 할 프로그램에 과도한 지출을 하는 비대한 관료주의적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의 핵심적인 시각을 감추는 애매한 이름을 쓰고 있다. 캐머런은 그의 구상을 ‘큰 사회’(Big Society)라고 부르고 있다. 이 말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존 피츠제럴드에 암살된 후 미국 대통령이 된 린든 존슨이 말한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를 떠오르게 한다. 민주당의 존슨 대통령은 새로운 사회보장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확대한 반면 캐머런의 목적은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정부 및 비영리단체가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용어의 애매함으로 여러 비판들이 나왔다. 스티브 리차드는 진보성향의 영국신문인 인디페던트에서 “그것은 작지만 점진적인 변화 혹은 새로운 혁명 두가지를 나타낸다”며 “일부에서는 캐머런의 구상은 주로 지역 자원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은 1980년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강력한 반공정책을 펼쳐 구 소련 언론이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불렀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 마가렛 대처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대처의 위대한 친구,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보수주의와 함께 대처의 정책은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대처 총리의 역할을 하는 영화 ‘철의 여인’이 영국에서 개봉되고 캐머런의 정책이 ‘대처주의의 재연’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더욱 기억될 것 같다. (미래한국)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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