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교체는 희망사항 아니라 기획돼야 할 사항”
“北 정권교체는 희망사항 아니라 기획돼야 할 사항”
  • 미래한국
  • 승인 2012.01.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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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유럽]

 
지구상 최악의 나라에 대한 정권교체는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획돼야 한다. 김정일이 자유로운 가운데 자연사(自然死)했다는 것은 그 때문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과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잘못된 것이다. 이 폭군은 나라를 수용소처럼 다스렸다. 그는 캄보디아의 폭군 폴포트 이후 그 누구보다 수용소에서 혹은 불필요한 영양실조와 기근으로 북한주민들을 죽이면서 현대사의 어떤 독재자보다 지독하게 비참함과 가난을 퍼뜨렸다.

세계 최악 폭군 김정일의 악행들

북한주민들은 영양상태가 좋은 남한의 사촌들보다 평균 3인치(7.5 센티미터)가 키가 작다. 북한주민 20명 중 1명이 수용소에 갇힌 적이 있다. 누군가 정치적인 적으로 찍히면 그의 전체 가족은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것들에 대한 책임을 김정일에게 물을 수 없게 됐다.

김정일은 북한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무관심했다. 자신의 삶만 놓고 볼 때 인생은 달콤한 것이었다. 그는 코냑과 최고급 치즈와 생선초밥을 즐겼다. 그는 북한주민들에게 권력을 휘둘렀고 핵 도발을 통해 외부 세계를 농락했다. 그는 민간항공기를 폭파시켰다. 그는 영화에 빠져 한국의 영화감독을 납치했다. 북한 전체는 그의 영화세트장로 그곳에서 김정일은 신의 역할을 했고 북한주민들은 그를 숭배했다.

그는 키높이 구두를 신고 배가 불룩 나온 만화 속의 악당처럼 묘사됐다. 하지만 그는 냉철하게 합리적이었고 최종결산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자유로운 가운데 죽었을 뿐 아니라 그와 함께 북한을 다스렸던 소수의 지도층 전체 세대를 보호했다. 무엇보다 그는 가장으로 자신의 영화세트장을 땅딸만한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물려줬다.

이것이 김정일의 죽음을 온전히 기뻐할 수 없는 두번째 이유다. 김정은은 1948년 이후 북한을 통치해온 스탈린식 독재왕조의 3대를 의미한다. 이면에는 추악한 파벌 싸움 내지 가족 간 갈등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12월 28일 김정일의 장례식은 공식적으로 권력이 셋째 아들에게 고모부와 고모의 섭정의 형태로 물려졌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 정권은 부득이하게 계속될 것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동일한 비참함이, 외부적으로 핵 공갈이 더욱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죽었다고 기뻐할 이유가 없다.

1994년 김정일의 아버지, 김일성이 죽었을 때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금처럼 북한정권의 급속한 붕괴와 남한과의 통일을 희망했다. 당시 김정일은 김일성이 갖고 있던 권위가 부족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북한에서 경제개혁이 이뤄지고 정권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오늘날 두가지 귀중한 선물을 유산으로 받았다. 핵무기(와 핵무기가 주는 영향력),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김씨 왕조의 파멸이 임박했다고 전망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만이 아니다.

반기를 들 수 없는 북한주민들

북한정권에 분개할 만한 가장 정당한 이유를 가진 북한주민들은 시골 주민들로 너무 구석진 곳에 있고 가난해 북한정권에 반기를 들 수 없다. 전국적인 억압시스템으로 북한에서 반정권의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돼 있다. 김씨 왕조 주변의 엘리트들은 대다수 혁명세대의 후손들로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이 김씨 정권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김씨 왕조 충성파만들만 모여 있는 북한의 수도 평양의 모습은 이해된다. 외부인으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김씨 왕조에 대한 개인숭배가 인종과 역사에 대한 강력한 신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사람들의 인종적 순수성에 대한 생각이다. 그들은 김씨들이 따뜻하고 사랑 많은 부모이며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국가인 북한을 맹렬하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교육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일부 북한주민들이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진짜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모든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1990년대말의 기근은 북한주민들 가운데 북한정권에 대한 초유의 냉소적인 비판과 함께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타나는 생존 메커니즘을 가져왔다. 중국과의 국경을 넘어가 매매하는 것과 암시장이 커진 것이다. 밀수한 DVD 플레이어로 한국의 드라마를 보는 북한주민들은 지금 그들의 지도자들이 남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억압받고 있다고 말한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회복 불능하게 북한을 바꾸고 있고 언젠가 북한정권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에게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국경의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과 한반도가 통일되면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중국과의 국경에서 미군과 맞닿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한 정권을 지지해왔다. 딜레마는 중국이 어떻게 한다고 해도 북한은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것이고 또 북한사회가 개방될수록 김씨 왕조의 종말은 분명히 앞당겨질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기적을 수차례 보여줘도 김정일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변화가 진전을 가져오는 최선이고 또 잘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이 받아들여야 할 때다. 북한이 혼동 속에서 붕괴되더라도 장기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북한주민들 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이다. 이것이 가져올 평화가 잠재적인 불안정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북한 붕괴는 모두에게 이익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섭정 장성택을 개혁가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를 지지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정권의 붕괴로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결과를 최소화하도록 좀 더 노력하면 중국은 이렇게 할 가능성이 더 많다. 미국과 한국은 가령,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악당의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안심시키는 데 애써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가 평화롭게 되면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중국에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유감스러운 사실은 중국 뿐 아니라 미국(또 다른 지구적 위기를 두려워해서), 한국(많은 젊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북한을 받아들일 때 들어가는 비용을 두려워해서), 일본(통일 한국을 두려워해서)은 북한의 살인정권을 지지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 왕조는 영원히 살아남을 수 없다. 그들을 어떻게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가 빨리 시작되면 될수록 이 지역의 안정과 잊혀지고 짓밟힌 북한주민들을 위해 더 좋은 것이다.
英 이코노미스트(2011. 12. 31일자 커버스토리 사설)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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