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러운 조총련
곤혹스러운 조총련
  • 미래한국
  • 승인 2012.01.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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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일본]

 
북한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인 사실을 ‘최고 기밀’로 하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후계자의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겨 온 조총련 안에 동요를 불러 일으킬 것 같다. 3대세습 반대를 겨우 수습해 김정은 지지를 천명한 조총련으로서는 또 한번 고민에 빠졌다.

김정일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조총련 조문단 제1진인 남승우 부의장 등 일행 4명이 베이징을 경유, 방북을 위해 도쿄를 출발했다. 26일에는 각 지방본부 대표 약 50명이 평양을 향해 출발한다.

실질적으로 의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허정만 책임부의장은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로 방북 후 재입국이 불가능해 조총련은 22일 허 부의장에 대한 재입국을 일본정부에 신청했으나 불허가 결정이 내려져 어려운 입장이 됐다.

이번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로 나선 데 대해 조총련 내부 사정은 상당히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정보 뉴스사이트인 데일리NK의 고영기 도쿄지국장은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재일교포는 모두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임을 알고 있으며 재일교포로서 퍼스트 레이디까지 올라 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재일교포 출신을 어머니로 가진 최고지도자의 등장을 조총련으로서는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일본사회에서 살아 온 재일교포로서는 봉건적인 3대세습에는 위화감이 있어 조총련 조직 안에서도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 때문에 2010년 김정은이 정식으로 등장한 뒤에도 조총련은 침묵을 지켜 왔으며 지난 여름에야 겨우 “김정은 대장의 영도에 복종하자”는 지지 성명을 냈다.

고영희에 대해서는 한때 북한 내에서 ‘존경하는 어머님’이라고 신격화 하려는 문서가 만들어진 일도 있었지만 재일교포 출신임은 ‘말하지 않기’로 돼 있었다.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간 재일교포는 약 9만 명에 달하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위험분자’의 낙인이 찍혀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중요 직책에는 갈 수 없었고 북한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담았다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진 북송교포도 많다. 새로운 지도자의 어머니가 이 계층 출신자라는 사실은 정권을 뒤흔들 수도 있는 ‘폭탄’인 것이다.

‘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 대표인 이영화 간사이대 교수는 “조총련은 고영희의 아들인 김정은의 지도자 등장이 조총련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져 내부반발이 표면화하고 조직의 약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일공작의 중요 거점 역할을 해온 조총련도 김정일이 2002년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이후 조직원의 이탈이 생겼고 일본 정부에 의한 제재조치로 조직이 약화됐다. 허만종 등 간부에 대한 북한으로의 귀국 명령에도 재입국 불허의 제재조치를 이유로 불응하게 되자 북한과의 관계도 냉각해 북한의 중요한 정보가 조총련으로 전달되지 않는 사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케이신문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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