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친근함 블랙커피와 개성약과의 만남
낯선 친근함 블랙커피와 개성약과의 만남
  • 미래한국
  • 승인 2012.01.20 18: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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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획/무엇이 일류를 만드는가]

 
“어떠세요?”

이애란 박사(북한전통문화음식연구원 원장·경인여대 교수)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기자의 시식평을 기다렸다. 블랙커피에 곁들인 개성약과의 맛은 미묘했다. 쿠키보다는 부드럽고 케이크보다는 파삭한 식감은 동서양의 만남 같은 것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본다면 어릴 적 시골에서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를 문득 파리나 뉴욕에서 만난 느낌이랄까. 외국인이 맛 본다면 아마 그 조우(遭遇)의 장소가 반대로 동양의 신비로운 그 어디일 듯하다. 

“개성약과는 100% 저희 남북 여성들이 긍지를 갖고 만든 수제품입니다. 그래서 켜가 살아 있어요. 호박씨와 대추를 토핑으로 했는데 블랙커피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외국인들이 무척 좋아해요.”

이애란 박사는 개성약과에 우리 남북 여인네들의 솜씨와 긍지가 담겨 있다는 자랑을 잊지 않는다. 북한 여성들은 손재주와 손힘이 세기 때문에 그 만큼 약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탄탄하다는 거다.

약과(藥果)는 우리 고유의 관혼상제 전통음식이다. 약(藥)이 되는 과자라는 뜻인데 이때 약이란 다름 아닌‘꿀’을 의미했다. 약과는 꿀과 참기름으로 지져 만든 유밀과의 한 종류다.

약과 중에서도 개성약과는 찐득거리지 않고 결이 살아 있어 파삭한 식감이 있다. 고려로부터 공물을 받아가던 몽골의 원나라 사신들은 처녀보다도 ‘고려과’라고 불렸던 이 약과를 먼저 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개성약과는 명품으로 인기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개성이 다름 아닌 고려의 수도였고 이곳에서 장인들이 궁중에 쓰이는 약과를 만들어 바쳤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밀한 이유가 있다.

고려 귀족과 고승들의 자존심, 약과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였고 모든 귀족과 승려들은 가능한 육식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허한 속을 채우기 위해 밀과 참기름, 꿀과 같은 재료로 영양식을 만들었던 것. 개성약과는 고려 귀족과 고승의 사찰들 사이에서 일종의 자긍심이었고 그 맛과 모양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 이유로 개성약과는 다른 약과들과는 달리 사각형의 모양에 층층의 결을 가진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당시 이 약과에 대한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고려 명종 22년(1192)과 공민왕 2년(1353)에는 유밀과 제조 금지령이 떨어졌다. “왕족과 반가, 사원에서 유밀과를 만드느라 곡물과 꿀, 기름 등을 많이 허실함으로써 물가가 올라 민생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약과가 대표적인 기호식품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오주연문장전산고>와 1613년 <지봉유설(芝峯類說)>에 ‘그 재료인 밀은 춘하추동을 거쳐서 익기 때문에 사시(四時)의 기운을 받아 널리 정(精)이 되고 꿀은 백약(百藥)의 으뜸이며, 기름은 살충(殺蟲)하고 해독(解毒)하기 때문이다’라고 재료를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 한류브랜드로 키울 것”

1948년 <조선상식>에는 ‘조선에서 만드는 과자 가운데 가장 상품이며 온 정성을 들여 만드는 점에서 세계에 그 짝이 없을 만큼 특색 있는 과자다’라고 했으며 <성호사설>에는 ‘약과는 여러 가지 과실 모양이나 새의 모양으로 만들었던 것이나, 후에 고이는 풍습이 생겨나면서 넓적하게 자르게 됐다’라는 기록을 볼 수 있다.

흔히 ‘그건 약과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 뜻은 ‘약과 먹기’에서 온 것이다. 약과를 먹는 것의 즐거움에 빗대어 일의 어려움을 오히려 즐거운 줄로 알라는 반어적 표현인 것. 그 만큼 약과는 우리 생활에 즐거운 먹거리였다.

그런 개성약과를 (사)북한전통문화음식연구원(원장 이애란 박사. 경인여대 교수)이 새롭게 선보였다. 북한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애란 교수는 남북한 음식문화 교류를 통해 통일의 가교를 놓고자 하는 뜻을 한 시도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서양의 쿠키나 케이크에 비해 볼 때 우리 개성약과는 이 두 아이템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놀라는 거죠. 이런 종류의 과자가 있었냐고.”

전통의 힘은 세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가 얼마나 현대에서 누리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제 케이크나 쿠키 대신 이 개성약과를 선물 목록에 넣어보자. 통일의 기운과 함께 틀림없이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올 것 같다. (문의 : 031-955-4180)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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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7-12-23 17:37:27
역시 이애란박사에게는 미래한국밖에 없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