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줄이기 국민운동을 제창한다”
“소금 줄이기 국민운동을 제창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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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가뛴다]서울대 의대 김성권 교수·국제신장학회 이사

 
‘소금, 설탕, 밀가루’를 ‘공포의 백색가루,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른다. 설탕과 밀가루는 많이 먹으면 나쁘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 섭취를 줄이고 있다. 일례로 1회용 설탕봉지의 용량이 100g이었으나 75g, 50g으로 줄더니 지금은 30g이다. 커피를 마실 때 아예 설탕을 넣지 않거나 반만 넣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소금만은 아직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간이 딱 맞아야 맛있다는 찬사를 듣는데 그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15g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많이 먹는 사람은 20g까지 먹는다.

세계적인 신장전문의인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김성권 교수는 현재 먹는 소금의 10분의 1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갑자기 10분의 1로 줄이기가 힘드니 3분의 1인 5g만 먹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5g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데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일단 지금보다 3분의 1만큼 싱겁게 먹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 김성권 교수의 권장사항이다.

지난 1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관하는 나트륨줄이기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이 운동의 발기인인 김성권 교수는 소금 줄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하루 소금 섭취, 5g으로 줄이자

“미국은 매년 백악관에서 국민 건강에 관해 회의합니다. 1969년에 소금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줄이려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기업과 외식업체에서 소금을 줄이면 매출에 타격이 온다며 반대했기 때문이죠. 짠맛에 길들여진 고객들이 등을 돌릴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2009년에 다시 조사를 하니 국민들이 예전보다 소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식이 늘어났고, 집에서도 가공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죠. 미국은 2009년부터 소금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여러 차례 소금 줄이기를 운동을 실시했으나 잘 안 됐습니다. 올해부터 5년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지속적인 경고 캠페인으로 비만과 흡연 인구는 줄어들었으나 소금 줄이기는 아직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비만과 흡연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소금은 얼마나 먹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금은 설탕처럼 따로 넣어 먹는 게 아닌 데다 여러 음식에 골고루 포함돼 있으니 줄이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도 문제이다. 김성권 교수는 어느 틈엔가 사람들이 짠맛에 길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서 소금 만드는 법을 개발하기 전까지 인류는 소금을 먹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조 말까지만 해도 소금이 귀해서 먹을 수 없었죠. 지금도 아프리카 일부지역과 아마존에서는 소금이 없어 0.5g 정도만 넣어 먹어요. 모유에는 극소량의 소금이 들어 있습니다.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니 사람은 소금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어요.”

- 집에서는 줄인다지만 외식을 할 때나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외식업체들이 소금 줄이기를 반대하자 대신 음식에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표시하라고 했습니다. 정부당국과 업체가 소금 양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계속 협상하고 있어요. 맥도널드에서 처음에 반발했지만 지금은 소금 양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소금을 줄이라고 권장했는데 업체들이 지키지 않자 아예 법으로 소금 양을 정해줬어요. 안 지키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죠.”

나트륨줄이기국민운동본부의 1차 목표는 앞으로 5년간 현재 소금 소비량의 3분의 1로 줄이는 것이다. 이 운동을 돕기 위해 의사들이 주축이 된 ‘싱겁게먹기실천운동본부’도 1월 19일 출범했다. 이 모임의 발기인인 김성권 교수는 앞으로 이론적으로 나트륨줄이기운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금을 줄이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반대가 많겠죠. 필요하다는 걸 알리고 학술논문도 많이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미 싱겁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논문이 나와 있습니다. 자신이 짜게 먹는다는 걸 확실히 알면 사람들이 소금을 줄일 겁니다. 그래서 싱겁게먹기실천운동본부에서 짜게 먹는지 여부를 무료로 검사해주려고 합니다.”

소금 섭취량의 90% 이상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소변검사를 하면 얼마나 짜게 먹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검사를 받고 싶으면 소변을 서울대 신장연구소로 보내면 된다.

“검사를 하려고 3000만원 짜리 기계를 구입했어요. 권장량의 몇 배를 먹는다는 걸 안다면 소금 양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몇 달 후 다시 검사하고, 다시 몇 달 후 검사하면서 계속 줄여 나가야죠.”

- 몇 년씩 금연했다가 다시 흡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싱겁게 먹다가 다시 짠맛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일단 4개월간 싱거운 음식을 먹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4개월을 싱겁게 먹으면 짠맛을 싫어하게 되죠. 혹시 짠음식을 먹었더라도 다시 싱거운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1~2주, 혹은 한두 달 하다가 짠음식을 먹으면 싱거운 음식을 다시 먹기 힘들어집니다.”

고혈압은 짜게 먹어서 생기는 병

- 싱겁게 먹으면 어떤 유익이 있습니까.
“일단 혈압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고혈압 약을 안 먹어도 됩니다. 고혈압은 짜게 먹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2006년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사람들이 죽는 이유를 분석했더니 30%가 고혈압이었습니다. 짠맛과 운동 부족과 비만이 사망의 3대 원인입니다. 혈압의 원인 가운데 30%가 짠맛입니다. 소금을 덜 섭취하면 죽는 원인의 9%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죠. 미국에서 소금 1g을 줄이면 의료비가 30조원 줄어들고, 30만 명이 살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을 비롯해 골다공증, 위암, 신장병, 뇌졸중, 비만,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신장병 환자 가운데 소금을 1g만 먹는 분이 있는데 혈압은 100% 좋아지고, 신장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환자는 신장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 설탕은 대체물질이 있는데 소금은 없나요?
“그런 물질을 찾아내면 노벨상감인 데다 발견한다면 엄청난 부자가 되겠죠. 싱겁게먹기실천운동본부에서 연구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10여 가지의 대체물질이 나오긴 했는데 우선 비싸고 맛이 상대가 안 돼요. 또 유해할 가능성이 많아요. 커피에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넣으면 체중이 1년에 500g에서 1kg이 줄어듭니다. 짠맛도 사회가 노력해서 바꿔줘야 합니다.”

싱겁게 먹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 식초나 겨자, 고춧가루 등 매운맛과 신맛을 가미해 이겨내라고 권한다. 단, 고추장은 소금이 들어 있으니 금해야 한다.

- 우리나라는 김치와 장류, 젓갈류 등 발효음식이 발달했는데 이 음식들이 대개 짭니다.
“발효음식을 짜게 만든 것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음식의 부패를 막을 수 있게 됐으니 짜게 만들 필요가 없어졌죠. 지금 염도를 낮춰도 발효가 잘되고 맛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김치회사와 된장회사에서 염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생선은 순간냉동을 하면 신선한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요. 이제 가정에서 와인냉장고 대신 순간냉동고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가정용 순간냉동고를 개발해야겠죠. 싱겁게먹기실천운동본부에서 그런 권유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신장학회 이사

-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그렇게 희석하면 좀 괜찮을까요.
“소금이 소변으로 많이 나오지만 희석돼도 몸에 쌓입니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더 올라가고 신장에도 부담이 되죠.”

서울대 신장연구소 소장인 김성권 교수는 현재 국제신장학회 이사이다. 25명 가운데 아시아인은 4명이고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사가 됐다. 신장전문의 1만 명의 투표를 거쳐 3년 전에 선출됐으며 임기는 6년이다. 김 교수에게 건강한 신장 유지법을 물어보았다.

“신장병은 증세가 없으니 반드시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대한신장학회에서 국가에 건의해 2년에 한 번씩 전국민이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변검사와 피검사로 신장질환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무료로 실시하고 있어요.”

소변에 거품이나 피가 섞여 나오거나 부종이 있으면 신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50세 이상, 고혈압, 당뇨병, 과체중, 흡연, 가족력이 있다면 신장병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신장병이 발견되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금연, 음주 하루 2잔 이하, 비만개선, 운동, 혈압과 당뇨와 콜레스테롤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처방약 이외의 약은 복용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 국민 가운데 13.7%인 600만 명이 신장병을 앓고 있다.

“흔하지만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예전에는 권총으로 치료했다면 지금은 대포나 미사일로 치료한다고 할 정도로 치료법이 좋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소변을 한 방울도 안 누고 사는 사람이 8만 명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투석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삽니다. 신장에 관해서는 웬만큼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신장병은 흔하지만 치료가 됩니다. 그러나 중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천천히 죽으니까 신장병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나중에 투석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소금 줄이기 실천 요령

20세기는 의학이 획기적으로 발달된 시기라고 한다.

“로마시대를 떠올리면 군대, 법, 말, 수레, 목욕탕이 떠오릅니다. 목욕탕은 건강에 굉장히 큰 기여를 했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20세기를 의학과 컴퓨터가 발달한 시대로 볼 겁니다. 세계2차대전 이후 미국은 국부의 30%를 의학 발전에 쏟아부었습니다. 19세기까지는 평균수명이 40세였습니다. 1945년에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45세였는데 지금 80세가 됐습니다. 북한도 평균수명이 60세가 넘습니다. 새로운 논문이나 연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을 지키는 것이 건강유지에 더 중요합니다.”

기본을 지키기는 것,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지키지 않는 게 문제일 뿐. 김성권 교수는 운동하고, 스트레스 안 받고, 몸무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답했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금연하고, 운동하고, 싱겁게 먹으면 건강해집니다. 야채를 많이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 생선보다는 콩을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죠. 다만 입맛을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국가와 사회와 개인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를 바꾸는 건 오래 걸립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해서도 안 되는 일이죠.”

가공식품의 폐해를 논하는 소리가 높지만 김 교수는 입맛에 맞는 걸 싸게 공급받았기 때문에 오래 살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길들여진 간사한 혀를 바꿔야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모두가 노력해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미국에는 간호사가 전화해서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체크해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오늘 뭘 먹었나, 너무 짜게 먹었다, 줄여라’ 계속 얘기해주면 소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죠. 앞으로 미디어가 싱겁게 먹으라는 얘기를 대신 해줘야 합니다.”

- 40~50대가 되면 갑자기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데 왜 그런가요.
“노화는 19세부터 시작됩니다. 혈관, 눈, 성기능, 폐경 등 단계적으로 온다는 것뿐이죠. 여성은 40대 후반에 폐경이 시작되면서 급격한 노화가 오고, 남성은 50대부터 천천히 늙습니다. 할머니들이 음식을 짜게 만드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없어져 맛을 식별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화 시기도 늦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노화는 19세부터 시작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이 권하는 소금 섭취 줄이기 실천 요령을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보면 어떨까.

<식품 살 때 영양표시 확인하기. 국물 한 컵 덜먹기, 식당에서 덜 짜게 해달라고 요청하기, 짠 음식 적게 먹기, 과일과 채소 많이 먹기.> (미래한국)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 박영실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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