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으로부터 배울점
레이건으로부터 배울점
  • 미래한국
  • 승인 2012.02.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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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일이 사망한 지 2개월째로 접어든다. 그러나 북한의 우리 동포들은 아직 희망 없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굶어죽든, 폭압적 독재에 시달리든 별 관심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살아가기도 바쁜 세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북한의 주민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계절이 다시 다가온 2012년 2월 초인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들 중에서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 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걱정하며 통일 강대국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의 타임지는 김정일이 죽기 10개월 전 북한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은 김정일의 죽음일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정일이 죽은 직후 세계 각국이 북한 정권의 안정을 원한다는 개념 없는 소리를 하고 있던 금년 1월 초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제 북한의 권력을 교체하기 위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이며 헐벗고 굶주린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북한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정치체제가 비록 방향을 읽고 헤매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군인들과 평양의 소수 귀족들에게로 갈 것이 뻔한 식량이나 물자 원조를 인도주의라는 이름으로 재개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논의되는 정상회담 운운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 얘기다.

김정일 사망 2개월, 무관심한 대한민국

김정은을 북한 권력의 정당한 계승자로 인정해 주는 일을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하라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70세가 넘은 한국 대통령이 28세 김정은을 알현하려 한다고 선전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올바른 말을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개혁 개방함으로써 국민들을 스스로 먹여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국력에 맞지 않게 비대해진 군사력을 감축하고 핵무기를 포기해서 살길을 찾으라고 말해야 한다.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방법을 말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운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군사만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면 그때 대한민국과 세계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미 말했듯이 세계는 북한의 변화, 즉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역사상 가장 빛나는 레짐 체인지 성공 사례는 레이건 대통령에 의한 소련 붕괴가 아닐 수 없다. 소련이 무너지기 바로 수년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아서 슐레진저 교수는 “가게에 물건도 많고 식료품점에 음식도 많고 길에는 자동차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웬일인지 잘 모겠지만 철갑상어 알 빼고는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련시민들이 다 잘살아서 철갑상어 알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을 그렇게 한 것이리라.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폴 사무엘슨 교수는 “소련은 아무 문제 없는 나라, 소련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천박한 실수” 라며 소련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레이건 대통령과 그의 참모를 꾸짖었다. 이들 잘난 사람이 보기에 레이건 대통령은 멍청한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초 소련의 본질적으로 허약한 정치 경제 체제를 공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레이건의 대소 전략은 경제전쟁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이었다. 극비 문서를 통해 이러한 공격 전략의 목표와 수단들은 구체화됐다.

레이건 대통령이 사인을 했던  국가안보결정지침(National Security Decision Directives. NSDD)들은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한 작전 계획이었다.

1982년 3월 레이건 대통령이 서명했던 NSDD-32는 소련의 동유럽 지배를 무력화 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동유럽국가 내의 반소(反蘇) 조직들을 지원하는 비밀 작전과, 제반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치였다.

1982년 11월 레이건 대통령이 서명한 NSDD-66은 ‘미국의 정책은 소련이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들 세 가지를 공격함으로써 소련의 경제를 파탄 시키는 것’ 이라고 선언했다.

레이건의 소련 붕괴 전략

1983년 1월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한 NSDD-77을 통해 ‘미국은 소련과 단순히 공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소련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킬 것’ 임을 천명했다. 이상의 조치들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던 소련의 공산제국주의의 권력을 코너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소련과 경제전쟁, 자원전쟁을 개시하는 공격적인 정책이었다. 미국은 소련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으로 인해 이미 야기 됐던 소련의 약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같은 미국의 대소 전략은 외교가 아니라 작전(作戰. operation)이었고 당연히 미국  CIA는 이 작전의 주역이었다. 소련 권력의 본질적 속성을 꿰고 있었던 윌리엄 케이시  CIA 국장은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소련이라는 대제국을 해체 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미국은 소련에 공개적인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소련의 군사력이 미국을 훨씬 압도하는 상황에서 군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미국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적극 활용하는 강력한 군비 증강을 선언했다. 미국으로 날아오는 소련의 미사일을 아예 우주 공간에서 요격해 버리겠다는 발상을 제시했다. 흔히들 Star Wars 라고 부르는 미국의 우주방위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식자들은 레이건 대통령을 전쟁광이라고 비난하고 소련과의 군축을 주장했지만 레이건은 미국이 군사력으로 강할 때 비로소 소련은 미국의 군축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레이건은 미국 군사력이 소련보다 앞서야 소련이 미국의 군축 제의를 받아들일 것 아니냐는 상식으로 잘난 척하는 사람들에 대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이 바로 “총 한방 쏘지 않고 소련을 무너뜨린” 레이건의 정책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북한을 비난하지도 못하고 돈과 식량을 퍼다 준 햇볕정책이 소련과 군비 경쟁을 공개적으로 전개하고, 소련을 붕괴시켜야 할 악의 제국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레이건의 대소 정책과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의 햇볕정책은 누구라도 동의하는 ‘허약한 북한’을  20년 이상 연명시키는 데 기여했고, 레이건의 대소 정책은 잘나가던 학자들에 의해 ‘막강한 나라’라고 평가되던 소련을 정책 개시 불과 8년 만에, 정말 총 한방 안 쏘고도 붕괴 시킬 수 있었다.

김정일 사후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써야 할까? 레이건 대통령의 대소 정책을 다시 음미해 볼 때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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