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다
북한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2.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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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뮤지컬 언틸더데이

 
언틸더데이(Until The Day)는 작년 7월 1일을 시작으로 올해 1월 1일까지 총 6개월 간 진행된 북한 실상을 다룬 뮤지컬이다. 처음엔 유명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후원사가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 그가 출연을 포기하자 사람들의 관심도 함께 사라졌다. 이어 작품의 존폐 위기로 공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지만 지금은 뒷심을 발휘하며 오히려 고공 행진 중이다. 공연의 반응이 좋았던 덕분에 세 차례의 앵콜 공연을 하며 한국 사회에 알려졌다. 6개월간의 일정을 일단락으로 공연은 막을 내린 상태지만 공연을 관람하기 원하는 이들의 추가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뮤지컬의 감동이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다보니 특별공연부터 추가공연, 초청공연까지 새로운 일정들이 계속해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초청공연이 성사돼 뮤지컬 언틸더데이가 미국에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특별히 언틸더데이의 미국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북한인권과 탈북민들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 때문이다. 미주 순회공연을 통해 260만 한인동포들의 마음이 열리고, 미국인들의 마음 또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한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묘사

뮤지컬 언틸더데이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의 실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픽션이 가미됐지만, 철저한 고증과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심지어 언론에 소개된 북한소식 중에서도 사실이 확인된 사건만을 극의 줄거리로 반영했다. 또한 북한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기 위해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민 김영순 씨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고, 실제 프랑스 기자가 북한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내셔널지오그래픽 2008을 모티브로 극을 제작했다.

언틸더데이는 ‘그날이 올 때까지’라는 뜻의 영어식 제목이다. 뮤지컬을 보는 이들은 언틸더데이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데 어떤 이는 ‘남북한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어떤 이는 ‘남한 국민이 통일의 준비가 되는 그날까지’, 또 어떤 이들은 ‘북한 동포가 자유롭게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라고 해석한다. 의외로 마지막 대답이 많았는데 이는 뮤지컬의 핵심이 십자가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함께 갇혀 있다는 심정으로 갇힌 사람을 생각하고 여러분도 몸을 가졌으니 학대받는 사람을 생각하십시오.” (히브리서 13:3)

뮤지컬의 주제 말씀이자 폐막 대사인 성경의 이 말씀은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케 했다. 관객 양은라 씨는 “관객석에 앉아 있던 나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질문을 받았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의 갇힘과 학대를 방관할 수 있는가?’ 뮤지컬의 막이 내려가고 나는 ‘방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북한의 주민이 ‘갇힌 사람’, ‘학대받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학대받는 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라며 감동을 전했다.

언틸더데이 시놉시스

 
극에서 주인공인 명식(북한 로동당 선전선동부 차장)과 순천(꽃봉오리 예술단의 배우)은 사랑하는 사이로 나온다. 북한의 상류층에 속하는 명식이지만 북한의 불안정한 정치체제와 굶어죽는 주민이 늘어나는 절망적인 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껴 탈북을 준비한다. 때마침 프랑스계 한국인 민혁은 프랑스 국영TV 기자로, 북한을 돌아다니며 취재한다. 하지만 민혁은 사실 북한 주민에게 기독교를 알리고, 한국과 전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기자로 위장한 북한 선교사였던 것이다.

민혁은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몰래 취재하다가 명식에게 들키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명식은 민혁의 약점을 잡아 자신과 가족의 탈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순천은 북한의 지하 기독교인으로 명식의 탈북 계획에 반대하지만 북한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고 명식의 생각을 따른다. 또한 순천의 동료이자 명식의 동생인 인희는 출생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결국 기독교인이 된다.

한편, 민혁의 통역자이자 명식의 친동생과 같은 선관은 명식의 계획에 당황해 하다가 갈등 끝에 함께 탈북할 것을 결심한다. 탈북을 실행하기로 한 날 드디어 꽃봉오리 예술단의 마지막 공연 후 민혁과 순천은 탈북에 성공하고 순천은 남한에서 북한인권활동을 하게 된다. 명식의 여동생은 탈북을 하다가 명식의 부하에게 총을 맞아 죽고, 명식은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에서 여동생을 죽인 부하를 용서하고 죽는다.

뜨거웠던 관객들의 반응

 
관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앉아 기도하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은 북한의 감춰 왔던 실상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SNS와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으로 관람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단원들은 관객들의 응원 메시지에 격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 관객은 북한의 실태를 처음 접한 것도 아니건만,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북한이 마음 가까이 다가온다고 했다. 가볍지 않은 주제 탓인지 관람객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얘기들을 강렬하고 재미 있게 풀어냄으로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극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도 있고, 극의 대사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활기찬 노래를 충분히 활용했다. 관람객의 공연 참여도도 여간 적극적인 게 아니었는데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관람객들도 하나같이 숨을 죽여 극에 동참했다.

공연이 열리는 6개월 간 북한동포돕기 캠페인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관객들은 공연장과 SNS를 통해 북한 돕기 기금 마련 캠페인 및 3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민들을 돕기 위한 성금 마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블로그에는 “나는 현실에 너무 불평만 했다”, “북한 동포들의 삶과 비교가 된다. 너무 풍요에 겨워서 살고 있으면서도 불평 불만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라는 등의 반성의 글이 많다. 뿐만 아니라 탈북민을 위해 뭐를 할 수 있겠느냐며 뭔가 할 일을 찾아보겠다는 얘기까지 올라왔다.

언틸더데이를 통해서 이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한 마디로 북한의 인권 문제와 탈북민에 대한 관심 촉구였다. 최종률 감독은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동족의 고통에 대해 무심했다는 일말의 도덕적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연출가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얼굴의 평양’이다”라고 말했다. 평양의 부유한 고위층 인사와 거리에서 풀을 뜯어 먹고 단돈 몇 푼에 어린 딸을 매매하는 그런 북한의 실상에 대한 내용들이 대조적으로 담겨 있다. (미래한국)
곽우정 객원기자
 사진/언틸더데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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