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규모 대한민국 발전 기록 고스란히 담겨
아담한 규모 대한민국 발전 기록 고스란히 담겨
  • 미래한국
  • 승인 2012.03.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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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기]우여곡절 끝에 개관한 박정희대통령기념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의 개관식이 열린 다음날이었다. 지난 2월 22일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찾았다. 21일 하루 동안 인터넷뉴스로 실시간 전해진 바에 의하면 바로 이 자리에서 시위대와 방문객의 발길이 대치하는 듯 엇갈렸다고 한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의 층층 계단을 오르니 입구 문 양쪽으로 이명박 대통령, 김황식 총리, 이희호 여사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김대중대통령평화센터에서 보내온 화환도 있었다. 개관 축하를 전하는 꽃은 크기나 모양이나 비슷했지만 그 속내는 조금씩 다른 것도 같아 보였다. 꽃이 무얼 안다고 보내온 이의 뜻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꽃에게 묻지 않아도 이 건물의 우여곡절은 세상에 잘 알려진 바다.

법정소송 끝에 10여년 만에 완공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의 발족으로 시작된 건축사업은 2001년 국고보조금 200억원 지원이 결정되면서 본격화됐다.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이 밝힌 바대로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격하(格下) 움직임이 있었고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회고록 출판과 함께 기념관 건립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로 바뀌면서 국고보조금 사용 승인이 지속적으로 거절됐다. 급기야 2005년에는 국민기부금 모금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국고보조금이 전액 취소됐다. 애초 목표액은 200억원이었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취소처분 취소’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국고보조금 사용을 승인받았다. 8년여간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해 지난해 11월 우여곡절 끝에 기념관 건물을 완공한 것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다. 지난 2월 19일에는 4·9통일평화재단과 마포을 이준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홍영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이 “시립도서관을 박정희 관련 서적만으로 채우겠다는 기념사업회의 주장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서울시는 기념사업회와의 계약을 즉시 파기하고 건물을 ‘마포상암도서관’ 등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봉하마을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다른 두 대통령과 관계된 것들은 30여년 전 먼저 타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보다 일찍 건립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의 국고보조금이 취소된 2005년은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3년간 6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해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시 김대중도서관 사업비 지원 명목으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사업비의 일부에 대한 보조”라고 밝혔다.
 
현대식 3층 건물에 잘 짜인 구성

 
기념·도서관은 총면적 5290m²(약 1600평)에 3층 규모의 건물로 안으로 들어가니 일부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세계 석학들과 지도자들의 평이 새겨져 있었다. 리콴유가 평한 박정희는 “아시아에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세 지도자로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와 중국의 덩샤오핑, 한국의 박정희를 꼽고 싶다”였다. 다른 석학들도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지도자로서의 박정희를 인정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평은 맞은편에 전시된 연대기표에 구체적인 근거로 열거돼 있었다.

집권 후부터 마지막 날까지 연도별로 적힌 업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대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온 기록임을 자연스레 알게 해 준다. 세 벽면에 걸쳐 흘러나오는 영상도 핵심을 담아 ‘18년 6개월 동안의 업적’을 전하고 있다. 영상을 보고 나오면 흑백으로 처리돼 그 비참함이 조금이나마 무디게 표현된 전쟁 후 한국의 사진이 구체적인 증거 자료처럼 전시돼 있다.

코너를 돌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세분화, 본격 전시돼 있다. 먼저 수출입국을 기조로 한 경제개발. 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을 육성한다는 취지하에 건설한 공장과 마침내 달성한 수출 100억 달러. 이를 위해 독일로 떠난 우리나라 광부, 간호사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마음을 찡하게 하는지 관람객들의 코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로공단에서 가발을 만드는 처녀들의 모습은 사람크기만한 인형으로 재연해 놓았다. 호롱불 하나로 저녁을 버티는 가족의 모습에서부터 레슬링 선수 김일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마을 사람의 모형까지,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인형은 손바닥만하다. 북한에 의해 전력 공급이 끊긴 후 자생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모습이 인형으로 재미 있게 구현된 전시였다.

2층 관람을 마치자 특이하게 1층으로 내려가는 구조다. 3층은 도서관으로 쓰일 예정이며 여름에 개관한다고 한다. 1층 계단 난간을 따라 이어진 검은 띠 사이 사이에는 지역명이 적혀 있다. 지역 사이에 주행거리를 기록해 고속도로 건설을 독특하게 형상화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1층에 발을 딛자 화제가 되고 있는 가위 전시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이 직접 그린 경부고속도로 구상안 옆에는 공사가 완공될 때마다 커팅식에 사용된 가위가 전시돼 있었다.

이어 공을 들여 아기자기하게 꾸민 새마을운동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희 대통령이 창안, 추진한 위대한 업적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고유브랜드’라는 명칭이 입구에 새겨져 있었다. 세트장은 새마을운동 전과 후가 드러나도록 구성돼 있었다. 초가지붕 밑,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불을 때는 어머니, 마루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아버지와 자식들. 새마을운동이 불어 바닥에 시멘트를 바르고 개조 공사를 벌이는 영상 옆으로 확연히 달라진 세트장이 있다. 신식 화장실과 부엌이 있고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어머니의 모습이 단란해 보인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번갈아가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정겹게 꾸며진 공간이었다.

‘인간 박정희’를 보여주는 제3전시실

 
다음 칸으로 넘어가자 분위기는 일변해 최첨단, 현대화로 바뀌었다. 치산, 치수, 농업개발, 중화학공업건설, 과학기술개발과 인재 양성 등의 업적이 사방 벽에 컬러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고 중앙에는 ‘대한민국 국토의 종합 발전상’이 유리바닥 밑으로 비춰 보인다.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인해 오늘날의 근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화려하다.

마지막 공간인 제3전시실은 ‘인간 박정희’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흑백 증명사진이 박힌 여권, 손수 들고 다니며 가족들을 찍어주던 카메라, 틈틈이 메모한 일기와 외국 순방할 때 입은 옷 등 아버지이자 남편, 소소한 취미를 즐긴 중년 남성의 흔적이 전시돼 있었다.

소녀 시절의 박근혜 얼굴도 보였다. “아버지는 이웃은 밥을 못 먹고 굶고 있는데 나만 잘 먹고 여유 있고 품위 있는 문화생활을 하는 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말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소감 비슷한 말이 한 줄 한 줄 시구처럼 새겨져 인간 박정희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비슷한 속도로 빠져나온 이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손을 꼭 잡고 온 노부부도 있었고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있었다. 교회에서 단체로 관람 왔다는 한 주부는 “요새 젊은이들이 꼭 봐야 하는 곳 같다”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온 학생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다르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우리나라 역사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의 소감대로라면 기념사업회의 취지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기념사업회는 “60, 70년대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손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박 대통령과 함께 어떻게 민족중흥과 근대화를 이룩했는지 보고 느끼는 교육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정희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그를 눈물까지 흘리며 그리워하는 반면 요새 젊은이들은 그를 멸종된 공룡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여기고 있다. 극심한 가난에서 허덕여 본 사람은 그 비참함에서 구해준 인물의 공로를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잘 닦인 고속도로 위를 달릴 줄만 안 이는 비포장 도로 시절의 허덕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법인가보다. (미래한국)
글·사진/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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