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각’을 위해서 하는 생각
국민생각’을 위해서 하는 생각
  • 미래한국
  • 승인 2012.03.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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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낡은 이념갈등…”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박 대표가 무슨 취지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만하다. 그가 어떤 좋은 생각을 하는 인사인지를 잘 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낡은 이념갈등’이라고 거두절미한 채 쓴 표현 문구에 대해서는 약간의 수정 의견을 전하고 싶다.

한반도와 한국정치에는 물론 해묵은 갈등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그 갈등이 전체주의 사회냐 다원(多元)민주주의 사회냐를 둘러싼 갈등이란 점이다. 다원주의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우파를 해도 자유민주 정체(政體), 좌파를 해도 자유민주 정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게 있다면 경제정책을 비롯한 정책경쟁일 뿐이다. 그것은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사람이 요덕수용소나 아우슈비츠에 들어갈 일은 아니다. 따라서 그 갈등은 공존 속 갈등, 다시 말해 괜찮은 갈등이다. 그 갈등은 박 대표 말대로 정책융합(섞어찌개)으로 엇비슷이 수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주의냐 다원주의냐를 둘러싼 갈등은 공존불능, 융합불능이다. 1당 독재냐 다당제 민주주의냐가 어떻게 공존, 융합될 수 있겠는가? 한반도와 한국의 가장 주된 갈등은 바로 그런 갈등이다. 이 총체적이고 공존이 불가능한 갈등은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갈등이라는 데 한반도적인 어려움이 있다.

한국 내부에 있는 좌파의 헤게모니도 80년대 이래 점차 전체주의 극좌를 편드는 쪽에 의해 잠식당해 왔다. 민노당(통합진보당)의 정책을 통합민주당이 베끼고, 요즘엔 명색이 비(非)좌파라는 새누리당까지 베낀다는 신문기사가 있을 정도로.

그렇다면 이런 갈등은 그저 덮어놓고 ‘낡은 이념갈등’이라 하기보다는 ‘낡은 전체주의 극좌 이념집단의 전복활동이 빚는 갈등’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그것에 반대해서 다원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측의 필사적인 자구(自救) 반응마저 ‘그와 내용만 다르고 형식은 같은 또 하나의 낡은 극단적 이념집단’처럼 비치게끔 하는 ‘표현상의 모호함’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 한국 정치지형에 ‘극단적 우익 획일주의’ 체제를 세우겠다는 정파가 있기나 한가?

박 대표가 그런 의미로 ‘낡은 이념갈등’이란 용어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을 전후맥락을 잘라버린 채 턱 하고 내뱉을 경우 “그렇다면 낡은 전체주의 극좌 변혁론에 맞서 다원 민주주의를 지키려 하는 것도 반대쪽의 낡은 것이란 말이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없지 않다. 그래서 좀 더 명확한 정의(定義)와 분별과 설명을 붙여야 한다.

낡은 이념집단이 우리 천안함을 폭침했을 때 “야, 이 낡은 이념집단아, 너희들 왜 자꾸만 우리를 죽이려 해?” 하고, 항상 기습당해 온 우리가 정당하게 항변하는 것이 한반도와 한국의 갈등 아닌가? 이런 우리 사회 갈등의 본질, 성격, 인과관계를 좀 더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용어를 사용해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소통, 좌우 정책융합, 중도통합, 국민통합이라는 것 역시 다원민주주의 체제를 존중하는 비(非)전체주의 좌파(합리적 좌파)와만 가능하다고 하는 ‘국민생각’ 본래의 입장을 보다 명료하게 표현해 주었으면 한다.
<류근일의 탐미주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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