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남북통일에 양날의 검”
“러시아는 남북통일에 양날의 검”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5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국립외교원 고재남 박사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균형자로 떠오를 것인가.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세 번째 대통령직 당선에 성공했다. 숨가쁘게 펼쳐질 2012년 한반도 정세와 격동하는 중동에서 러시아는 과연 역할을 하게 될까. <미래한국>이 국립외교원(구 외교안보연구원)의 러시아 전문가 고재남 박사(미주리대)를 만나 ‘러시아의 선택’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3월 4일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총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까.

 푸틴 총리가 2000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2000년 푸틴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잡아 둔 윤곽을 계승할 겁니다. 그 중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 방향은 주변 강국들과 동등하게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는 정책이었습니다.

푸틴의 남·북한 등거리 외교는 1990년대 옐친 정부 때 한국 편향 외교로 대북관계가 소원해져서 그에 대한 비판으로 나오게 된 정책입니다. 학자들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친남한적 외교라는 비판이 나왔고,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에도 러시아가 개입할 여지가 축소되자 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등장한 거죠.

남북 당사자간의 통일 지지

푸틴의 북한 방문은 단순히 러·북 관계의 개선 차원만이 아닌 러시아의 신 아시아전략, 즉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경제 통상 이익을 증대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러시아 헌법상 외교안보정책은 대통령이 책임지게 돼 있기 때문에 ‘강대국 외교’를 중시하는 푸틴이 강성 내지 공세적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은 있지만 현 러시아 정책 구도를 뒤엎는 정책은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 현재 한반도와 러시아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어떻게 진단해야 할까요.
 

남·북·러 3각 협력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관한 논의나 연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학자, 정치인, 외교관들 사이에서 지속돼 왔습니다. 러시아는 통일문제에 대해 협력과 대화를 통해 남북한이 통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에서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을 예측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경제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불가피하게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예측하고 있지요. 러시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인한 남한으로의 흡수통일 보다는 양측 간의 대화 협력 관계 개선을 통한 통일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 북한에 급변사태가 온다면 러시아는 어떤 입장을 보일까요.
 

러시아는 통일 문제에 있어서 남북한의 자체적인 통일을 원합니다. 주변 나라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죠. 만약 개입을 하면 러시아도 개입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만약 개입을 하려면 UN 안보리 차원에서 개입하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두만강 주변 19km가 접경국가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러시아는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통일 문제만큼은 남북한의 대화를 통해 달성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죠. 만약 다른 국가들이 남북한 통일 문제에 개입하게 되면 러시아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고 관여해야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 천안함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애매한 입장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같은 사태를 두고도 6자의 입장과 해석에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는 천안함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했고 중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로 인해 선택의 범위가 좁았던 데 비해 러시아는 말을 아끼며 관련국들의 지속적인 자제와 6자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사태 수습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해 천안함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제시하며 관련국들과의 타협을 이끌어 내려고 했었죠. 러시아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 한국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바라는 자국의 이해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때문일 것입니다.

중동에서 러·중은 오월동주 관계

 
- 지난 11개월간 시리아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감싸기에 바쁘던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정부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촉구 성명에 찬성했습니다.

러시아가 시리아를 계속 감싸왔던 것은 국제 문제에 대해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자기 목소리라 함은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이 지향하는 국제질서와는 다른 방향의 얘기들입니다. 그래서 마찰을 빚어온 것이죠.올해 3월 1일 안보리 회의에서 처음으로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3일부터 4일까지 사망한 숫자만 3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유혈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았어요.

작년 8월 이후 계속된 안보리 회의에서 결의안이 제시됐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죠. 하지만 중동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악화되며, 국제사회의 압력도 고조되자 더 이상 인도적 지원을 외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이전의 리비아 내전 때에도 카다피 정권을 옹호하며 나토(NATO)군의 ‘국민학살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해외 체류 시리아인들이 리비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습격하고,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점차 세력 균형이 깨지며 상황이 극에 몰리자 입장을 바꿔 ‘러시아로의 카다피 망명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리비아 공습에 나선 나토군을 비난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리비아의 미래는 나토 군사작전을 지지한 서방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올해 2월 4일에도 마찬가지로 유엔에서 제출한 시리아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결의안을 반대하며 ‘현안에 대해 심각한 이견이 있어 더 협의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국제 사회의 개입을 막아섰습니다.

- 러시아와 중국이 이렇게 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리아를 감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차적으로는 ‘리비아 학습효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시리아 사태가 제2의 리비아 사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중동국가와 관련한 모든 결의안을 막아서려고 하는 겁니다. 중국도 역시 최근 중동·중앙아시아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을 위해서 시리아를 감싸려고 하며, 자국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시리아를 감싸는 겁니다.

또한 러시아와 시리아는 냉전시대부터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고, 지금도 군사·경제적으로 가장 긴밀히 얽혀 있습니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 때에도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었죠. 5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무기 수출과 190억 달러의 자원개발 계약도 맺고 있고, 시리아의 타르투스에 러시아 해외 군사기지를 갖고 있어 서방군의 개입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시리아 정권이 붕괴되면 이 모든 혜택들이 보장이 안 되는 겁니다. 러시아 각종 기업들이 시리아에 많은 투자를 해뒀죠.

시아파벨트라고 아시나요? 이란 이라크 시리아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말합니다. 최근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붕괴됐고 시리아는 이란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면서 이스라엘과는 오랜 적대국입니다. 그래서 시리아가 무너지면 이란에도 큰 타격을 입는데 이렇게 되면 중동지역에 있어서의 러시아의 영향력도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중국 입장에서도 어떤 형태로든지 러시아 연대를 통해 이란과의 좋은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만약 중동질서가 서방구조로 구축되고, 개편되면 중국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합니다.

러시아의 리비아 학습효과가 미국과 다른 목소리의 원인 

- 리비아 사태와 시리아 사태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카다피 리비아 정권은 상대적으로 고립이 돼 있어서 끝까지 방어해 주고 보호해 주는 강대국이 없었던 반면에 시리아는 조금 대조적입니다. 시리아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의 나라와도 가까이 지내고 있기에 강대국의 가드를 받고 있다는 거지요.

- 미국과 러시아는 협력관계로 갈까요 경쟁관계로 갈까요.
 

러시아의 국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절대 약세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푸틴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손을 내미는가에 따라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지역 강대국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테러 대처,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문제 등에서 협력 요인이 많습니다. 양국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냉전시대와 같은 적대 관계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래한국)

인터뷰 /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정리 / 곽우정 객원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