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기초될 북한 통계, 신뢰할 수 있나
통일의 기초될 북한 통계, 신뢰할 수 있나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5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한반도는 1945년 해방과 함께 남북으로 분단됐고, 남북한은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지난 60여 년 동안 긴장상태에 있어 왔다. 언젠가는 남북한이 반드시 통일돼야 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순탄한 통일의 과정을 밟으려면 우리는 북한의 경제·사회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북한의 실상 파악에 가장 중요한 지표는 북한 통계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북한 통계를 가지고 있는가? 이 통계들은 믿을 수 있는가? 믿을 수 없는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한 정책 대안은 간혹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통계의 신뢰성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통계청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북한 통계를 한국은행, 농촌진흥청, 한국무역협회, 지식경제부 등으로부터 수집·DB화해서 1995년부터 매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자연환경(기온, 강수량 등), 인구(출생인구, 합계출산율 등), 경제총량(국민총소득, 산업별 성장률 등), 에너지(원유도입량, 발전전력량 등) 등 14개 항목을 제공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북한 통계 홈페이지 (www.kosis.kr/ bukhan)를 서비스해서 국민이 북한 통계에 쉽게 접근해서 북한의 모습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 통계를 접할 때 가장 난감한 문제는 통계의 신뢰성이다. 북한 통계는 근본적으로 믿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북한은 유엔 국민소득표준방식을 따르고 있지 않으므로 경제통계의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

유엔 국민소득표준방식 따르지 않아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은 생산량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지 않고 있고, 서비스부문은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자유시장경제와는 달리 중앙계획경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물가 통제와 정확한 생산량의 지시’에 있으므로, 이중적인 물가를 흔히 가지고 있어 통계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또한 통계자료가 취합되는 단계에서 각 부서 및 지방정부 책임자의 정치적 영향이 개입될 개연성이 커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신뢰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는 경제통계 분야이다. 대표적인 공식통계인 북한의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자료는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연도별 북한 GNI 추정 결과’이다.

이 자료는 1991년부터 관계기관이 제공하는 북한의 생산량 관련 자료를 기초해 생산원가, 물가, 실질임금 수준, 실질 환율 등을 추정, 한국의 기준으로 환산해 추정한다. GNI 계산에 사용된 대부분의 항목들이 추정에 근거하므로 신뢰성이 떨어짐을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추정방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매년 발행하는 ‘조선중앙년감’을 통해 얻어지는 국민사회총생산(GSVP)이라는 사회주의권의 국가통계를 사용해 GNI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GSVP는 서비스부문이 제외돼 있고, 이중환율제와 이중물가제를 가지고 있어 믿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주요 실물지표들(전기소비량, 에너지소비량 등)을 사용해 상관관계를 고찰해 회귀방정식으로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2005년 북한의 1인당 GNI를 한국은행은 1,056달러라고 발표했지만 주요 실물지표들로부터 추정된 분석 결과는 369달러였다.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추정에 의하면 1969년 이전에는 북한의 1인당 GNI가 남한보다 컸지만 1969년 이후 역전돼 현재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0년에는 북한의 1인당 GNI가 1,074달러인 반면에 남한의 1인당 GNI는 2만759달러로 약 19배의 차이가 난다. 남한이 북한에 비해 인구는 2배, 무역총액은 214배, 발전설비용량은 11배, 자동차생산량은 1,000배에 가까우나 병력은 54% 수준이고 석탄생산량은 8% 수준이다.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 통계자료 사실상 폐지

그러나 표에 나타난 북한 통계는 신뢰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으며, 더욱 정확한 통계자료의 확보가 시급하다. 정확한 북한 통계의 확보 없이는 남북경협이나 남북통합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정확한 북한 통계를 구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향후에 만약 남북한 경협회의 혹은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에 우선적으로 남북한 통계에 관한 상호교류 혹은 상호협조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앞으로 남북한이 통일될 때에 남북한 통계의 통합은 어느 정도 가능한가? 현재로는 작성기준이나 표준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순조로운 통합은 어려울 전망이다. 동서독 통합의 경우를 살펴보자.

1990년에 동서독 통일이 이루어지면서 통일독일 정부는 동독 통계의 사용을 시도했지만 신뢰성이 너무 낮고 시계열 일관성이 떨어져 있어 결국 서독 통계자료와의 통합을 포기하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동독 통계를 새로이 작성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험을 살려 북한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우리 정부가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래한국)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