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 순교정신, 오페라로 부활하다
손양원 순교정신, 오페라로 부활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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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작곡가 박재훈 목사, 기독교 사랑 실천한 손 목사에 감동받아 제작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아 기독교 사랑을 몸소 실천한 손양원 목사.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오페라 <손양원>이 3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연됐다. 첫 공연이 열린 날 예술의전당을 찾아가 보았다.
 
현 시대에 재조명돼야 할 인물, 손양원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기독교 문화에 대한 욕구이자 손양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존경과 관심도의 증거일 것이다. 사실 이번 오페라의 주인공은 작곡가 박재훈 목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22년생인 박 목사는 ‘산골짝의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 ‘시냇물은 졸졸졸졸’ 등을 작곡한 한국 최초의 동요작가이자 ‘눈을 들어 하늘보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비롯해 500여편의 찬송가를 작곡했다. 한양대 음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캐나다로 이민, 목사로 사역했으며 2011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삶에 손양원 목사가 찾아온 것은 2004년 여수의 애양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박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손양원 목사 기념관을 관람했을 때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한센인 시설 애양원과 손 목사 기념관을 둘러보다 발가락이 썩어 떨어진 한센병 환자의 발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내는 그분 그림을 만났지요. 그 앞에 쓰러져 울었습니다. 아, 예수가 여기 살았었구나 …. 책을 통해 머리로만 알았던 손 목사를 가슴으로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쓰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분 얘기를 음악으로 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어 박 목사는 손 목사의 삶이 현 시대에 재조명되기를 소망했다고 말했다.

“우리 겨레가 병에 걸렸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은 알지도 못하면서 돈이면 다 된다고 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고 법정까지 가서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 자신의 아들을 죽인 원수를 끌어안고 전쟁 속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끝까지 돌보던 손양원 목사님의 모습을 교회가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됐습니다.”

실명의 아픔까지 견딘 창작열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든 현대사회와 기독교를 향해 던지는 그의 메시지는 1막의 문을 연 합창에서 가사로 표현됐다.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우리 겨레가 병들어 죽게 됐다’는 손 목사의 노래가 근심과 고난에 억눌려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 문을 두드렸다.

손양원 목사의 헌신적인 삶을 다룬 오페라는 박재훈 목사의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야 감동이 더해진다. 항암 투병 중 창작에 몰두하다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만 박 목사의 이야기는 신사참배를 거부한 손양원 목사의 굳은 믿음을 연상케 한다. 박 목사는 “내 몸속 암세포 하나하나가 음표가 돼 세상에 나왔습니다. 손 목사가 남긴 희생, 사랑, 화해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아직도 계속 고쳐 쓰고, 빈 부분을 메워가고 있습니다. 이 노래들, 제가 쓴 게 아니에요. 그저 불러주시는 대로 받아쓰기 바빴습니다. 나보다 더 내 몸 상태를 잘 아시지 않느냐고, 이 일을 제게 맡기셨으니 마치기까지 돌봐달라고 기도했을 뿐이죠”라며 창작 기간을 회고했다. 풀리지 않던 구상도 엎드려 기도하니 술술 써졌다고 한다.

 
건강 문제 외에도 난관은 많았다. 적절한 가사를 써줄 작사가도 많지 않았고 일을 의뢰해도 마음에 차지 않았다. 답답해 하던 중 40년 전 그의 첫 창작 오페라 ‘에스더’의 작사가인 김희보 목사(76)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목사가 보낸 가사에 박 목사는 “이런 가사라면 오직 돈만 좇는 사회에 인간 손양원의 정신을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콱 막히고 목이 메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님 우리 육체가 병들었습니다. 영혼이 병들었습니다. 겨레가 병들었습니다…’라는 가사로 무대 위의 배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다.

공연은 한센병 환자를 돕는 손양원 목사의 삶을 다룬 1막과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은 사랑을 보여준 2막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최신식으로 회전하며 바뀌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인 호흡과 연기를 선보였다.

기독교인들 합심으로 제작

이날 손양원 목사 역을 맡은 테너 이동현 씨는 기자회견 당시 “무대에서 순교한 후 흰 천이 덮이는 순간 가슴이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기도하지 않고는 이 역을 맡을 수 없을 것 같았죠. 민족 지도자 손양원 목사님의 삶은 이 시대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삶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배우들은 물론 오페라 제작에 참여한 다수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함께 했다. 작사가 김희보 목사를 비롯해 연출의 장수동 씨는 40년 전 박재훈 창작오페라 ‘에스더’를 함께 창작한 감독이다. 한편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여수시, 2012여수세계박람회, 민족지도자손양원목사기념사업회, CTS, CBS, C채널, CGN TV, 극동방송, 국민일보가 후원했고 GS칼텍스와 이랜드가 협찬했다.

 
박재훈 목사의 염원대로, 손양원 목사의 삶대로 우리나라가 기독교 정신을 회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동안 무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합창단과 회중이 모두 함께 박 목사가 작곡한 찬송가 ‘눈을 들어 하늘 보라’를 함께 찬양하며 기독교 정신의 부흥을 다짐하는 시간을 끝으로 무대는 막을 내렸다. (미래한국)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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