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러시아가 온다
강한 러시아가 온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6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4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예상대로 당선돼 세 번째 임기를 맡게 됐다. 따라서 푸틴의 ‘강한 러시아’ 구호가 대선공약 차원을 넘어 실행으로 옮겨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푸틴은 미국의 핵 우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미국과 맞서 싸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미국과 나토(NATO)가 리비아, 시리아 등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제 문제에 있어서 서방 주장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군사 대국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12년 전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도 푸틴은 러시아의 미래가 굳건한 군사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었다. 2012년 현재 푸틴 3기 체제의 출범을 준비하면서 국방비 증가, 군수산업 현대화, 포괄적인 국방력 강화는 국방개혁 계획에 기본으로 깔려 있다고 봐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미국과 NATO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강공정책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잠수함 추가 확보는 군사력 강화 계획의 핵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국방비를 대폭 감축시킬 계획을 하고 있는 반면 푸틴의 러시아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러시아의 엄청난 잠재적 에너지 자원을 감안하면 냉전시대의 초강대국 지위 및 위상 탈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궁극적인 목표가 미국과 동등하게 겨루는 것인지는 보다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 국방비 지출 세계 순위는 5위로 밀려나 있다. 이 부분 2위는 중국이다. 세계 국방비 총액 대비 42%를 지출하는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국방비 지출에 있어서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물론 해·공군 전력뿐만 아니라 지상군 전력에서도 러시아가 중국을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로서는 분명 껄끄러운 존재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취약점만 보강한다면 중국의 군사력 가능성은 상당하다. 미국은 몰라도 러시아는 중국의 사정권 안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겉으로는 반미, 반NATO을 성토하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내심 날로 강해지는 중국을 더 의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중국과 구 소련간의 국경분쟁으로 인한 군사충돌뿐만 아니라 스탈린 사후 심화됐던 양국간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한 불신이 완전히 가셨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미래는 한반도 역학 구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강한 국가 창출을 도모하고 있는 터라 양국간의 미묘한 경쟁의식과 상호견제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바로 이 점을 대한민국은 주시하고 외교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소 분쟁 당시 김일성이 ‘양다리 외교’로 일컫는 중립외교노선을 지키며 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온 점을 감안해 우리도 ‘러시아 카드’를 잘 활용해 중국에 치우쳐 있는 의존도를 완화시키는 외교적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특히 북한문제를 놓고 볼 때 그렇다.

새로 당선된 푸틴 대통령의 ‘강한 러시아’ 구상은 우리의 대중·대북 외교에 신선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한국)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