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종말이 시작되다
푸틴의 종말이 시작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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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유럽]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이 당선된 것은 그의 인기가 높아서라기보다 선거 부정과 유력한 후보의 출마 등록이 불허돼 푸틴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12년 전 푸틴이 처음 집권했을 때 러시아 국민들은 그가 가져온 안전과 번영에 감사해 했다. 소련 붕괴 이후 정치적 혼돈과 소득감소로 민주주의 정치 신뢰도에 대한 불신이 초래돼 러시아에서는 모두 오직 개인 치부와 국가권력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변하고 있다. 확대된 중산층은 발언권이 커지면서 러시아를 부정축재정치의 국가로 인식하게 됐다. 2011년 9월 현직 대통령 메드베데프와 교대해 대통령직에 복귀하겠다는 푸틴의 공식발표로 국민들의 불만이 들끓기 시작했다. 작년 12월초 의회의 부정선거로 모스크바와 그 밖의 지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영하 22도의 날씨에 10여만명의 시위대가 모이기도 했다. 이 같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푸틴에 대한 반대와 불만은 중산층에서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노령층, 빈곤계층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부패와 누차 공약된 개혁의 실패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고 푸틴의 비판계층을 한결같이 서방진영의 앞잡이 또는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회의를 품게 됐다.

이제 푸틴의 선택은 변화를 위한 요구를 억압하거나 아니면 이에 순응하는 것이다. KGB 경력, 전제주의자적 성향, 그리고 점점 수위가 높아가는 反서방 발언을 고려할 때 그는 첫째 노선, 즉 억압정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부패도 러시아의 통치자들에게는 권력의 달콤한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체제의 핵심이다. 지도계층은 지난 10년 동안 제왕이라도 꿈꾸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치부했다. 푸틴이 권좌로 복귀하면 이들의 불법 부당 소득을 보호할 것이고 개혁한다면 이들의 입지는 위험하게 된다.

러시아를 소요 없이 진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유가격의 실질적 상승에 힘입은 경제의 급성장으로 푸틴은 지난 10년 이상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러나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지고 있고 원유가격도 급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자본 탈출과 두뇌 유출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노동연령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새로 발생하는 국고재정 남용도 설상가상으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공공지출이 GDP의 40% 수준으로 대단히 높은 편이다. 푸틴은 엄청난 선거공약으로 1.6조 달러나 되는 예산을 증액해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다. 그의 공약에 군인, 교사, 의사들의 급료와 연금 인상이 포함돼 있고 2012년만 해도 국방, 국가안보, 경찰 지출에 33%를 인상했다.

푸틴이 개혁노선을 선택한다면 2018년 불출마와 의회의 재선거 공약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법치주의 확립과 경제개혁도 가능하다. 보다 광범위한 권력분산을 향한 첫 걸음으로 지방장관의 완전한 자유선거를 재도입하고 정적들을 석방하고 그의 꼭두각시 메드베데프 대신에 상대적으로 보다 자유사상을 가진 신망 있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 총리로 지명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紙 (3/3)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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