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쇠퇴한다면…
미국이 쇠퇴한다면…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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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인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저서 ‘미국이 만든 세상(The World America Made)’이 미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교서에서 이 책에 근거, “미국이 쇠퇴하고 있으며 세계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뭘 모르는 자들”이라며 “미국의 지도력은 여전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는 케이건을 자신의 외교정책 자문으로 삼고 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케이건의 책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세계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래한국>이 그 내용을 소개한다. 

독재국가를 옹호하는 러시아와 중국 

적지 않은 미국 지성인들은 슈퍼파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가 끝없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현 체제의 종말이 유례없는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현 국제질서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일례로, 정치 논객 파리드 자카리아는 힘의 균형이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으로 기운다 할지라도 현재 국제질서의 기초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대부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구축됐기 때문에 만약 권력 균형이 다른 국가 쪽으로 기운다면 국제질서는 자연히 그 나라의 관심과 선호에 맞춰 변화할 것이다.

최근 수십년간 세계 권력의 균형은 민주주의 정부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가 끝날 경우 그 권력의 균형은 강력한 독재국가로 기울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와 같은 독재자를 옹호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향후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 세계는 민주적인 권력 승계가 감소하고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현상을 목격할 것이다.

또한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의 경제질서도 쇠퇴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은 중국이나 다른 신흥 강대국이 현 체제 하에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상 유지를 선호하리라고 추측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그럴 것 같지 않다. 자유경제체제의 발생과 유지는 역사적으로 해상력을 갖추고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을 적극 지지하는 국가에 의존해왔다. 만약 미국이 쇠퇴해 오랫동안 공해를 통제했던 패권을 유지할 수 없다면 해군 유지에 소모되는 비용과 부담을 떠안으며 그 자리를 메울 국가가 과연 있을 것인가. 혹은 그런 나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개방된 국제사회를 이끌어낼 것인가, 아니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인가. 중국과 인도의 해상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로 인해 보다 안정을 이루기보다는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을 뿐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보다 생존이 우선 

또한 중국이 개방적 경제체제를 지속적으로 선호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의 경제는 곧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지만 최고 부국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막대한 인구의 산물로, 1인당 경제력을 보면 여전히 빈곤하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4,000달러를 넘을 뿐으로 앙골라, 알제리와 같은 수준이다.

낙관적인 전망이 들어맞는다 해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30년이 돼도 겨우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이며 대략 오늘날의 그리스 수준일 것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아직 개발도상국인 중국의 통치자들은 자국의 시장 개방에 소극적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의 자본주의가 궁극적으로 공산당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영국이나 미국이 지배적이던 때에는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경제 대국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었지만 중국의 체제 하에서는 몇백년전의 중상주의자들과 유사한 이들이 중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개방 국제경제체제에서 이득을 보긴 했지만 독재국가인 중국은 국가 전체에 대한 지배력의 유지를 위해 이 개방 국제경제체제를 간단히 포기할 수 있다. 거위와 공생할 수가 없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살아남는 쪽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강대국들에 의해 유지돼 온 60년에 달하는 긴 평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시대가 저문 후에도 이러한 평화는 지속될 것인가.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국 주도의 시대가 끝난 후 여러 강대국들이 화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다극체제는 역사적으로 안정과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강대국들이 엇비슷하게 균형을 이룰 때 이는 계산 착오로 이어지는 불확정성의 원인이 된다.

여러 강대국이 공존하던 16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내내 강대국 간의 전쟁은 잦았다. 유럽 전역에서 파괴적이었던 전쟁들은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고 1815년 나폴레옹의 대패로 끝을 맺었다.
이런 충돌 뒤에 찾아온 평화기의 특징은 점차 고조되는 긴장과 심화되는 경쟁이다. 수없이 많은 전쟁이 발발하고, 육지와 해상에서 막대한 군사력 증강이 있었다. 그 절정이 1차 세계대전으로 이는 그 시점에서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충돌이었다.

21세기가 또다시 다극체제로 돌입한다고 할 때 이전보다 평화롭고 안정적일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거의 없다. 미국의 시대가 보여줬듯, 강대국 간의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를 확실히 하는 수 밖에 없다.

많은 외교전문가들이 현재의 국제질서를 인간 발전, 진보한 과학과 기술의 결합, 점차 세계화돼가는 경제, 강화되는 국제 제도, 국제적 행위에 대한 ‘기준들’의 진화, 점진적이지만 결국 다른 종류의 정부를 압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승리의 필연적인 결과로 이는 인류와 국가의 행위를 초월하는 변화의 동력으로 보고 있다.

국제질서는 패권국이 결정

 
하지만 국제질서는 진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쥐는 국가에 의해 도입되는 것이다. 하나의 시각의 다른 시각에 대한 압도이다. 미국의 경우 자유시장과 민주적인 원칙이 이를 지지하는 국제공조와 함께 국제질서를 만들어 냈다. 현재의 질서는 이로부터 이익을 얻고 선호하는 국가가 기존 질서를 유지할 의사와 능력이 있을 경우에만 유지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그것들을 위해서 싸웠던 강대국보다도 오래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민주적인 진보와 자유 경제주의는 퇴보하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으며, 실제 그랬던 적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로마나 베니스의 공화정 모두 더 강력한 힘 앞에서, 혹은 스스로의 몰락과 함께 붕괴했다. 발전 중이던 유럽의 자유경제체제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붕괴했다. 더 나은 이념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힘이 쇠퇴한다면 미국의 힘에 의해 세워졌던 제도들과 기준들 또한 함께 쇠퇴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미국이 자유와 번영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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