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류 20~40세대, 그들을 이해하려면
신주류 20~40세대, 그들을 이해하려면
  • 미래한국
  • 승인 2012.03.27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성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면 20~40세대는 주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40세대는 작년 상반기 이후 그리고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의 주류가 됐다. 기성세대는 이들이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았으면서도 유권자수가 많아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하지 않을까 불안하게 생각한다.

이 세대를 분석하기 위해 욕구구조, 사회구조, 의식구조는 어떤 것인지 등을 생각해보려 한다. 구조는 반복되는 행위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돼 강제력을 갖게 되면 행동의 틀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행동양식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구조라고 한다. 이 구조는 한번 만들어지면 바꾸기 어렵다. 이를 바꾸려 하면 저항이 생긴다.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은 구조의 수인(囚人)이다’라고 했다.

욕구구조를 GDP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GDP 300달러 이하를 먹음시대(생존시대·well eating)라고 할 수 있다. 먹고 사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이다. 90년대 초 김일성이 한국의 기자들에게 “조선사람은 이밥에 고깃국이면 다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남한 좌파들은 이미 남한에서는 해결된 문제인데 북한에서는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에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GDP 3,000~1만 달러는 가짐시대(생활시대·well having)이다. 냉장고, 세탁기, 밥솥, 집 등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다음 1만~ 2만 달러는 누림시대(향유시대·well being)이다. 이 시대는 전환기라고 해서 가치관, 생활양식이 바뀐다. 삼안삼편(三安三便), 즉, 안정, 안전, 안녕 그리고 편안, 편리, 편의에 관심을 갖는다.

4만~5만 달러는 이룸시대(실현시대·well fulfilling)이다. 먹는다든지 가진다는 등의 외면적인 것보다 내면세계를 실현하고자 한다. 인생의 보람과 가치를 찾으려 한다. 고소득시대로 가도 저소득시대의 욕구는 포함한다. 욕구구조는 복합적이고 중첩적이다. 복합적 중첩적일수로 행복지수는 떨어진다. 욕구구조가 단순할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생존시대, 생활시대, 향유시대, 실현시대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구조가 시대에 따라 바뀌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4·19를 예로 들어보자. 당시 나는 기자로서 현장을 취재했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3·15부정선거였다. 그러나 당시 140여개 신생국가들이 거의 부정선거를 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에 반대해 4·19가 일어난 것이다. 4·19 때 대학 졸업자 18명 중 1명꼴 밖에 일자리가 없었다. 이들은 대학에서 서구 산업사회를 배웠다. 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는 자유 인권 법치, 문화는 다양성을 배웠다. 그런데 이들이 졸업 후 돌아갈 곳은 농업사회였다. 서구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8%, 농업이 75%였기 때문이다. 이들 실업자들이 사회의 폭탄이었고 뇌관이 3·15 부정선거였다.

이런 사회구조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5·16이다. 5·16으로 우리나라가 1차산업사회에서 2차산업사회로 구조가 바뀌어 대학을 졸업한 실업자 문제가 해결됐다.그러나 어떤 성공모델도 25년을 못간다. 90년대에 2차산업사회에서 3차산업사회로 바꿔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지금 3차산업사회로 바꾸지 않으면 옛날의 폭동이 다시 일어난다. 2차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통제와 효율이라면 3차산업사회는 창의와 혁신이다. 대학진학률을 보면 1990년 33%, 2000년 68%, 2010년 80%이다. 엄청난 고급인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제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GDP의 75%, 대기업 매출액의 90%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이다. 제조업의 국내 고용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유한양행과 서울대병원의 연매출이 6,000억원으로 비슷하다. 유한양행은 직원이 1,000명이 조금 넘고 서울대병원은 5,000명이 조금 넘는다. 고용에서 3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

제조업에서 고급인력을 고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고급직업은 서비스업에 있다. 7대 서비스업은 교육, 의료(의사, 약사, 간호사), 금융, 관광, 법률, 문화저널리즘, 패션 디자인 등이다. 여기에 최고 고급 직장이 있고 또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한다.

서비스산업을 늘리려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영리의료법인을 허가해줘야 한다. 지금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것을 비판하지만 비판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살아나갈 길이 거기에 있다.

60~70년대 뛰어난 학생들이 공대에 가서 지금 우리나라를 발전시켰다. 우리 의료수준이 세계적 수준이다. 이를 잘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의료수준의 10분의1도 안 되는 태국이 1년에 외국환자 200만명을 유치해 GDP의 25% 수입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도 70만명의 외국환자가 진료받는다. 우리나라는 8만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부터 현재 필요한 자질인 창의와 혁신을 갖춰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부터 1979년까지 두 가지 큰일에 매달렸다. 민간경제동향보고회의와 수출진흥확대회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매달 기업인, 고급관료, 정치인과 회의를 하며 최고의 경제학자가 됐다.

문제는 산업구조와 국민의식 수준

그 당시 우리나라가 자본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을 해야 했지만 이에 매달리지 않고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발전시키는 안목을 키웠다. 그후의 대통령들은 박정희 대통령처럼 그렇게 열심히 경제를 챙기는 모습이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졸업자의 24%가 근로 포기자이다. OECD 국가에서 보면 금융위기인 이탈리아가 22%이고 영국 6%, 독일 4%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정치지도자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고급직 종사자가 많으면 직업적 수준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국민의식수준이 올라간다. 국민의식수준은 가정교육, 학교교육을 아무리해도 안올라간다. 고급 직업에 종사할 때 올라간다.

20~40세대의 특징은 추상적 사고, 철학적 사고를 싫어한다. 지식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 생각해서 체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념이 없다. 옳고 그르냐, 좋고 나쁘냐, 아름답고 추하냐의 개념이 없다. 또한 이들은 기성세대가 성취한 오늘의 번영을 수용하지 않는다. 젊은이라면 기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스티브 잡스 저서의 핵심은 ‘배가 고파야 갈망한다’는 것이다. 모험정신, 도전정신, 불굴의 정신이 없고 정부가 안해주고 정책이 없어서 자기들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송 복 연세대 명예교수 
국제외교안보포럼 강연(3/15)
정리/편집국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