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탈북난민보호 촛불
재점화된 탈북난민보호 촛불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3.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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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초는 10여년전 CNKR의 1천만명 서명운동

 
탈북민들의 인간 이하의 처참한 생활과 이를 방조·악화시키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와 걷기대회, 1인시위 등이 벌어지는 등 이미 총선 쟁점으로까지 급부상했고, 여기에 미국 등 국제 사회까지 중국의 탈북민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국제적인 이슈로까지 자리를 잡은 상태다.
 
워싱턴DC에서도 중국 대사관 앞 시위

지난 3월 17일에는 워싱턴DC 수도권지역 한인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를 열었다. 버지니아의 인권변호사인 전종준 변호사를 중심으로 워싱턴지역 한인이 모여 만든 ‘북한난민껴안기모임’과 버지니아한인회(회장 홍일송), 한미자유연맹(총재 강필원), 그리고 워싱턴지역 한인 20여명은 이날 영문과 한자로 ‘탈북자 북송반대’, ‘내 친구를 살려 주세요’, ‘후진타오는 살인마’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대사관 앞에서 침묵시위를 가졌다.

이날 전종준 변호사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로 돌아가게 되면 고문과 공개처형 등 처벌을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북송시키는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민초들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높여서 중국 정부가 앞으로는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시키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운동이 미주 전역은 물론 전세계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자들은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하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참상을 알리고 중국의 잘못된 정책을 규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3월 20일에는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 북한자유연합(대표 수잔 숄티)을 비롯해 한인단체 회원들이 백악관과 중국대사관 앞에서 같은 내용의 시위를 벌였으며 탈북민들로 구성된 미주탈북자선교회(대표 마영애)도 같은 날 뉴욕 소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가졌다.

지난 3월 12일에는 탈북민 강제송환 저지 여론 확산에 나선 대한민국 국회대표단과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외교관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마르주끼 다루스만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탈북민 강제송환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후 서세평 북한대사는 다루스만 보고관의 보고를 전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론을 폈다.

이후 유럽연합(EU) 대표와 일본 대표가 발언을 마칠 때쯤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과 안형환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회의장을 나가려는 서세평 북한대사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북한대표단 소속 외교관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은 이은재 의원의 발목을 걷어차고 오른팔을 꺾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박선영 의원은 회의장 밖까지 서 대사를 쫓아가 탈북민 인권 탄압에 항의했지만 서 대사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났다.

국회대표단장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여성의원을 폭행한 북한대표단의 사과와 유엔 사무처의 유감 표명을 요구했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남북 충돌

 
박선영 의원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송된 탈북민들이 공개 처형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대표단은 동영상 공개 후, “인권보고관의 보고는 조작됐으며 북한인권이 열악해진 것은 서방국가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발뺌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등 국회대표단 일행은 3월 16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내 탈북자에 대한 배려와 중국이나 제3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관리와 신변 안전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총리실 산하에 탈북자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대표단은 또 “정부는 조용한 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부가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임하겠다고 했으나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 탈북자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4월 치러지는 19대 총선에서 각 당이 탈북자특위 구성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3월 17일에는 서울시민들과 함께하는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범국민 걷기대회’가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탈북민 북송저지 시위에 앞장서 온 현역 국회의원들과 탈북민 단체 및 일반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처럼 발달된 나라가 어떻게 자기 동포 인권문제를 가지고 단합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우리가 한 마음으로 단결하지 않으면 선진국도 통일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릴레이 단식농성도 이어져

걷기대회를 처음 제안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국제사회도 중국의 반인륜적인 북송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범국민적 북송 반대 호소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탈북자 인권문제는 정치나 이념의 문제, 외교적 문제도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고 전제하고 “오늘의 걷기대회가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내 이제라도 탈북자들이 강제북송에 대한 처참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를 위한 걷기 운동에 앞으로 500만여 명의 힘이 실려야 한다”면서 “이번 걷기대회가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안형환, 김형오, 김을동, 김성동, 진수희 새누리당 의원, 전여옥 국민생각 의원, 안찬일 국민생각 최고위원, 무소속 강용석 의원 등이 참여했다.

중국대사관 앞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와 함께 단식농성이 이어졌다. 김길자 경인여대 명예총장의 단식농성 현장에는 홍명보 축구 올림픽대표 감독과 배우 이서진 씨 등도 찾아와 김 명예총장을 격려했다. 결국 김 총장은 단식 11일째인 3월 13일 병원으로 후송됐다. 같은 날 경인여대 학생과 교수, 교직원 약 500명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북송을 반대하는 노래인 ‘세이브 마이 프렌드(Save My Friend)’를 불렀다.

또 학생들은 중국대사관에 전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은 “시민 여러분 그리고 중국대사관 관계자 여러분 저희는 정치를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이익단체는 더욱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살기 위해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혀 강제북송이 될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학생이고 인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살기 위해 탈출한 그들이 북송된다면 배신행위로 간주되어 탈북을 감행한 사람과 가족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 됩니다. 그들의 죄는 살기 위해 북한을 떠난 것 밖에는 없습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어머니고 아버지고 자식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소중하듯 그들의 생명도 소중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저희의 애타는 호소와 작은 마음들을 널리 알려서 부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못하도록 도와주세요. 저희의 호소와 기대가 그들에게는 생명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글을 올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1180만명 서명 달성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에 이어 2차 단식농성을 벌였던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도 18일간의 단식 끝에 지난 3월 11일 병원에 입원했다. 이애란 원장은 입원 중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로서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단식 투쟁에 나선 것”이라며 “탈북자들은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다행히 제가 단식을 하면서 탈북자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 해방된다면 ‘김씨왕조’가 무너지고 통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며 “탈북자 문제는 결국 핵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결 고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발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재 북한은 귀를 막고 있기에 더 이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을 설득하는 활동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중국산 불매운동이 경제적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 시민단체들과 소비자연맹이 해야 할 일입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5일에는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도 탈북민 북송 반대를 위한 단식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차 의원은 3월 13일에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서 “중국 정부가 우리 호소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라며 “중국 정부는 인도주의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기를 부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 배경에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현 세이브엔케이, 이사장 이종윤)가 펼쳤던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이 있다.

당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CNKR, 본부장 김상철)는 탈북민들의 국제법적 난민지위 부여, 강제북송 금지, 탈북난민캠프 건설 등을 요구해 서명운동을 펼쳤고, 이 운동을 통해 국내외에서 받은 1,180만명의 서명을 9개의 DVD에 담아 뉴욕 유엔본부와 제네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세계 관련기관과 각국 의회 등에 전달했다.

CNKR은 또한 2천여명의 탈북민을 직간접적으로 한국으로 구출 인도했고, 강제북송 중단 중국대사관 앞 시위 등을 통해 문제를 이슈화했다. 당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는 탈북민들을 사실상 ‘난민’이라고 인식하게 됐고 이어 유엔과 미국 의회 등에서 북한인권결의안과 북한인권법 등이 통과되기도 했다.(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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