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목걸이하면 해고되는 나라
십자가 목걸이하면 해고되는 나라
  • 이상민
  • 승인 2012.03.30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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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십자가 목에 걸면 해고되는 나라는? 정답은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유럽인권법원에서 기독교인들은 직장에서 십자가 목걸이를 할 권리가 없고 회사는 십자가 목걸이를 하겠다는 기독교인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영국의 유력신문인 텔레그레프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발단은 2명의 영국 여성 기독교인이다. 브리티시 항공사 직원인 나디아 웨이다는 2006년 십자가 목걸이를 유니폼 밖으로 보이게 한 것은 회사의 복장규정 위반이라며 강제 무급휴가를 당했다.

기독교인인 그녀는 “내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십자가를 목에 거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십자가를 보며 예수께서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 것이기 때문”이라며 반박했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시크교의 터번이나 무슬림의 히잡 등 다른 종교들의 상징물과 복장은 허용하면서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 목걸이를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또 다른 여성은 체플린이라는 간호원으로 31년 간 일했던 의료서비스회사에서 역시 십자가 목걸이를 보이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거부해 해고당했다.

두 여성은 영국 법원에 낸 소송에서 패하자 상급법원인 유럽인권법원에 소송을 내 자신들이 유럽인권협약에서 명시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십자가를 목걸이에 거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에서 기독교인들이 십자가 목걸이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의 이 입장이 알려지면서 영국 내 기독교계의 반발이 크다. 영국 성공회 대주교인 로완 윌리엄스는 십자가를 목에 걸고 등장해 “십자가는 장신구가 아니라 기독교의 참된 신앙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영국 정부는 동성애 및 동성커플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기독교인들이 유럽인권법원에 낸 소송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고 당하는 것이 마땅하는 것이다.

북부 런던의 이스링톤 의회 등록계원으로 일했던 릴리안 라델레는 2007년 동성커플에게 시민파트너십 행사를 열어주는 것을 거부해서, 상담가인 게리 메팔레인 역시 동성커플에게 성문제 치료법 제공을 거부해서 해고당했다. 영국 정부는 곧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계획이다.

유럽인권법원이 이 4가지 소송을 받아들여 심의를 진행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데 만약 진행시킨다면 법원이 종교의 자유와 차별을 막으려는 평등과의 균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독교법률센터 앤드레아 윌리엄스 디렉터는 “최근 몇 달 동안 영국 법원은 십자가를 목에 거는 것,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으로 보는 것, 일요일을 ‘주일’로 보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거부하고 있다”고 신문에서 지적했다. 그는 “다음은 무엇인가? 법원이 십계명을 무효로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기독교인들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11월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 로마 가톨릭, 정교회 등 기독교계 대표들이 밝힌 ‘기독교인 양심의 소리, 맨하탄 선언’(Manhattan Declaration: A Call of Christian Conscience)이다.

미국 내 기독교계 지도자 149명이 서명한 이 맨하탄 선언은 기독교계가 생명의 신성함, 전통적 결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민불복종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선언은 특히 기독교 교회나 단체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는 등 미국 건국 기틀인 종교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이는 시민사회의 분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정의 서곡’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맨하탄 선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전개돼온 세속적 진보정책들에 대한 반발이다. 대표적인 정책은 2009년 10월 마련된 혐오방지법. 동성애자들의 숙원이었던 이 혐오방지법은 인종, 피부색, 출신국을 이유로 어떤 사람을 혐오해 피해주는 것을 금지한 기존의 혐오방지법에 성적 성향, 성 정체성을 추가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목사가 성경대로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혐오방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복음주의 기독교계는 우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켰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저지에서 한 감리교회 운영 캠프가 동성 간 결합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세금면제 지위를 박탈당했고 캘리포니아에서 기독교인 의사들이 레즈비언 커플에게 시험관 수정 시술을 거부해 고소당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한 가톨릭 자선단체는 주에서 동성커플에게 고아들을 입양시키라고 할 것을 우려해 입양사업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워싱턴주, 3월 초 메릴랜드주가 연달아 동성결혼을 합법화함에 따라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는 총 8개로 늘어났다.(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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