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뜨거! 이번엔 한류 뮤지컬 열풍
아 뜨거! 이번엔 한류 뮤지컬 열풍
  • 조진명
  • 승인 2012.04.0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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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이 한류 열풍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수출을 통해 소위 ‘대박’난 뮤지컬이 늘어가고 있는 한편, 국내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날짜만 되면 공연장 앞이 팬들로 북적이고 기념사진 코너로 설치해 놓은 부스에서 차례로 줄지어 사진을 찍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경을 넘어 입장한 한류 팬들 덕에 관객수가 적은 평일 낮 공연의 예매율이 훌쩍 뛴 것도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풍경이다.

세계 3위 규모 뮤지컬 시장 갖춘 일본, 한류에 들썩 

겨울연가의 후폭풍 바람이 뮤지컬계로 옮겨온 일본은 현재 한류 뮤지컬이 최고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시장이다.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공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시장의 다섯 배에 달하는 95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바로 일본 뮤지컬계다. 자연히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 티켓 가격은 국내시장의 2배에 달하고 관객 숫자는 기본으로 3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한국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 일본 프로듀서도 늘고 있고 직접 본 공연을 계약으로 체결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초반에는 로맨틱 코미디물이 인기였다. 지난해 일본에서 공연된 ‘궁’ ‘미녀는 괴로워’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에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수출될 예정이다. 창작극만 6편에 총 9편이다.

4월에 국내 초연될 예정인 ‘파리의 연인’은 국내 개막 전에 수출계약을 맺은 창작극이며 일본에서는 9월에 공연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를 뮤지컬로 각색한 ‘커피 프린스’는 4~5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드림 하이’도 7월 도쿄 신국립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한편 지난 2월 4일 도쿄에서 공연된 ‘파루레’(빨래의 일본 발음)의 인기는 다소 의외이자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화려함을 앞세운 대형 뮤지컬이 아니어도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빨래’는 국내에서도 장기간 공연된 인기 창작 뮤지컬이지만 500석 남짓한 아담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는 화려한 무대도 한류 스타도 없다.

이를 원작자인 추민주가 연출해 현지 배우들과 4주간 공연을 다듬어 올렸다. 한국인 차미연 외 대부분의 배역은 일본 뮤지컬 스타들이 맡았음에도 극의 배경은 한국으로 설정해 두고 갔다고 한다. 결국 흥행에 성공해 5월, 도쿄 공연을 확정지었다. 추민주 연출가는 “일본이 한국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인지 관객들 반응도 한국과 비슷했다”고 말하며 성공 비결을 밝혔다.

일본 관객들의 열정은 자국에서의 공연 관람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행사 관계자 측에 따르면 외국인 예매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들 중 다수가 일본인 관객들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각색한 뮤지컬 ‘겨울연가’는 공연 관람객의 10%를 일본인 관람객들이 차지할 정도로 일본인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JYJ의 김준수, 안재욱, 이지훈, 김정훈 등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스타들의 뮤지컬도 일본 관객의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각 지역에서 한류 뮤지컬의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CJ에서 중국 문화에 맞춰 각색한 중국판 ‘맘마미아’는 상하이·베이징·광저우에 이어 지방공연에서도 선전하며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상하이 국가대극원에서 초연을 가진 뮤지컬 맘마미아는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우한(武漢), 충칭(重慶), 시안(西安) 등 6개 도시를 돌며 25만명의 관객을 유치하고 200억원의 매출액과 3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정서적 공감대와 풍부한 인력자원이 근원

 
CJ E&M과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CAEG), 미디어 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SMG) 등 3개사가 합작으로 제작한 이번 공연은 한국 뮤지컬의 작품성과 더불어 국민소득 5000달러를 넘어선 중국인들의 문화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성공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J E&M은 올해 중국내 주요 10개 도시에서 맘마미아를 연장 공연하고 내년에는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국가로 공연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뮤지컬 열풍의 원인은 ‘한국 드라마와 K-POP을 통해 한국 정서에 매료된 팬층이 한류 스타들의 선전에 따라 자연스레 뮤지컬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류 팬들에게 한국 드라마의 세심한 감성과 K-POP을 통해 맛본 화려한 무대를 혼합해 놓은 뮤지컬은 자연히 매력적인 장르일 수밖에 없다.

서구인들의 공감 코드와는 다른 아시아인들만의 문화정서와 연예산업에서 양성된 우수 인력 또한 든든한 자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거쳐 춤과 노래를 익힌 아이돌은 완벽한 실력과 매너로 여심을 흔든다. 여기에 한국 산업이 갖추고 있는 경제적 여력이 대형 뮤지컬을 양성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오랜 시간 교류한 나라들끼리의 원활한 비즈니스 관계 또한 마찰이 생길 소지가 많은 문화산업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토양이 됐다.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광부는 ‘세계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 전략’을 통해 라이선스 뮤지컬에 편향된 국내 뮤지컬 시장을 균형 있게 개편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우수한 창작뮤지컬을 민간에서 창작했거나 창작 중인 경우 최대 4억원까지 국내 재공연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창작뮤지컬도 4억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뮤지컬·전시·공연에 투자할 수 있는 200억원 규모의 문화예술 전문펀드도 조성, 이 중 120억원을 정부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 뮤지컬 아카데미’를 신설해 뮤지컬 창작에 필요한 인력을 배출할 예정이다.

언어장벽의 한계와 시장 확대 필요

한류 뮤지컬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류 소비 지역이 아시아에 편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일본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소비자의 변심에 따라 한류 산업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어 장벽의 극복도 남아 있다. 초창기 한류 공연으로 ‘난타’ ‘비밥’ 등 퍼포먼스 스타일이 인기몰이를 한 이유도 언어가 필요 없는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뮤지컬은 다르다.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노랫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감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드라마나 가요처럼 개인의 재량껏 자막을 달고 보기도 힘들다.
이를 위해 뮤지컬 ‘엘리자벳’의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한류 스타 김준수 씨가 출연하기 때문에 일본인 관객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일본어 안내방송을 준비했고 하우스 매니저에게 일본어 교육을 시켜 일본 관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일본어 자막 서비스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28일 개막하는 뮤지컬 ‘캣치 미 이프 유 캔’ 은 일본인 관객을 위한 일본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M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엄기준, 슈퍼주니어의 규현, UN의 김정훈, 샤이니의 키, 소녀시대 써니 등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일본인 관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해 일본어 자막 서비스는 물론 일본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인 관객 수요를 매 공연 보장할 수 없기에 자막 서비스를 하지 않는 공연이 더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드라마나 가요와는 달리 뮤지컬은 다소 부담스러운 장르다. 완벽한 만족을 줄 수 없다면 금세 발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래한국)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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