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호의 책임과 비전
탈북민 보호의 책임과 비전
  • 김범수
  • 승인 2012.04.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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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김범수  / (사)세이브엔케이 집행위원장
지난 3월 초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서 탈북여성이 인신매매돼 감금돼 있으니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보면 그리 긴급한 일도, 새삼스런 일도 아니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2만5천여명의 탈북민 중 70% 이상이 여성이고, 이들 탈북여성 중 대다수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된 경험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탈북여성들의 생명과 인권은 천성산의 도롱뇽이나 과천동물원의 돌고래보다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왜곡되고 마비된 상식과 양심의 현주소인 것이다.

통일·인권단체인 세이브엔케이(Save North Korea)는 3월 중순 중국 농촌마을에 활동가를 급파하여 한족남성들에 팔려가 감금돼 있던 탈북여성 3명을 긴급구출하였고, 본지 <미래한국>은 그 과정을 상세히 취재하였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십여일간의 치밀하고 긴박한 사전계획과 현지활동을 펼쳤고, 이를 통해 구출된 영혼은 5천~2만위안(약 90만~360만원)에 중국농가에 팔려갔던 20~40대의 동포여성들이었다.

모두 한밤중 속옷바람으로 뛰쳐나올정도로 급박한 처지에 있었고, 임신 3개월째였던 20대 여성은 뱃속의 아이를 원망하여 날마나 자신의 배를 주먹으로 때리며 울었다.

현지에서 붙잡은 남녀 인신매매범에 따르면 그들이 팔아넘긴 여성들만 100명이 넘고 자신들과 같은 ‘브로커’들이 중국 내 수백명이 된다고 한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중국 각지에 짐승처럼(브로커들은 거래여성들을 실제 ‘돼지’로 지칭했다) 팔려가 살고 있는 탈북여성들이 수천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들을 위한 관심과 촛불이 확산되고 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만2년간 세이브엔케이(舊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가 국내외서 받아낸 1,180만명의 유엔청원 서명은 탈북동포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최소한의 관심과 양심의 표명이자, 나아가 북한의 폭정 종식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상식과 정의의 거대한 불꽃의 점화였다.

이제 우리는 탈북민들의 국제법적 난민지위 부여와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 요구와 함께, 10여년전 주창한 탈북난민캠프 건설운동을 다시 새롭게 펼쳐나가고자 한다.

유엔이 중국 국경지역이나 몽골 러시아 등에 합법적인 탈북난민캠프를 건립하여 탈북민들을 북송하는 대신 보호하여 그들이 소원하는 제3국으로 보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설립된 아프칸 난민캠프나 태국 연안의 라오스 난민캠프 등이 그 모델이 될 수 있으며 독일교회나 기타 NGO들이 이들 난민촌을 지원하였던 것처럼 한국교회와 시민사회가 우리 정부와 함께 재정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중국이 반대하여 현실성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13년전 탈북난민보호 1천만명 서명을 시작할 때에도 있었고 통일불가론은 독일통일 바로 직전까지도 횡행했었다.

공분과 정의와 비전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쇠퇴한다. 용기와 비전의 지도자가 그립다. 탈북난민보호 운동을 최초로 발의하고 추진했던 고 김상철 회장님이 그립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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