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호 촛불, 중국 움직일까
탈북민 보호 촛불, 중국 움직일까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4.1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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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탈북민들을 북송시키던 중국 정부가 최근 이례적으로 국군포로 가족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 3년간 체류하던 국군포로 가족 등 탈북민 4명은 지난 4월 1일 극비리에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이 가운데 3명은 국군포로인 故 백종규 씨의 둘째딸 백영옥 씨와 외손자 이강민 군, 외손녀 이일심 양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추방시키는 형식으로 출국을 허가했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북한의 압력 등을 이유로 외국 공관에 들어온 탈북민들에 대해 한국행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 ‘탈북민 북송 반대’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국내 시민단체들의 호소가 결국 결실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된 탈북난민보호 1180만명 유엔청원서명 등의 활동과 올해 들어 급격히 주목을 받게 된 탈북민 북송반대 중국대사관 앞 집회, 단식투쟁, 1인시위 등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조치를 재촉했고, 이것이 중국 정부를 입박 및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입국하는 쾌거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북아 패권을 노릴 정도로 경제력과 군사력을 급성장시킨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배려해줬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힘겨운 외교전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도 된다.

전방위적 시민활동·외교전, 성과 거둔 듯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26일과 27일 서울 코엑스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탈북민 문제에 대한 선처를 요구한 한국 정부에 “탈북자 문제에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갖고 한국 측 입장을 존중해서 원만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유연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일축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사격도 중국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던 중 주한 미대사관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개최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세요(Ask President Obama)’ 행사에서 선정된 한 탈북민의 질문에 대해 “미국은 북한 주민의 안녕, 북한의 인권 상황, 탈북민 문제 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인권 상황의 개선은 미국 북한정책에서 우선순위에 있다”며 “아울러 이는 미북관계 개선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대사의 방북과 3차례에 걸친 미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며 “북한의 정보자유, 인권향상, 법치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중국을 간접적으로 설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3월 9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탈북난민을 강제북송해선 안 되며 난민 문제는 중국도 비준한 유엔 난민협약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탈북민들을 구출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서울광장에서는 탈북민들을 위한 ‘GK 휴먼 콘서트’가 열렸다. GK전략연구원이 주최하고 북한민주화위원회, 세이브엔케이, 미래한국 등이 후원한 이날 콘서트에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배정호 GK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이날 개막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마련했다”며 “북한주민들은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걸고 탈북하지만 그 와중에도 북한 정권은 민생을 외면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획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시대적 과제이며 앞으로 우리들이 나아갈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계속 타오르는 ‘탈북민 구출’ 촛불

 
촛불은 부산에서도 타올랐다. 지난 3월 26일 부산역 광장에서는 탈북난민 강제북송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탈북동포 강제북송반대 부산시민연대’가 주최해 열린 이날 집회에는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 중국 정부에 탈북동포 북송반대를 촉구했다.

안용운 공동대표는 촛불집회 ‘함께 울어요’(Cry with Us)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99년 탈북한 강모 씨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생죽음을 당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보낸다.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은 광우병 때문에 촛불을 켜들지만 우리의 목숨이 소보다 못 하냐”고 호소했다.

우파진영의 팟캐스트 방송인 ‘저격수다’에서도 탈북민 문제와 북한인권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3월 26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중국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린 ‘저격수다 공개콘서트’의 주제는 탈북민 문제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탈북난민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가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및 난민지위 인정을 위해 받은 1,180만명의 서명 원본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저격수다 출연자 변희재 씨는 “탈북민 보호와 강제북송에 반대에 대한 국민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고 규정했다.

천안함 유가족들도 힘을 실어줬다. 이정국 전 천안함유족협의회 대표는 “천안함 폭침과 탈북자 강제북송은 관계없는 일로 보일 수 있지만 북한 체제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탈북동포의 생명을 구해내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차디찬 물속에서 숨져간 고인들의 뜻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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