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 구출과 한국교회의 사명
탈북난민 구출과 한국교회의 사명
  • 황의각
  • 승인 2012.04.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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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서울역 앞 광장에서 한강대교 방향으로 진격해 내려가던 북한의 육중한 탱크부대와 인민군을 처음 보았다. 그후 전선이 낙동강 부근에서 형성되고 있던 8월 초 우리 가족이 도보로 당시 조부모님이 사시던 경북 선산(善山)으로 피난길에 오르기 전까지, 북한 보안서원들이 밤마다 후암동 우리 집으로 와서 겉으로는 아주 친절한 어조로 피신하셨던 아버님의 행방을 묻고 총대머리칼로 천장을 툭툭 찔러보며 집을 수색함과 동시에 남은 양식뿐만 아니라 담요 등 미국제품은 모두 몰수해 가던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소년기에 잔혹한 전쟁의 현장을 본 나는 사상과 이념이 피보다 더 강하게 인간집단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학 시절까지 왜 같은 민족이 나뉘어 싸워야 하는지를 수없이 자문하곤 했다.

60여년의 분단이 남긴 숙제

우여곡절을 겪은 60여년 분단 세월 속에서 남한은 경제적 부흥뿐만 아니라 자유와 인권이 선진국 수준으로 신장해 왔다. 반면, 이상한 사회주의 왕조체제 속의 북한은 전체 인구의 10% 정도의 특권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민들이 아직 굶주림과 인권 탄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다. 각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에 관한 비교연구 중에는 문화적 요인들(인종, 종교, 역사, 언어, 전통 등)의 유의적 영향력을 규명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남북한의 경제성장과 발전의 차이에는 무엇 보다 정치와 경제체제, 운영 및 개인의 자유와 인권 등이 더 큰 영향 변수로 작용해 왔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먹을 것이 없고 탄압 속에 갇힌 사람들은 희망이 있는 곳을 찾아 사선을 넘어서라도  탈출을 기도하기 마련이다. 지난 수년 동안 탈북해 남한으로 온 사람 수가 이미 2만5천 명이 넘었다. 지금도 적잖은 사람들이 매일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북한 탈출을 시도하다가 혹자는 북한보위부원이나 국경경비병에게 붙들려 현장에서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가고 있다. 중국까지 건너온 탈북난민들 중 혹자는 중국공안원들에게 붙잡혀 중국당국에 의해 피난민 처우를 받지 못하고 단순 월경불입국자로 취급돼 북한으로 송환되고 있다.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북에 남아 있던 가족들까지 수용소로 끌려가 모진 학대와 고문 내지는 처형을 당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비밀요원들이 과거 탈북해 남한에 와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들을 유인납치해 북으로 끌고 가서 ‘용서할 수 없는 민족배반자’로 처형하거나 그 가족들까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남한의 일부 소수 기독교 단체와 NGO들이 중국에 갇혀 있는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돕기 위해 미약하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눈치만 살피면서 탈북난민 구출에 소극적이던 우리 정부 당국도 최근 민간단체들과 유엔 등에서 난민구출 중요성을 들고 나서자 만시지탄이 있지만 조금씩 적극성을 띠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이명박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베이징 한국 총영사관에 체류 중이던 탈북민들을 포함해 중국이 탈북민 문제에 대해 단순한 국경 월경자가 아닌 ‘난민’으로 처우하는 문제를 포함한 많은 배려와 관심을 갖도록 합의하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 낭보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와 시민 및 종교단체들은 북한주민의 인권 신장과 중국 등에 억류된 탈북난민들이 북송되는 것을 막고 한국으로 와서 정착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후원해야 한다. 그동안 탈북난민들을 돕고 후원했어야 했던 남한의 대형교회들은 이웃사랑과 북한 선교라는 명분으로 막대한 남쪽에서의 교회 헌금을 평양과학기술대학과 주체탑 건설이며 평양의 병원설립 그리고 거짓 종교선전용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에 가져다 바쳐왔다.

일부 교계지도자들은 적그리스도를 돕는 일과 이웃 돕는 일을 분별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의 노예가 돼 왔다. 북한 공산주의독재자들은 북한 인민의 굶주림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네들 권력 유지와 군대 유지, 무기개발을 위해 남한의 식량과 기타 지원을 사용하고 있는 데 부응해 위선의 탈을 깊숙이 뒤집어 쓴 남쪽의 친북좌경인사들과 종교계 인사들은 저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왔다.

북한정권 아닌 북한주민 돕는 방법 찾아야

북한을 들락거리며 아리랑축제를 포함한 각종 공산당 행사에 여러 번 참석하고 봉수교회의 위장된 찬양조에 감동 먹은 남한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남으로 돌아와서도 주일 강단에서 북한을 의식해 민족을 아우르자는 설교는 해도 북한정권을 비판하거나 탈북난민을 돕자는 설교를 하는 예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불행하게도 현 남한의 교계 현실이다.

교계지도자들이 바른 신앙관의 기초 위에서 적그리스도와 동침하기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북한독재정권을 돕기보다 북한형제, 특히 탈북민을 돕는 일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이미 남한의 천주교, 기독교, 불교계에 깊숙이 네트워크 뿌리를 뻗어온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기독교 교회가 알게 모르게 북의 마수의 포로가 되면 우리 남한사회가 적의 손에 넘어지는 일이 도적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고 들어오듯이 돌연히 올 수 있다. 아울러 정부 당국은 만의 하나 탈북민을 가장한 북한 요원의 국내 위장 잠입 가능성에도 주목해 옥석을 구별하는 일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제발 그동안 멋모르고 남한에서 모금된 교회 헌금 싸들고 북한을 찾아가 김일성 영생탑 앞에 김정일화로 헌화하고, 아리랑 축제 참가하고, 통일조국을 위해 민족을 아우르자고 외치고 다닌 목회자들 모두가 우리 하나님과 교회 앞에 철저히 회개하고 돌아서기를 바란다. 이들 목회자들이 스티븐슨의 소설 주인공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서의 양면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탈을 벗어버려야만 한국교회와 남북한 전체 국민 모두가 참 신앙과 자유와 인권을 향유할 수 있는 통일한국을 이룰 수 있다. 이미 깨어 있는 성도들은 더욱 각성해 적그리스도와 이웃 원수를 혼돈하고 있는 교계지도자들을 깨워서 눈을 바로 뜨고 모두 함께 우리의 참 이웃이요 형제인 탈북난민 구출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헌신하기를 소원한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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