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에게 세상은 절대 善도 절대 惡도 아니다”
“언론인에게 세상은 절대 善도 절대 惡도 아니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4.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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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상로 MBC공정노조 위원장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방송사가 근로조건이 아닌 공정방송을 외치며 파업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진정 공정한 방송을 원하기에 파업하는 것일까. MBC의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선언한 이상로 MBC공정노조 위원장을 <미래한국>이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 MBC의 노동조합의 명칭을 먼저 정의해 주시겠습니까?


네. 논의를 편하게 하기 위해 용어를 정의하겠습니다. MBC는 2개의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전국노동조합연맹 산하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MBC본부가 있습니다. 흔히 약칭으로 ‘MBC언론노조’라고 부릅니다.

다른 노동조합으로는 공정방송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약칭으로 ‘MBC공정노조’라고 부릅니다.다시 얘기하자면 MBC는 MBC언론노조와 MBC공정노조가 있습니다. 이 둘은 분명히 구별해서 얘기해야 합니다.

- 그렇군요. 이번 MBC 파업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어떤 것입니까?

이번 MBC 파업이 정치적인 파업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죠. 파업을 하는 본래 목적을 숨기고 파업을 주동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MBC공정노조는 이번 파업이 시작하는 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MBC 파업은 정치적인 파업입니다.

그리고 이 파업에 참여한 자들은 정치인입니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정당화될 수 없고, 파업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정치에 참여했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 MBC공정노조의 의견이에요. 바로 이런 점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김 사장이 낙하산이라면 방문진 이사들은?

- 그렇다면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는 무엇인가요?

제가 MBC언론노조의 파업이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를 알면 답이 나옵니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창립 이후 지금까지 똑 같은 추천 과정을 거쳐 6명의 여당 추천과 3명의 야당 추천을 통해 이사를 선출합니다. 그런데 유독 김재철 사장만이 낙하산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MBC언론노조의 주장처럼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방송문화진흥회가 선출했던 모든 사람들이 낙하산이라고 봐야죠.MBC 출신이 아니었던 사람 중에 사장으로 임명된 경우도 있었는데, 김재철 사장은 1980년 이래 지금까지 MBC에서 계속 일을 해왔는데 유독 김재철 사장에 한에서만 낙하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형평성을 맞춰 바라봐도 전부 낙하산이거나 아니라고 해야지, 자신들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낙하산이라고 규정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만이 유독 낙하산이어야 하는 이유를 명목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더니 아직까지 설명을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근거로 김 사장을 낙하산이라고 표현했는지 의문입니다.

두 번째, 제가 이번 파업을 정치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김재철 사장을 역대 사장 중 가장 불공정한 방송을 한 사장으로 몰아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바, 객관적으로 봐도 MBC에서 가장 불공정한 방송을 한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아니라 그 이전의 사장입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보세요. 가장 불공정한 방송을 한 때의 사장은 <PD수첩>이 방영되던 해의 사장이어야죠. 뿐만 아니라 <MBC뉴스데스크> 아이티 왜곡 보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죠. 분명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보도한 자들에 대해서 징계하지 않고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거나 가벼운 징계를 주게 되면 의도적으로 반복 왜곡 보도를 하게 되는 거죠. 마치 의도적으로 의료사고를 낸 의사를 징계하지 않으면 의료사고가 반복되는 것처럼요.

저는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MBC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것들이 틀렸다고 하는 거죠. 그렇다면 저들이 거짓 주장을 통해 파업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이냐? 바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MBC 파업의 본질은 야당을 위한‘정치파업’

 
- 그렇다면 MBC언론노조의 정치파업 목적이 궁금합니다.

목적은 이번 4·11 총선에 있습니다. 저들이 원하는 정당과 정파 인물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기에 MBC언론노조와 이번 파업을 독촉하는 세력들 그리고 총선 세력이 뜻을 합해 파업을 감행한 거죠.

저는 이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정치색을 가진 정당과 인물을 지원하기 위해 파업을 단행한다고 판단하는데 그 증거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두 가지 불만 이유 즉, ‘낙하산’이라고 하는 것과 ‘불공정 방송’을 한다는 것에 대한 증명을 요구했을 때 한 번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황 증거로는 2년 전 김재철 사장의 취임 당시 시민단체들은 청문회를 요청했으나 야당 이사들은 극심히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쉽게 말하면 정치색에 휘말리지 않고 올바른 사장이 선출되면 자신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을까봐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선임될 때 공청회를 하지 못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향후 2년 후 있을 총선이 있을 때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일을 한번 크게 벌여보겠다는 2년 전 부터의 치밀한 계산이었다는 거에요. 또한 김재철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선임이 되고 정문에 도착했는데 노동조합이 기다리다 나갔습니다.

이 당시의 노동조합 위원장은 해고됐습니다만 그 때의 노동조합 위원장의 성명 자체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김재철이 아닙니다. 물론 첫 번째 목표는 김재철 사장의 낙마지만 두 번째는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씨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입니다. 그래서 정치적이라는 거에요. 김재철 사장의 첫 출근부터 저지했다는 것은 그 때도 이미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거에요. MBC언론노동조합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정치적 자세를 유지해 왔고, 이게 제가 이번 파업이 정치적 기획 파업이라고 생각하는 세 번째의 정황 정보로 볼 수 있습니다.

- 이번 파업에 참가한 사람들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이번 파업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그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가는 징계를 받거나 인사기록카드에 파업 참여 기록을 남기고 이번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미쳤던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입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무한도전은 8주간의 결방으로 인해 20억의 광고 손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저는 김태호 PD에게 20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흐지부지하게 끝이 나면 다시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다시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MBC, 언론권력을 더욱 겸손하게 사용해야

- MBC가 어떤 방향으로 자리 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MBC의 영향력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함정의 진로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인터넷 발달로 주류 매체의 영향력이 감소됐다는 일부 견해와 달리 영향력이 대단하죠. 수년 전 광우병 파동 때만 봐도 알 수 있죠. 온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으니까요. 이렇게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MBC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달라지는 것입니다.하지만 그 이전에 MBC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뢰성의 회복이에요.

<PD수첩>광우병 프로그램은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제작진의 소견대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큰 손해와 오해가 생겼죠.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로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잃은 의사가 계속해서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한, 환자들은 그 병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이티 지진 현장의 분명한 사실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보도한 기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가벼운 징계를 받고 끝났지만 의도적으로 의료사고를 낸 의사를 강하게 징계하지 않으면 의료사고는 반복됩니다. 반복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병원에 환자들이 찾아올 리 없습니다.

한 가지의 예를 더 들면 2년 전 2010년 1월 4일 시무식이 있던 날 ‘100년만의 폭설’이 있었습니다. 각종 새해 첫 근무지에서는 시무식으로 인해 정신없는 출근길이 이어졌는데 게다가 100년만의 폭설로 인해 교통이 마비가 됐죠. 그러자 MBC뉴스는 45분 동안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에 대한 비난기사만을 방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도 하나 못 치우는 무능한 서울시장이라며 비난했죠.

그 다음날 MBC는 모스크바 특파원을 동원해서 그들이 눈을 얼마나 잘 치우는 지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를 본 어느 경제학자가 기사를 썼더라구요. 그 기사를 짧게 요약하자면 ‘서울은 100년에 한 번 온 폭설이었고, 모스크바는 매년 오는 눈입니다. 만약 서울시가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설에 대비해 눈을 잘 치우려면 막대한 세금을 거둬야 합니다.

그리고 MBC의 보도는 잘못됐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사내 통신을 통해 올렸는데 그 어느 누구도 댓글을 달지 않더라구요.언론인에게 있어서 세상은 절대적인 악도 절대적인 선도 존재하지 않아요. 다만 시각이 존재할 뿐이에요. 지금 MBC에 필요한 것은 편협한 시각에 의한 아집이 아니라 혹시 우리가 놓친 시각이 존재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겸손한 자세에요. (미래한국)

인터뷰/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정리·사진/곽우정 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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